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크리스마스는 기차에서 보내게 되는군요. 특별한 이벤트가 되기를
기대하며..
아침에는 물론 일찍 출발하게 됩니다. 일찍 일어난다고 했건만 6:00로군
요. 그렇담 청량리에서는 탑승이 불가능하군요. 원주에서 탑승하는 수 밖
에 없습니다. 터미널 방면 버스도 오지 않아 이천-원주 경로로 가게 됩니
다. 이천까지 3번 시내버스를 타고 갑니다. 기차를 탈 수 있을지..
이천에서 마침 원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군요.(7:55) 이천에서는 여주
직통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어쨋든 다행.. 이번 여행은 긴장으로 부
터 시작됩니다.
약 1시간을 달려서 원주터미널 도착입니다. 정기현님이 전화로 먹거리를
챙겨오라는 전달... 돈이 여하튼 많이 날아가는군.. 기현씨 담에 술한번
쏴요.. 원주역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우유 9개씩
9500원이로군요. ㅠ.ㅠ 맛있게만 드신다면야..
원주역에서는 9:35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마침 #1221이 정차중이로군요.
타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청량리에서 부전까지 가는 열차입니다. 11:40
이라는 운행시간을 가지고 있죠. 한편 상행인 #1222는 12:30분이 걸립니
다.
#1221이 출발하고 입장권을 구입하고 플랫홈으로 들어갑니다. 원주역에서
는 일단 정차한다고 하는군요. 저 멀리 전기기관차를 선두로 눈꽃 환상열
차가 도착합니다. 정기현님이 문까지 마중을 나오는군요.
오늘은.. 박준규님, 정기현님, 이현진님, 우일순님, 최지은님, 고미영
임, 박영희님 그리고.. 외 1님이 참석하셨군요. 활기를 띄는 여행.. 열차
가 출발하고 얼마후 루프식 터널이 나옵니다. 정기현님의 루프식터널 이
야기는 오늘도 계속 되는군요. 반곡, 유곡을 지나 터널을 통과하고 다리
를 건너다 보면 우측으로 옛다리의 흔적이 보입니다. 백척교라고 했다
죠. 아래를 내려다 보면 모텔이 보이는데 잠시후 이곳을 다시 볼 수 있습
니다. 곧 금대 2터널을 통과하는데 이 터널이 또아라굴 곧 루프식 터널입
니다. 또아리굴이라는 이름은 뱀이 또아리를 튼 모습과 흡사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중앙선 건설당시 일본인 측량기사가 설계를 잘못하
여 높낮이가 틀려 쩔쩔매던 중 뱀이 교미를 하는 장면을 보고 이 터널을
만들었다는 이 지역 주민의 구전이 있습니다.
곧이어 치악터널을 통과하는데 전국에서 다섯번째로 긴 터널이 아닌가
싶습니다. 슬치터널, 정암터널, 죽령터널, 인등터널이 앞에 버티고 있으
니까요. 치악터널은 3100여 미터로 충북선 인등터널 4300여미터보다 짧습
니다. 여기도 구전이 전해지는데 일제가 중앙선을 놓으며 징용자를 많이
동원하였는데 병들어 죽거나 구타 등으로 죽은 노무자들을 탈주로 신고하
여 시체를 터널시멘트 벽면에 발라 감추었다고 합니다. 물론 조선인 노무
자들도 일본인 관리를 죽여 터널 벽면에 숨겼다고도 합니다. (장두연, 열
차승무원과 함께 떠나는 낭만과 추억의 기차여행,한솜미디어, 2002)
신림을 지나면서도 해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눈을 많이 못볼수
도 있겠군요. 이 열차는 눈이 와야 진가를 발휘하는데 말이죠. 눈이 안오
면 열꽃선 환장열차라는 탄식섞인 별명이 붙게되죠. 눈이 곳곳에 쌓여있
군요. 봉양에서 충북선 철로와 합쳐지고 화차들이 넓게 서 있는 제천 조
차장을 지나면 제천역에 도착합니다. 기관사 교대가 있다고 하는군요.
제천역을 출발하고 왼쪽으로 우리가 되돌아올 태백선 선로가 보이는군
요. 고명, 삼곡, 도담을 거치는 동안 4차선국도와 철로가 나란히 이어져
있어 마치 자동차와 시합을 벌이는 것과 같은 장면이 연출됩니다. 도담에
서는 시멘트 공장이 있고 도담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화물취급량을 자
랑합니다. 반면에 여객표 취급을 하러 들어가면 직원들이 탁구를 치고
놀 정도로 한가하다고 합니다. 역은 규모가 있는 편이고요. 그리고 왼쪽
으로 도담삼봉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터널이 가리고 맙니다. 두 누 부
릅뜨고 보셔야..
