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볍게 떠나는 인체 상식기행 >
1. 지름 2.4 cm의 세계, 마음의 창 -눈 -
동양인이나 서양인이나 모든 인종의 눈동자(동공, 瞳孔)는 새까맣다. 따라서 ‘갈색 눈동자’ 라는 표현은 틀린 것이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눈망울의 저 안쪽에 있는 망막(網膜)은 검고 그 검은색이 눈동자에 비치기 때문에 누구나 눈동자는 검다. 그리고 이 눈동자 둘레에는 눈조리개(홍채,紅彩)라는 근육이 있어서 이것의 수축과 이완으로 눈동자가 작아지고 커짐에 따라 빛의 양이 조절되는데, 이완으로 눈동자가 작아지고 커짐에 따라 빛의 양이 조절되는데, 이 눈조리개의 색깔 때문에 동양인과 서양인의 눈 색깔이 다른 것이다. 특히 백인들은 멜라닌(melanin) 색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홍채도 푸르스름한 색을 띠므로 ‘푸른 눈’을 갖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양인은 견딜수 있는 빛에서도 백인들은 눈이 부시기 때문에 색안경을 자주 쓰는 것이다. 한마디로, 눈의 색을 결정하는 것은 이 홍채의 색깔이며 따라서 갈색 눈동자 가 아니라 ‘갈색 홍채’가 맞는 것이다.
-흰토끼(집토끼)의 눈은 왜 붉을까?
흰토끼의 털이 흰 것은 검은 색소인 멜라닌을 만드는 유전인자가 없기 때문인데(일종의 돌연변이로, 사람도 피부에 색소를 만들지 못하는 백화병-albino-이 있다), 색소를 생산하지 못하므로 눈의 망막이나 홍채도 까맣게 될 수 없다. 홍채는 물론이고 눈동자까지 모두 붉은 것은 망막에 분포한 핏줄이 반사되어 눈 전체가 붉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산토끼는 어떨까? 놈들은 털 색깔이 회갈색으로, 색소를 만드는 유전인자가 있기 때문에, 눈의 망막이나 홍채가 붉은색을 띠지 않는다.
-사람이 갓 태어났을 때는 말도 못 하고 걸음마도 못 하는 것처럼, 눈도 처음에는 거의 시력이 없지만 5~6세가 되면 어른과 같이 완전한 시력을 갖게 된다. 젖먹이들의 눈은 원시(遠視)라서 가까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장난감을 눈으로 보지 않고 입으로 가져간다. 그래서 이 시기를 ‘빠는 시기(sucking period)’라고 하는데, 눈으로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가려내는 시기인 것이다.
-사람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세상을 원색(천연색)으로 볼 수 있다. 망막의 시세포(視細胞)에는 간상세포와 원추세포가 있는데, 간상세포에는 적색, 녹색, 청색 등에 예민한 세종류의 색소세포가 있다. ‘색약(色弱)’은 3색계의 원추세포가 모두 있기는 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나 두 종류의 세포가 기능적으로 부실할 때이고, ‘색맹(色盲)’은 어느 한 색의 원추세포가 결손 되었을 때를 말한다. 이 모두가 유전하는데, 성염색체(x염색체)에 그 인자가 들어 있기 때문에 이를 반성유전(伴性遺傳)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새들은 원추세포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낮에는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밤이 되면 장님이 되고(주행성), 올빼미나 부엉이 같은 야행성 조류는 간상세포만 가지고 있어 오히려 낮에 장님(야행성)이 된다. 해질녘이면 이미 빛이 약해져서 원추세포를 자극할 수 없기 때문에 밤에는 만물이 회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길이 0.1mm이하의 물체를 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신의 섭리일지도 모른다. 만일 눈이 현미경처럼 밝아 방안의 곰팡이 홀씨가 탁구공만하고, 냉면 육수에 든 대장균이 올챙이만하고, 안경에 물은 먼지가 손톱만한 크기로 보인다면 어땠을까? 살다 보면 이렇게 부족하고 모자란 것이 좋을 때도 있다.
