점심을 먹은 후, 누군가가 갖다 놓은 오렌지가 눈에 띄었다. 오늘따라 어쩜 그리도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지...
단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얼른 먹었다. 이걸 '꿀맛'라 하나보다!
또 한 번 돌아보았다. 한 개만 더 먹으면 딱 좋겠다싶어..주저하지 않고 얼른 집어들었다.
1개반을 다 먹을 즈음..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점심이라도 드셨을까..?"
어쩜.. 살모사 새끼가 따로 있을까? 내가 바로 그런 것 같다. 내 배가 불러 포만감이 느껴질 즈음에야 아버지라는 존재가 생각나다니...!
살모사는 자신의 몸 속에 알을 부화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물론.. 이 알은 부화가 되면서 그 어미의 몸을 먹으면서 자라고..결국 독립할 때 즈음이면, 보금자리엔 어미 살모사의 가죽만 남는다고 한다.
살모사가 살아 있다는 건.. 그 어미의 말없는 수고와 절대적인 희생의 증거이리라!
...
혼자 먹은 것이 죄송하다기 보다. 어쩜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고생 고생하며 기도하시는 아버지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 죄송하다.
하나님께서 값없이 주신 당신 자신.. 예수 그리스도!! 아쉬울 땐 찾으면서.. 정작 내가 원하는 것들을 갖고 내가 원하는 것들로 채워질 땐.. 도무지 그분의 존재를 기억지못하는 우리 자신이...꼭 살모사 새끼 같지 않은가!
이미 접시에 있던 오렌지는 껍질만 수북하다.
이 오렌지 껍질이 부끄러운 나의 중심을 말해 준다. 동시에, 양떼를 위한 수고와 순종함의 기도를 거절하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의 중심을 말해 준다.
주님의 십자가와 빈 무덤이 더욱 수치스런 나의 삶을 말해 준다. 동시에,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하며, 기꺼이 십자가의 쓴잔을 받아 마신 주님의 중심을 말해준다.
살모사 새끼는 다시 자신의 새끼를 자신의 몸에 품는다. 자신의 어미가 그리 했던 것처럼.. 당연히...
나 역시 맡겨 주신 영혼들을 위한 수고와 순종함의 기도를 거절하지 못하고 묵묵히 이 길을 따를 수 있을까?
주님께서 가신 그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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