터널을 지나면 단양철교를 건너면서 신단양 시내와 남한강의 절경을 볼
수 있죠. 철교를 건너자 곧 단양역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는 30분 정차로
군요. 내려서 먼저 스템프를 찍고 입장권을 구입합니다.
단양역에서는 우선 역전에 분식집으로 쓰이고 있는 폐객차와 기관차가
볼거리입니다. 박영희님의 카메라가 많이 빛을 보는 것 같군요. 나는
뭐.. 나야 카메라에 '카'자도 잘 모르지만.. 잘 아시는듯.. 기관차에 매
달려 찍는 사진도 재미있군요. 그리고 단양역앞으로 보이는 남한강의 모
습이 더 절경이죠. 하지만 그 속에는 수몰지구라는 이름으로 고향을 잃어
야 했던 사람들의 아픔이 서려 있을 것입니다. 열차가 서있는 사이 #182
새마을호와 교행을 한 모양입니다.
열차는 정시에 출발을 하고.. 오른쪽 차창으로는 남한강의 모습이 비추
어지고 있습니다. 아래로 내려가면 충주댐이 자리잡고 있죠. 발전소라는
시설을 많은 사람들에게는 편리함과 안락함을 가져다 주지만 주위사람에
게는 커다란 고통을 안겨줍니다.
터널을 통과하고 철로는 중앙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립니다. 그리고 구단
양인 단성역을 통과합니다. 이 근처에 신라 적성비가 새겨져 있습니다.
충주와 더불어 단양은 삼국시대에는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충주에는 참고적으로 중원 고구려비가 자리잡고 있죠. 아무
래도 강이 가까이 있던 것이 이유가 되었는데 신라로서는 남한강을 배로
타고 내려가 한강유역을 차지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고 고구려로서는
한강에서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겠지요. 이 지역에는 온달산성이 있는
것이 단적인 증거가 될 수 있겠군요. 게다가 근처의 낙동강을 이용하여
김해지역까지도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되어 있는 셈이고요. 이렇
든 강이란 고대에는 전쟁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것입니다.
열차는 고도를 높이면서 단성시내를 통과합니다. 강가에 늘어선 가로수
가 멋있는 곳입니다.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곳이죠. 이제 중앙고속도로
가 단양 인터체인지를 보내고 다리를 높게 비스듬히 연결하여 산으로 올
라갑니다. 우리 철로는 다시 또아리굴을 만들며 힘겨운 나름대로 극복하
며 올라갑니다. 죽령역을 통과하고 우람한 근육의 산들과 밑의 아찔한 계
곡을 본 뒤 죽령터널을 통과합니다. 4500m로 전국에서 3번째로 긴 터널이
죠. 지금 통리-도계 구간에 루프식 터널이 생긴다고 하는데 길이가 장장
16km라고 하니 얼마나 길지 기대가 되는데요. 아쉽게도 우리의 스위치백
은 소멸되겠군요.
터널을 통과하자 희방사역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죽령터
널전의 우람한 산근육과 계곡은 없어지고 넓은 분지의 평원이 펼쳐집니
다. 희방사도 올라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경험담이 쏟아집니다.
풍기를 지나고 마침 열차 후부는 뻥 뚫려 있어 지나온 철길을 볼 수 있
는 재미가 있죠. 준규님, 지니님 상당히 즐거워하시는 모습. 열차는 영동
선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영주역대신 삼각선의 북영주역으로 들어섭니다.
여기서도 기관사 교대가 있군요.
이제부터는 영동선구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외진 곳을 지나는 철
로입니다. 그만큼 대자연의 경치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곳이죠. '나
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씨는 평창, 정선 지방을 '우리나라의 오
장육부'라고 표현하였는데 이 구간도 그런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봉화를 지나면서는 낮은 산자락 밑에 넓게 펼쳐진 논이 인상적입니다.
가을에 벼를 모두 거두고 난 논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쓸쓸해 보이면서도
내년봄을 준비하는 땅의 휴식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터널이 많아 지는
가 싶더니 철로는 강가를 끼며 절경을 연달아 보여줍니다.
어느덧 승부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터널을 통과하고 철
다리를 건너자 산속의 자그마한 승부역에 도착합니다. 한가한 시골동네
는 한편의 열차로 대번에 시끌벅적 해집니다. 여기서는 약 1시간 동안 정
차합니다. 저번 수해로 여기도 피해를 많이 봤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흔들다리도 없어졌다고 하는군요. 그래도 가교는 연결되어 물을
건너고 현지주민들이 천막으로 임시적으로 만든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맛봅니다. 여기서 직접 채취하였기에 맛은 시골에서의 밥상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소박합니다. 고향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격려를 받는 듯한
느낌입니다. 국물로 나온 우거지국의 맛은 향기로운 나물과 섞여 저의 가
슴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모두들 맛있게 드시고...
