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 2023년 1월 18일 ~ 19일. 자일파터너 : 영평아부지, 능선따라.
코스는 1차와 반대 방향.
설국을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설경이 눈 앞에 생생한데 14일과 15일 덕유산에 또 눈이 온다는 소식이다.
작년 9월 지리산 종주 할 때 덕유산 종주도 같이 하기로 결의한 병구, 찬관이하고 출발 날자 조율을 해보니 병구는 시간 내기가 어려워 찬관이와 둘이서 18일 날 출발하기로 했다.
대피소는 미리 예약을 해 두고 1차 종주 때와는 반대 방향이므로 거창행 7시 버스를 탔다.
홀로 종주한 지 2주만에 또 출발이다. 올 겨울은 덕유산 설국을 두 번이나 방문하게 되니 복도 많다.
든든한 자일파터너도 생겼다. 영평아부지다.
2주 전보다 눈이 훨씬 깊다. 날씨는 흐리지만 눈꽃이 더 크고 더 많이 피었다. 처음부터 기대된다.
누가 만든 작품인지 걸작이다. 2주 전 남덕유 정상에서 점심을 같이 했던 작은 새와 닮았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구상나무 고사목에 핀 눈 꽃.
구상나무 고목이 눈꽃송이를 한 아름 안고 있다.
스키타러 온 종명이 가족을 만났다. 우리는 저 유산객 가족과 중봉에서 헤어졌다.
덕유산이 2주 전보다 더 멋지게 설국을 차렸다.
덕유평전에는 상고대가 만발하고.
중봉을 지나 더 깊이 들어오니 우리 둘 뿐이다. 설국에 첫 발자국을 남기며 보행수행하다 신선이 되어 사라지는 영평아부지.
7시간 거리를 두 시간 더 걸려 걸었다. 지난 9월 지리산 종주 때 접친 발목이 도져 고군분투하는 영평아부지. 산속의 해는 빨리도 진다. 어둠이 짙다. 대피소 까지는 아직 한 시간 남았다.
해가 져도 우리가 대피소에 도착하지 않으니 대피소 직원으로 부터 전화가 와서 안부를 묻는다. 대피소에 도착하니 등산로 가운데에 야간 산행 금지한다는 경고 글이 빛나고 있었다.
대피소 조리실.
속리산 부근 보은에서 왔다는 어느 등산 팀 옆에서 영평엄마의 정성이 담긴 소고기 국거리를 영평아부지가 조리한다.
옆 팀이 민물 장어구이를 구워 우리에게도 몇 점 나누어 준다. 소주 안주로는 최고더라. 고맙게 잘 먹었다.
아침에 게으름을 피우다가 대피소 밖을 나오니 일출 시간이 조금 지났다. 새벽의 여신이 만발한 상고대를 붉게 물들이고 하얗던 덕유산을 분홍 세상으로 만들고 있었다.
영평아부지 도진 발목에 더 이상 무리를 주지않기 위해 남덕유로 진행하는 것을 접고 황점으로 탈출한다.
내려오면서 바라 본 삿갓봉과 남덕유와 서봉. 히말라야 설산 같다.
눈길이 끝나 아이젠을 벗으니 영평이 아부지 신발 바닥이 너덜 거렸다. 저 등산화로 백두대간도 타고 낙동도 탔다고 하니 엄청난 관록의 등상화다.
몇 가구 안되는 황점마을 가게에서 맛본 막걸리. 이름이 두메산골 막걸리인데 여태 마셔 본 것 중 최고로 맛이 좋았다.
깊은 산골 오지에서 뜻밖의 보석을 발견한 것이다. 세병이나 비웠다.
대장과 의논하여 부동산 등산 코스를 이 쪽 지방으로 한 번 잡아야 겠다.
끝.
첫댓글 덕유설경을 보니 가슴이 설레이네.
같이 즐길 수 없었음이 유감이네.
덕유평전에 원추리꽃 한창 필때를 기다리네.
향적대피소도 수리하여 1인공간으로 바뀌었다 하네.
덕유평전 하얀 눈 밭이 원추리 밭으로 바뀌면 같이 배낭을 꾸립시다. 삿갓재 대피소에서 일박하며 일출도 감상하고---.
영평아부지 신발은 멀쩡하네 창갈이 하면 된다케라!
욕 봤데이!!!
이꽃은 저꽃의 꽃잎 되고 저꽃은 이꽃의 꽃술 되어 어우러진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