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등운산 고운사 연지암 주련

[백우]

                     경북 의성 등운산 고운사 연지암 주련

                     慶北 義城 騰雲山 孤雲寺 蓮池庵 柱聯

연지암(蓮池庵)

                                    

               去來人情成香氣             거래인정성향기

               喫茶三昧說禪堂             끽다삼매설선당

               宿世因緣釋善友             숙세인연석선우

               開花蓮心滿笑顔             개화연심만소안

               오고 가는    인정에        향기가        일어나고

               설선당서     차 마시며    끽다삼매     드는도다.

               숙세의        인연으로     좋은 벗을    두었으니 

               꽃 피자       연심이라     환한 미소    가득하네.

   【解說】

   연지암은 고운사에 있는 전각의 하나로  원래 있던 연지암을 헐고 1997년에 확장하여 지은 건물입니다.  이름이 연지암인 만큼 그 앞에 작은 연못이 있었다는데 연못은 없습니다. 

   연지암의 주련은 초서로 되어 있어 알기 어려웠습니다.  더구나 이 주련은 출처가 없고 소개된 바도 없어 누구의 글인지 어디에 나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

   거래인정성향기(去來人情成香氣) 

   끽다삼매설선당(喫茶三昧說禪堂) 

   오고 가는 인정 속에 향기가 일어나고

   설선당서 차마시며 끽다삼매 드는도다.

   거래인정성향기(去來人情成香氣)는 오고 가는 인정 속에 향기가 일어난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인정은 세속적인 인정이 아니라 도반과의 교류를 뜻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인정(人情)은 수행자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야운비구(野雲比丘)의

《자경문(自警文)》에 이르기를, "인정농후도심소(人情濃厚道心疎)"라 하였습니다.  인정이 농후하면 도심이 성글어진다. 소원해진다는 말입니다. 인정(人情)이란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감정'을 말합니다. 세상 사람의 마음을 말합니다. 또는 남을 동정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인정은 세속적 욕망과 집착을 말합니다.

   그래서 다시 이르기를, "냉각인정영불고(冷却人情永不顧)" 라  하였습니다.  인정을 냉정히 물리쳐 길이 돌아보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출가 수행자들은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뿌리치고 부모형제와도 인연을 단호히 끊고 해탈도를 구하고자 산문에 들어온 분들입니다. 그렇다고 반인륜적인 것이 아니라 그 내면에는 삶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가엾은 중생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한없는 연민과 자비심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도를 이루기까지 인정을 돌보지 않고 도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인정에 이끌리다 보면 아쉬운 마음에 번민하는 마음이 끊일 날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느 날에 도를 이루겠습니까? 출가수행자들은 이 구절을 암송하면서 도심(道心)을 다졌을 것입니다. 수행자들은 인정에 사는 것이 아니고 법에 살아야 도리를 다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인정이 농후하면 도심이 성글어지니 인정을 냉정히 물리쳐 길이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인정은 세속적인 욕망과 집착을 뜻하는 인정이 아니라 수행자로만나 함께 수행하며 지냈던 도반과 교류하며 마음을 나누는 탁마(琢磨)의 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만나면 향기가 일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도반과 설선당(說禪堂)에 들어 차를 달이고 차를 따르며 다담(茶談)을 나누다 보면 다향(茶香)도 좋거니와 법향(法香)에 취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끽다삼매(喫茶三昧)에 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숙세인연석선우(宿世因緣釋善友)

   개화연심만소안(開花蓮心滿笑顔)

   숙세의 인연으로 좋은 벗을 두었으니

   꽃 피자 연심이라 환한 미소 가득하네.

   만나면 즐거운 좋은 도반과 더불어 차를 나누며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숙세(宿世) 즉 전세(前世)부터 인연이 있어 만나게 된 것이니 전세부터 각별한 인연의 소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옷깃 한 번 스치는 것도 500겁의 인연이 있다 했는데 도반으로 만나 수행을 함에는 얼마나 지중한 인연으로 만난 것인지 모릅니다.  

   도반(道伴)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을 목적으로 같은 도를 수행하는 동지를 말합니다.  즉 불도(佛道)를 함께 수행하는 벗을 말합니다.  도반을 도우(道友)라고도 합니다.  이런 도반은 곧 선우(善友)인데 선우는 정법(正法)을 가르쳐 좋은 결과를 얻게 하는 스승이나 친구를 말합니다.  

   개화연심(開花蓮心)에서 개화(開花)는 꽃이 핀다는 말이고, 연심(蓮心)은 연밥을 말합니다.  연밥은 연실(蓮實), 연자(蓮子)라고도 하지요.  개화연심(開花蓮心)이란 꽃 피자 열매를 맺는다는 말입니다.  이와 같은 말로 화과동(花果同時)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는 인과법(因果法)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인과법(因果法)이란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말입니다.  결과를 낳은 것은 인(因)이고 그 인(因)에 의해 생기는 것이 과(果)입니다.  그런즉 좋은 벗을 만나 수행을 하면 깨달음의 과가 성숙함을 뜻합니다. 

   《잡아함 선지식경 (雜阿含 善知識經)》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라자가하(王舍城)의 어느 골짜기 작은 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의 일입니다.  그 무렵 아난존자(阿難尊者)도 골짜기의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친구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나에게 좋은 친구가 있고, 

   또 좋은 친구와 함께 있다는 것은 수행(修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마도

   내 수행의 절반은 좋은 친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아난존자는 명상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바를 솔직하게 아뢰고 부처님의 의견은 어떠한지를 여쭈었습니다.

   "아난다야, 네 생각은 틀렸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좋은 친구와 함께

   있으면 수행의 절반을 이룩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아난존자는 평소 부처님께서 좋은 친구와 함께 있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고 수행(修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씀해 온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절반은 아니더라도 많은 이익이 있다고 격려해 줄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그렇지 않다고 하시니 당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아난존자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한 뜻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아난다야, 너는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너에게 좋은 친구가 있고, 그 친구와

   함께 있게 되면 수행의 절반을 이룩한 것이 아니라 전부를 이룩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올바른 생각이다. 

   왜냐하면 순수하고 원만하고 깨끗하고 바른 행동은 언제나 좋은 벗을 따라다니지

   만 나쁜 벗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언제나 좋은 벗과 사귀

   고 좋은 벗과 함께 있어야 한다."

   좋은 벗과 있음은 수행의 전부를 이룸과 다름없다는 부처님의 말씀은 좋은 벗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니 불도를 수행함에 좋은 도반이 있음은 개화연심(開花蓮心)이요 화과동시(花果同時)의 소식입니다.  어찌 얼굴에 미소가 가득 일지 않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백우 _()_

[정수]

잘 읽었습니다. _()_

[백우]

알지 못하는 초서체 때문에 무척 애를 먹은 주련입니다.
한자한자 칠체자전(七體字典)을 대조하며 겨우겨우 찾아낸 글자입니다.
감사합니다. _()_

[염화]

연지암 주련해설 잘 봤습니다. _()_

[백우]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