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충남지부 창립대회가 먼저였는지 대전지부 창립대회가 먼저였는지 헷갈리는데, 아마 대전지부가 나중에 창립대회를 했었던 것 같습니다. 대전지부 창립대회를 한남대학교에서 했는데, 지원한다고 충남지부 선생님들도 많이 갔었습니다. 한남대를 들어갈 때는 경찰이 없었는데, 식을 한참 하고 있는데 경찰이 한남대를 뺑둘러서 포위하고 봉쇄했습니다. 식이 끝난 다음에 대학교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정문에서는 최루탄이 터지고 투석전이 시작된 모양입니다. 충남지부 7, 8명의 선생님들과 같이 상의했는데 대학교 뒤쪽 외국인 교수 사택 쪽은 설마 경찰이 없을테니 그쪽으로 가자고 해서 같이 외국인 교수 사택 쪽 언덕배기를 걸어갔습니다. 나는 15m 쯤 앞서서 걷고 있었는데, 아래쪽에서 "당신들 선생이지?"하는 소리가 들려서 아래쪽를 보니 건장한 형사 4, 5명이 아래쪽 선생님들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나는 윗쪽으로 달려 도망쳤는데 형사 한명이 쫓아왔습니다. 달리다가 보니 앞에 꽤 높은 담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넘기에는 어림도 없을 높이였을텐데 이때는 한번의 도약으로 담위를 잡고 담을 넘었습니다. 담을 넘고 보니 경찰은 쫓아오지 않았습니다. 한쪽에 앉아서 숨을 돌리고 쉬고 있자니 다른 선생님들께 미안했습니다. 그때는 나만 연행이 안되고 다른 선생님들은 다 연행이 된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안되겠다. 정문으로 나가서 경찰에 잡혀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정문쪽으로 나가니 이미 경찰은 모두 철수하고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사히 집에 돌아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거동이 불편하셨던 강** 선생님만 연행이 되었고 나머지 선생님들은 모두 무사하게 빠져 나갔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런데 강** 선생님은 자기만 남겨놓고 도망간 선생님들이 원망스러웠는지, 자신이 쓴 단편소설에 이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숫자가 경찰 숫자보다 믾았는데 싸우지 않고 도망쳤다고 서술했습니다. 뭐 어쩔 수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