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30분 분당에서 출발하여 삼목항에 도착하니 오전 8시20분. 세규네 부부가 산본역에서 형덕이를 태우고 삼목항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도 거의 같은 시간.
오랫만에 부부동반 나들이에 형덕이 부인이 일요일 영업관계로 참석하지 못했고, 형덕이가 처가쪽 행사가 있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오늘 나들이를 예정데로 강행했다니 친구를 빼았아온 느낌이 들어서 미안한 맘이 들었다.
날씨가 잔득 흐려 있었지만 오후6시경에나 비가 내릴 확률 60%라는 구라청의 예보가 큰 위안이 되었다. 삼목항에서 오전 8시40분 배에 탑승하였고, 우리 일행은 배의 옥상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선상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김밥에 라면, 계란과 제육볶음으로 마련한 아침식사. 세규가 쿠바에서 가져온 위스키에 콜라를 칵테일해서 마시고, 커피까지 마시고 나니 온 세상을 얻은 듯한 행복한 느낌이었다.
주말이면 탑승객이 초만원이라던데 오늘은 비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인지 신도에서 하선하는 사람은 우리 일행이 유일했다. 버스를 타고 신도에서 시도, 모도로 가야하는데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30여분 남아 있다기에 해변가에 마련된 그늘막 평상에 다시 자리를 폈다. 수진엄마가 준비해온 배를 안주삼아 위스키 칵테일 잔을 돌리며 다들 벌써 취기가 돌았다.
버스를 타고 해안도로를 구비구비 돌아가며 차창 밖에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가을 걷이 논밭이 아름다웠다. 전세낸 듯이 우리 일행만을 태운 버스가 시도를 지나 버스 종점에 도착하니 모도란다.
해안가 입구에서 조각공원이라며 입장료를 받는데 허가를 받아서 하는 영업은 아닌듯 싶었다. 비가 부슬부슬 뿌리기 시작하여 우산을 받쳐 들고 바닷가에 자리잡은 조각공원에서 색다른 작품들을 감상하며 사진촬영도 했다.
수진엄마와 지현엄마는 거지열매인지 거지풀인지하는 열매를 채취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열매를 삶아서 머리를 감으면 흰머리가 없어진다기에 나도 좀 거들어 준 후 해안을 끼고 돌아가서 아늑한 곳에 캠프를 정했다. 파도에 실려온 굴껍질이 하얗게 싸인 바닥에 앉아 엉덩이 맛사지를 하며 이른 점심식사를 하기로 짐을 풀었다.
위스키 칵테일에 소주에 막걸리, 족발과 바로 채취해온 참소라를 안주삼아 술이 돌고돌니 형덕이와 세규는 꼭지가 점점 돌아가고 있었다. 수진엄마가 갯바위 틈에서 빨리 오라는 소리에 출동한 태웅이 엄마가 참소라를 비닐봉지에 가득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또 재미있었던 것은 바닷가에서 돌만 뒤집으면 나타나는 방게를 잡느라고 굴껍질에 손가락이 베어 피가 나는 줄도 모르는 즐거움은 이런 경험이 없이는 느껴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구라청의 일기예보가 어김없이 빗나가 비가 질척질척 내려도 마냥 즐거운 순간의 연속이었으나 아쉬은 해변을 뒤로 하고 우리 일행은 다음의 행선지로 가기 위하여 짐을 챙겼다. 우산을 펼쳐들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버스를 타고 신도항에서 다시 승선하여 삼목항에 도착하니 오후2시30분이라서 뭘 먹으러 가기도 너무 이른 시간이다.
우리 친절한 가이드 승혁이가 백운산 기슭에 자리잡은 신라 고찰인 용궁사를 둘러보자고 하자 모두가 찬성. 용궁사(예전에 백운사라고 불렀다한다) 사찰 경내를 돌아보고 보호수로 지정되어있는 느티나무 고목을 돌아 옆길로 살짝 들어서니 팔각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은 잠시 휴식을 하며 비를 피하고 있었는데 세규가 내 손을 잡아 끌며 산책을 하잖다. 잘 정리되어있는 흙길을 지나서 마대카페트가 깔려있는 오솔길에 오르자 연속되는 계단길이 이어졌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우산을 받쳐들고 조금만 가면 백운산 정상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올라갔는데 생활체육시설이 보이고 뒤에서 따라오는 인기척을 살펴보니 지현엄마와 태웅이 엄마였다.
조금만 가면 백운산 정상이겠지 하는 생각은 바램이었을 뿐. 세규는 계속이어지는 계단길을 잘도 오르고 난 따라가기 바쁘기만 했다. 요즘 싸이클을 즐기고 있는 세규가 하체근력이 많이 좋아졌나 보다. 힘겹게 오른 백운산 정상같은 헬기장에서 사진 한컷씩을 휴대폰에 담아두고 하산하여 저녁식사를 즐길 횟집으로 이동했다.
형덕이가 쏘는 막회에 산낙지, 매운탕에 칼국수, 그리고 소주를 곁들여 해변을 바라보며 오랫만에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구한말, 근현대사, 일본의 대륙진출 야심에 동조한 미국, 일제 식민지와 친일파, 광복후 친일파를 흡수한 미군정, 4대강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에 운명을 맡기고 있는 한국, 샌프란시스코조약, 한일협정,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남한의 핵포기와 군사작전권, 싸드, 세월호, 백남기, 송민순 회고록, 여당 야당 정치인들, 시국이 어떻고,,, 말이 되든 말든 모두의 주장이 강해서 아직은 목소리가 크면 이길 수 있을 정도의 토론을 했다고 여겨졌다.
자자자 이제 토론이고 뭐고 그만하고 다음 모임을 어떻게 할까? 형덕이가 다음 모임은 신년회가 어떻겠냐고 하자 세규가 11월에 만나야지 뭔소리냐고 야단이다. 11월에 모임을 기대하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아쉬운 악수를 나누고 오늘의 여정을 마쳐야 했다. 어부인들 오늘 여정이 어떠했나요? "오늘 아주 좋았어요~!"라고 합창을 했다.
첫댓글잘듯 오붓한 시간 보냈다 하니 고맙고 즐거웠습니다. 부부 야외모임은 정말 오랫만에 한것 같습니다. 비오는 가을날의 소풍,, 섬 평야의 누런 고개숙인 벼이삭을 보면 우리도 노년으로 가는데 고개 숙여야 한다,가 저절로 생각나는 시간 이었습니다. 모도 조각공원 유원지.. 신도 구봉산은 트래킹 못 하였지만 대신 백운산과 용궁사는 정말로 좋아 하더군요.. 감사합니다.
첫댓글 잘듯 오붓한 시간 보냈다 하니 고맙고 즐거웠습니다.
부부 야외모임은 정말 오랫만에 한것 같습니다.
비오는 가을날의 소풍,, 섬 평야의 누런 고개숙인 벼이삭을 보면 우리도 노년으로 가는데 고개 숙여야 한다,가
저절로 생각나는 시간 이었습니다.
모도 조각공원 유원지.. 신도 구봉산은 트래킹 못 하였지만 대신 백운산과 용궁사는 정말로 좋아 하더군요..
감사합니다.
다음 모임은 1월 초하루 신년회가 있어서 ..
11월 모임은 ..너무 잦지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개인생각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