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신도시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신규 아파트 공급 가격이 인근 집값보다 크게 낮아지자 정부가 채권입찰제를 통해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금액의 상당 부분을 회수해왔던 지역이었으나 올해 1월에 공급된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아파트(921채)는 채권입찰제를 피해갔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가격이 급락하면서 분당신도시와 성남시의 집값 시세도 바닥을 맴돌아 분양가가 과도하게 싸다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경부축 주변 집값까지 오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분양가와 주변 시세의 격차가 다시 커져서다.
특히 판교신도시 시세만 놓고 보면 예상 분양가보다 3.3㎡(1평)당 최고 1000만원 가까이 높다. 주택업계에서는 채권입찰제가 적용되지 않으면 '로또'논쟁이 재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타운하우스 · 주상복합 3.3㎡당 1600만원에 분양예고
5일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판교신도시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대한주택공사가 오는 10월 내놓는 타운하우스 300채와 내년 2월쯤 중심상업지구 알파돔시티에서 분양 예정인 주상복합아파트 930채 등으로 대부분이 채권입찰제 적용 대상인 중대형이다.
예상분양가가 3.3㎡당 1600만원 안팎에서 거론되는 주택공사 타운하우스는 서판교 끝자락 B5-1 · 2 · 3블록에 들어서며 128~254㎡형 규모다. 주공이 최고의 주택단지를 만들겠다며 국제설계공모까지 진행해 해외 유명건축가 3명이 설계를 맡게 됐다. 후분양제로 입주는 내년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타운하우스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판교라는 입지적 장점을 감안하면 인기가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판교신도시 핵심인 알파돔시티의 주상복합 아파트도 분양가가 3.3㎡당 1600만원 정도로 예상돼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알파돔시티는 신분당선 판교역을 중심으로 5조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투입해 조성하는 중심상업지구다. 주상복합 아파트 입지로는 판교신도시에서 최고로 꼽힌다. 개발업체는 최상층인 펜트하우스를 초대형으로 설계해 랜드마크로서 상징성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판교는 3.3㎡당 2500만원 넘고 인근 시세도 상승세
이들 주택은 공공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지 않는 한 신규 주택 공급가격은 3.3㎡당 1600만원 안팎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반면,현재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거래가격은 3.3㎡당 25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판교신도시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웃돈'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올 만큼 시장 상황이 나빴고 심지어 계약자들이 채권 매입 금액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로또 본색'을 드러냈다. 알파돔시티 주상복합 아파트 인근의 서판교 봇들마을 금호어울림 127㎡형은 10억원을 호가해 3.3㎡당 2600만원 선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채권입찰제 없이 같은 크기의 알파돔시티를 당첨받으면 4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인근 시세도 회복세를 탔다. 분당신도시의 대표적인 주상복합아파트 파크뷰의 158㎡형은 올초만 하더라도 10억7000만원에도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난 2분기에는 13억7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현재 매물도 14억원에서 호가된다. 최근 매매가를 3.3㎡당 가격으로 계산하면 2700만원이 넘어 연초보다 5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지금 상황이라면 채권입찰제 도입 불가피
분양 예정가와 시세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채권입찰제 적용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현지 중개업계 관계자는 "채권입찰제에서 벗어난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아파트는 시세와의 차이가 3.3㎡당 200만원에 불과했고 주택시장이 악화됐을 시기인데도 청약신청자가 2만5000명을 넘어 경쟁률이 27대 1을 넘었다"며 "향후 분양 물량에 채권입찰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도 판교신도시 채권입찰제 적용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채권입찰제 적용 여부를 포함해 인근 지역 시세를 어떻게 결정할지 등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지 않았지만 과도한 시세 차익이 예상되면 사업시행자와 협의해 당연히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