잠시 산길을 걸어봅니다. 이리저리 우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면서..
승부역은 철도가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라고 합니다. 지금이야 마을버스
도 가끔 들어오고 자가용도 많이 생겼지만 전에는 기차외에는 승부에 들
어올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외진 곳이기 때문에 전쟁시에는 난리
를 피할 수 있는 장점도 있죠. 지금은 철로변이라 사정이 달라지겠지만
임진왜란 당시에는 정말로 교통이 불편하여 이곳만은 발견하지 못하였을
듯 합니다. 이 지역 근처에 십승지 중의 하나가 있다고 하죠. '하늘도 세
평, 땅도 세평'이라는 문구가 이 곳의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승부역사에는 정기현님이 아시는 역무원이 계셔서 스템프로 잘 받고 즐
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역간의 열차 운행 상황을 알 수 있는
기계를 보고 일행 모두 신기한 눈으로 살펴봅니다. 선로에 약한 전류가
흘러 열차의 운행상황을 알 수 있다는 부역장님의 설명이 있습니다. 역구
내 선로 상황판에는 #3355라는 우리열차번호가 써진 아크릴판이 붙여져
있습니다. 마침 역사안에는 모 탤런트 분이 들어오셔서 철도청 모자를 써
보기도 하고 관심을 내보이는 것 같군요. 우리 일행이 알아보면서 사진
을 같이 찍기 위해 '납치'를 해갑니다.(최지은님과 외1님의 주동으로 ^^)
이렇게 그럭저럭 보내다 보니 1시간이 금방 지나가는군요. 이곳 승부는
봉화군 석포면에 속해 있는 곳입니다.
열차는 다시 출발하고 석포역에서는 부산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우
리와 교행하기 위해 서있군요. 언덕위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반대
편으로는 공정을 하면서 발생한 황산을 다시 열차에 실어 판매하는 공장
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점역에서는 태백시가 시작되죠.
열차는 열차점검을 위하여 철암역에 20분간 정차합니다. 마침 눈이 오
기 시작하는군요. 열차가 서있는 사이 철암역사로 들어가 스템프를 찍습
니다. 마침 우리일행 외 어느 손님도 스템프를 찍기위해 바삐 들어오시는
군요. 입장권도 구입하려고 했으나 발매를 할 수 없다고 하는군요.
#3356으로 열번이 바뀐 우리열차는 백산에서 태백선으로 들어갑니다.정말
로 눈이 많이 오는군요. 이제야 이 열차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 같습니
다. 태백을 지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는 추전역에 도착합니다. 정말
로 눈이 많이 와 우리의 여행은 절정에 달합니다. 여기서도 스템프를 찍
고(지금도 꼬미님의 모습을 보면 뜨끔한걸 -.-;;)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
은역 해발 855m'라고 쓰여진 비석앞에서 우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봅니
다. 사진에 우리의 모습을 담기위한 준규님의 필사적인 노력이 엿보입니
다. 역 앞의 광차는 10월 정모때 제가 올라 탄 기억이 나는군요.
모두들 눈을 맞으며 즐거운 모습들,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눈을 맞으
며 즐거워하던 주인공들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우일순님이 기운을 차리
시는듯.. 아쉽게도 추전역에서의 정차시간은 20분에 불과합니다.
모두들 아쉬운 마음을 접고 들어간 1호차 입구는 사람들의 신발에서 나
온 눈들로 가득합니다.
열차안에서 아쉬운 마음을 접고 오늘의 여행을 접습니다. 마지막은 열차
이야기, 여행추억담을 이야기하며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모두들
수고 하셨습니다. 오늘 여행 주관하신 정기현님 수고 하셨습니다.
*오늘의 교통편
용인(우리집)->이천 3번 시내버스 경남여객
이천->원주 경기고속
원주-제천-단양-승부-철암-추전-제천-청량리 #3355, #3356
*승차권
청량리->청량리역
*스템프
단양역, 승부역, 철암역, 추전역
*입장권
원주역, 단양역
*다음카페-기차여행기를 적는 사람들
*p.s- 과연 눈꽃환상열차에는 입석이 발생될까? ㅋㅋㅋㅋ
카페 게시글
기차여행(강원도)
NO.23[가자 철마야] 눈꽃 환상열차(2002.12.25)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