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인성 교육과 좋은 부모 되기는 늘 학부모들의 화두다. 교육정책에서 답을 찾으려는 시도가 많지만, 가정과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주말농장에서 작물을 가꾸며 인문학적 소양과 인성을 다져가는 에듀팜대회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 콘테스트. 도시 학생들과 부모에게 '흙에서 노는 참 재미'를 전파하는 에듀팜 백현상 대표를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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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미정 김설경 이연순 장지영 손경란 김현명 신혜영 정수연 안경화씨. |
농작물 수확보다 흙과 인문학 통한 인성 교육이 목표 |
경기 성남의 에듀팜 농장. 8월의 뙤약볕 아래에서 학생 10여 명이 밭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이마에 흐르는 비지땀에도 아랑곳없이 농작물을 가꾸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매달 첫째·셋째 주말 오전 이곳에서는 '에듀팜대회' 가 열린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농작물이 잘 자라기 위해 꼭 필요한 잡초 뽑기, 물 주기, 거름주기 등을 '미션' 으로 수행한다. 참가 학생들은 홈페이지에 활동 보고서도 작성하고, 부과된 미션에 따른 개별 농사 활동을 종합해 평가를 받는다. 격주로 치러지는 농사 활동과 체험 활동, 인문학 강연 외에 사생대회와 1박 2일 야영, 글짓기 대회 등에도 참여한다.
"콘테스트라고 해서 우승을 다투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회가 아닙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참가하고, 그 가족도 어울려 즐겁게 텃밭을 가꾸는 프로그램이에요. 보통 주말농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농사뿐 아니라 체험 학습도 하고, 가족과 함께 인문학 강연을 듣는다는 점이죠."
에듀팜 백현상(50) 대표는 '에듀팜대회는 소통프로젝트'라고 소개한다. 흙을 만지고 작물을 키우는 체험을 통해 부모와 자녀들이 서로 이해하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것. 그는 수만 명이 학교에서 폭력과 따돌림으로 상처받는 현실과 그 안에 내재된 교육 문제를 가정과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처음엔 엄마 손에 억지로 끌려 나오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밝아지면서 농장에 오는 날을 기다렸다고 하더라고요. 배려심이 부족하던 아이가 이번 주에 못 온 친구에게 가져다 주겠다며 상추를 넉넉히 뜯기도 하고요. 인문학 강의를 통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알아가는 부모님들의 변화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
 백현상 대표는 생활 밀착형, 장기간 진행되는 지속형, 흥미를 유발하는 경연 대회 형식의 인성 교육을 고민하다가 에듀팜대회를 고안했다. 사진은 에듀팜대회에 참가한 학생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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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을 잘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인문학과 예술적 경험을 더해 인성이 강화되는 게 그의 목표다. 무슨 일이든 일회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인내하며 꾸준히 애정을 쏟아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법. 농사일이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다. |
청소년 벼룩시장, 자원봉사, 문화·예술 체험 등 접목 계획 |
30년 가까이 교육 현장에서 수학 강사로 활동해온 그가 에듀팜을 시작한 건 지난해 4월. 부푼 꿈을 안고 시청과 교육지원청의 문을 두드리며 지원을 요청했지만, 굳게 닫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사재를 털어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150명이 참가 신청하면서 그의 뜻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출발은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연말까지 몇 명이나 남을지 걱정됐어요. 참가비가 없는 무료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죠. 종료 시점에 50명만 남아도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밀어붙였습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해 12월 14일 에듀팜대회 수료식에 참가한 학생은 무려 180명. 에듀팜을 통해 달라진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홍보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교육부 '우수 인성 교육 프로그램' 인증까지 따냈다. 그가 기획한 청소년 미디어 사업은 성남문화재단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청소년 신문제작 프로젝트'의 결실을 맺었다. 현재 청소년 신문 '스스로 크는 나무'를 발행 중이다. 에듀팜대회는 경기 성남뿐 아니라 경기 고양, 부산 기장·영도, 대구, 경북 고령, 충북보은 등지에서도 열린다. 참가비 없이 재료비와 간식비만 본인이 부담하면 되고, 집에서 가까운 곳에 농장이 있어 참가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반기에는 사회적 기업 심사 참가도 고려하고 있어요. 농사를 아이템으로 시작했지만 인성 교육이 목표인 만큼 그 범위를 넓혀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인문학 강좌와 체험 활동 외에 청소년 벼룩시장, 자원봉사, 문화·예술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
에듀팜대회 참가 문의 1661-7906(http://cafe.daum.net/edufarmsn)
미즈내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