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시내 산악회에 참석했다. 회장님은 얼굴 잊어 먹겠다며 반갑게 맞아 주신다. 백전노장들...그게 이 산악회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고 무슨 일이든 모두가 먼저 나선다.
우리의 목적지는 충주 대미산 악어봉이다. 처음 들어보는 산이름이고, 당연히 가보지 못한 산이었다. 나는 사전 어느 블로그에서 이 산에서 충주호를 배경으로 찍은 멋진 사진이 있어 그것을 유사하게 찍기 위하여 포인트를 찾을 목적도 있었다.
백발청춘 유머스러운 총무님은 여전하시다. 듬직한 산행대장의 안내에 의하면 우리가 가는 코스는 우리수퍼-몽선암-대미산-두루봉-월악수리봉-큰악어봉-악어봉-월악도토리묵밥집으로 산행거리는 10.5km라고 하였다. 산의 높이도 그렇고, 산행거리도 적당하다고 모두들 생각했다.
3시간여 버스를 타고가서 내사리 마을입구에 내렸다. 등산로 입구를 보니 이곳은 비탐방구역으로서 등산인들이 많이 찾지 않는 듯 하였다. 차에서 내려 몽선암을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랐다. 차도 올라가지 못할 정도의 경사진 곳을 올라 한참 오르니 몽선암이 나타났고, 그곳을 지나니 이제 산은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땀을 한바탕 흘린 끝에 첫번째 봉우리인 대미산(680.5m) 정상에 도착했다. 먼저 온 분들이 역시 역전의 용사, 나이가 든 분들이었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갈길이 만만찮다. 우리가 가는 길은 악어의 등어리처럼 등날이 경사지고, 뾰쪽한 바위들이 날처럼 서있어 사람들에 말에 의하면 바위를 딛으면 신발에 구멍이 날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하였다.
산은 낮지만 경사가 심하고 가파라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사고로 이어질 것 같았다. 비탐방구역이라 안내표지판도, 시그널도 잘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웬 봉우리는 그렇게도 많은지 산 하나를 오르면 다음은 내리막길, 그런가 싶더니 다시 오르막 산봉우리가 기다린다. 쉴새없이 봉우리와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그렇게 봉우리가 기록에 의하면 14개(세어본 사람은 16개라고 하였다)란다.
처음부터 내가 기대하였던 충주호의 아름다운 전망은 나무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멀리 월악산 봉우리도 겨우 나뭇잎을 젖히고 사진을 찍었다. 지형으로 보아선 이곳이 딱 요산요수(樂山樂水)인데 이런땐 숲이 울창한게 아쉽다.
봉우리가 너무 많고 코스가 험하다보니 체력소모가 무척 많았다. 연신 땀을 흘리고 쉴새없이 봉우리를 넘었다. 적어도 시내 산악회 중 경륜이 많은 분들이 모였는데도 모두 혀를 내두른다. 마지막 하산지점은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여 가파른 산을 직선으로 미끄러 내려오다시피 하였다. 늦게 도착한 회원들은 정해진 시간에 1시간이나 지연되었다. 걱정과 원망, 그런건 어느 산악회나 있는 다반사다. 험지 비탐방지역이라 누구에게도 지형의 사전 정보가 없었던게 원인이다.
정말 힘들게 산행을 하였지만 그동안 편안한 등반을 하였던 것에 대한 오랫만의 체력점검 차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같이 고생한 대원들과의 유대를 돈돈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흐믓한 마음도 들었다. 이곳이 오게 된 것은 나 자신은 좋았지만, 누구에게 추천하지는 않으련다.ㅎㅎ
사람들은 한번으로 족하고 두번 갈 산은 아니라고 하였다. 그래도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하신 집행부의 수고에 감사드리고, 그리고 함께하신 모든분들께 건강을 기원한다.(마지막 사진 두장은 코스를 잘못 잡아 내가 찍은 것이 아니고, 다른 회원님이 찍은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