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색깔에 대한 집착은 남다르다. 특히 붉은색과 황금색은 5천년 중국역사를 관통해 지금까지 가장 사랑받는 색상이다.
두 색상의 조합은 중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환상의 콤비다. 가장 쉽게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 중국국기인 오성홍기와 휘장이고, 붉은색 바탕에 황금색 글자로 쓰인 행사 현수막이다.
우선 붉은색은 중국에서 많은 의미를 가지는데,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행운과 복(福), 경사와 기쁨을 상징한다. 과거 봉건사회에서 정3품 이내의 관리들은 짙은 붉은색을 입도록 했으며, 그 밑으로 정6품까지는 짙은 자주색 옷을, 말단 관리들은 청색이나 검은색 관복을 입었다. 따라서 붉은색이나 자주색 옷을 입는다는 것은 ‘고위직으로 출세했다’는 행운과 경사를 의미한다.
중국어 표현 중 ‘대홍대자(大红大紫)’라는 말이 있는데 (붉은색 옷과 자주색 옷을 입었으니) 총애를 받아 높은 자리에 올라 크게 출세했다는 뜻이다. 또한 붉은색은 황제의 최측근을 의미하여 누군가가 지도자에게 신임을 받는다면 그 사람을 ‘홍인(红人)’이라고 불렀다.
중국에서 신생아에게 입히는 산의(产衣), 결혼할 때의 장식품, 춘절(春节)에 집집마다 대문에 붙이는 춘련(春联)까지 대부분이 붉은 색이다. 삶과 인생의 가장 중요한 출생, 결혼, 출산의 3대 경사 모두에 붉은 색이 함께 한다.
둘째, 붉은색은 피와 색깔이 같기 때문에 악귀를 쫒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국어에 ‘구사초복(驱邪招福)’이라는 말이 있는데 ‘악귀를 쫒으며 부를 부른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12년마다 돌아오는 자신이 태어난 해와 같은 띠의 해를 본명년(本命年)이라고 부른다. 이 해에는 악운이 집안에 든다는 민간신앙을 대부분 믿기 때문에 악운을 쫓기 위해 중국인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예를 들어, 집안에 붉은색 물건을 되도록 많이 걸어두거나, 붉은색 속옷과 붉은색 양말을 신고 다닌다. 만약 중국에서 붉은색의 양말을 신고 다니는 사람을 보게 되면, 그해 띠에 맞는 연령을 추측할 수 있다는 얘기다.
셋째, 상서로움과 길함을 의미한다. 붉은색은 중국 고대의 태양신과 대지의 신에 대한 숭배에서 기원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베이징에 있는 자금성인데, 자금성의 문과 벽은 모두 붉은색으로 되어 있다.
또한 중국의 홍바오(紅包) 문화도 대표적인 상서로움과 길함의 문화에서 유래했다. 세뱃돈·용돈 등을 줄 때는 대부분 붉은색 봉투의 홍바오를 사용한다.
반대로 흰색은 주로 죽음이나 장례와 연관성이 깊기 때문에 장레식장에서는 흰 봉투를 사용한다. 따라서 경조사를 중국어로 ‘홍백희사(红白喜事)’라고 표현한다. 붉은색은 경사를 흰색은 조사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많은 중국기업들이 붉은색 기업이미지(CI, Corporate Identity)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1000대 기업 중 약 30% 이상은 붉은색 CI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중국인들이 붉은색에 집착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회사 CI뿐만 아니라 붉은색을 활용한 디자인 컨셉의 제품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중국 음료업계의 절대강자인 ‘왕라오지(王老吉)’는 붉은색 바탕의 디자인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준 대표적인 성공사례이다.
중국 음료업계의 절대강자인 ‘왕라오지(王老吉)’는 붉은색 바탕의 디자인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한편 황금색은 황금이 의미하는 것처럼 고귀함과 부(富)를 상징하는 색상으로 과거 청나라 때는 황제만 입을 수 있는 색상이었기 때문에 황제를 제외하고는 모두 금기시되었다. 자금성의 지붕 색상도 황금색이고, 황제가 쓰는 물건의 기본적인 색상은 대부분 황금색이었다.
따라서 중국 비즈니스에서 중국인들에게 선물할 때도 황금색 포장지를 쓰는 것이 좋고, 붉은색과 마찬가지로 황금색 디자인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
붉은 색이 하늘을 상징한다면, 황금색은 땅을 상징한다. 한국 MCM 가방이 중국에서 최고의 명품 대우를 받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독특하고도 화려한 황금색 징이 박힌 디자인으로 중국인들 사이에서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색상 디자인과 마케팅을 활용한 또 다른 성공사례는 바로 중국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LG생활건강의 ‘후(后)’ 화장품이다. 제품성능의 우수성은 기본으로 하고, 왕후(王后)를 상징하는 브랜드 네이밍과 용기와 뚜껑까지 모두 화려한 황금색 장식으로 디자인해 중국시장에서 적중한 것이다.
LG생활건강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의 모델 이영애가 지난해 6월 홍콩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2018 후 궁중연향 in 홍콩’ 행사에 참석해 천율단 라인의 글로벌 런칭을 축하하고 있다. ‘후’는 제품성능의 우수성은 기본으로 하고, 왕후(王后)를 상징하는 브랜드 네이밍과 용기와 뚜껑까지 모두 화려한 황금색 장식으로 디자인해 중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위 사례에서 보았듯이 중국의 색깔문화와 비즈니스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색깔이 가지는 함의가 중국 비즈니스 마케팅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한정판 황금색 스마트 폰을 출시해 하루 만에 완판되면서 이제 ‘한정판-황금색’ 비즈니스 라인업은 중국 색깔 마케팅의 정석이 되었다.
또한 쿠첸의 황금색 및 붉은색 압력밥솥의 경우도 2015년 상해 가전전시회에서 디자인상을 받으면서 중국에서 대성공을 거두었고, 휴롬의 붉은색 착즙기도 중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특히, 중국 홈쇼핑에서 진행한 한정판 황금색 착즙기의 경우는 방송 30분 만에 완판되었다.
물론 제품의 기술 및 성능이 우수해야 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과 성능만 가지고 중국에서 성공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잡아야 하고, 중국의 문화적 성향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 소비자들의 색깔에 대한 독특한 심리와 믿음을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접목하고 최적화시키는 지혜와 노력이 부가된다면 중국 비즈니스는 조금 더 수월해 질 수 있다. 올해는 황금 돼지해인 만큼 우리기업 중국진출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중국 비즈니스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서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