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 이 단어가 갖는 힘은, 지금 이 순간의 삶에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인생을 역전시킬 필요가 없다. 많은 돈으로 인생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는 그 다음 문제다. 분명히 지금과는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이다. 로또복권이 우리 사회에 미친 긍정적 영향이 있다면,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본질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다. 로또복권 당첨자들 중에서 과연 이전의 삶보다 질적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비참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상당수의 당첨자들의 실제 삶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천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비록 허구이지만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또 하나의 현실이다. 삶의 토대가 바뀌면 영화도 바뀐다. 로또복권이 세계 각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불러 일으킨 열풍은 [블리트]의 좋은 소재가 된다. 다섯 개의 숫자를 맞추면 200억원의 돈이 들어오는 생방송 TV 복권중계를 보면서 만약 네 개의 숫자가 모두 맞았다면 마지막 하나의 숫자를 뽑는 순간의 긴장감은 얼마나 될까.
그런데 다섯 개의 숫자를 맞춘 사람은 감옥의 죄수이고, 복권 영수증은 간수가 갖고 있다. 일등에 당첨된 다음날부터 그 간수는 몸이 아프다며 출근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록 6주후에 출감하는 죄수일지라도 탈옥할 수밖에 없다. [블리트]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두 명의 감독 알랑 베르베리앙과 프레드릭 포레스티에는 각각 코미디와 액션이라는 자신의 장기를 이 영화에 불어넣었다. 그 결과 [블리트]는 힘있는 액션 속에서도 유쾌한 웃음을 줄 수 있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프랑스판 범죄영화 B급 버디 무비인 [블리트]의 재미는, 버디 무비의 기본 공식대로,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갖고 있는 죄수 몰테츠(제라드 랑방 분)와 간수 레지오(브누아 폴블로드 분)의 상이함에서 시작된다. 몰테츠는 조용하고 과묵하며 인내심이 많지만 다혈질이다. 그러나 레지오는 가볍고 소심하며 촐랑대고 실수가 많으며 수다스러운 떠벌이다. 그의 입은 쉴새없이 나불댄다. 복권 당첨 영수증을 찾는다는 기본 줄거리에서 더 많은 사건들이 가지를 뻗는 것은 레지오의 실수 때문이다.
로또복권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가볍게 실컷 웃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대입시켜 봐도 좋다. 그러나 역시 영화의 표면에 드러나는 수다스러운 행동만으로 우리들의 영혼을 붙잡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