2. 귀는 듣는 일 말고도 몸의 평행을 유지한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음역(가청음역,可聽音域)은 16~24000Hz(헤르츠)이고, 대화할 때의 영역은 250~2000Hz로, 이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소음이 되고 그것은 곧 소음공해가 된다. 20℃에서 소리의 속도는 1초당344m인데, 소리는 소리의 문인 귓바퀴에 모여 귓구멍을 통해 귓속으로 들어간다. 귓바퀴는 피하지방조직이 없고 탄력성이 있는 탄성연골(彈性軟骨)이 퇴화되어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비록 귀가 앞으로 향해 있지만, 귓바퀴 안쪽에 주름이 져서 소리가 미끄러져 날아가는 것을 막고 소리를 모으는 일을 한다. 그런데 개처럼 귀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사람의 귀를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사실 사람들 중에는 귀를 조금씩 움직이는 이도 있는데 그것은 연습을 거친 것이지, 절대로 개처럼 하지는 못한다. 귓바퀴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열을 잘 빼앗겨 체온보다 훨씬 낮으므로 우리가 뜨거운 물체를 만졌을 때 그 손끝이 갈 곳을 제공한다. 무슨 일을 그 이상 어떻게 해볼 계책이 없어서 운명만을 기다릴때 “귓볼만 만진다”고 한다. 하지만 뜨거운 열을 식히기 위해서도 귓불을 만지는데, 이 귓불이 크고 길면 동양에서는 ‘부처님 귀’로 대접을 받지만 서양에는 ‘못난이 귀’가 된다. 당나귀는 귀가 큰 동물이다. 그래서 서양 만화나 그림에 당나귀가 등장하면 그것은 바보나 얼간이를 상징하는 것이니, 문화의 차이에 따라 이렇게 귓바퀴 하나도 다르게 해석된다.
-피지샘의 지방성분은 먼지나 세균을 잡아 묶어 귀지로 만든다.
귀지는 때의 일종으로 귀에 벌레가 들어왔을 때 그것을 조금만 먹어도 벌레가 죽어버리는 비상(砒霜)이요, 동시에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도 많은 사람들은 귀이개로 계속 후벼 파낸다. 마치 간섭하지 말고 마냥 그대로 두면 좋다. 자연에 대한 간섭이 자연파괴이듯 잘못 건드리면 우리의 몸도 다치기 쉽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정신을 살려야 한다. 귀지는 물기가 없이 바싹 마른 건성과 축축하게 젖어 있는 습성의 두 가지가 있는데 동양인은 거의 전자이고 백인이나 흑인은 후자가 많다고 한다. 귀지까지도 사람과 인종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더 신기한 것은 귀지는 고막 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조금씩 밖으로 밀려난다는 것이다. 만일에 반대로 이동한다면 어쩔 번했을까. 고막을 귀지가 밀어붙일 테니 말이다. 조물주의 신통함에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 사람들은 태어난 생일을 왜 ‘귀빠진 날’ 이라고 부를까?
귀가 그 좁은 곳을 빠져 나오느라 고생했다는 의미가 있는 것일까? 또 우리가 소리를 볼 수는 없을까? 세상의 소리를 보는 보살을 관음보살(觀音菩薩)이라 하던가. 빛을 듣고 소리를 보는 경지까지 힘차게 달리는 일도매진(一途邁進)의 자세로 살아야겠다. 또한 입은 하나인데 귀가 두 개인 것은 말은 적게 하고 남의 소리는 귀 기울여 잘 들으라는 뜻이리라.
3. 가습기와 라디에이터의 구실을 담당하는 코
-몇 년 전만 해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석화(石花, 바다의 굴) 같은 누런 코를 닦기 위해 가슴에 넓적한 수건을 달았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서는 코흘리개를 볼 수가 없다. 그 때는 아이들이 제대로 먹질 못해서 만성비염(慢性鼻炎)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코를 안 흘리는 놈도 모두 손수건을 달아야 했으니(안 달면 왕 따돌림을 당하고 벌까지 받았음) 알고 보면 웃기는 일이요. 그렇게 ‘통일’시켜서 개성과 다양성을 무시하는 교육이었다고 이제는 뭇매를 맞고 있다. 세상에 바뀌지 않는 것이란 없으니 그것을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하는 것이지.
-아무리 콧대 높고 콧심 센 사람도 감기에 걸린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가 비강의 점막에 침입하여 상처를 내면 점막에서는 바이러스와 독성을 씻어내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점액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모여 바깥코로 계속‘폭포’처럼 흘러나가는 것이 감기의 한 증상인 콧물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 콧물이 흐르는 것이 귀찮아서 콧물을 멈추게 하는 약을 사 먹는다. ‘유수불부(流水不腐,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라 하지 않는가?
흐르는 강물을 막으면 그 물이 썩는 것처럼, 약으로 콧물의 흐름을 막으면 코 안이 썩는다. 병균을 씻는 것처럼, 약으로 콧물의 흐름을 막으면 코 안이 썩는다. 병균을 씻어내느라 흘리는 콧물이니 그대로 두는 것이 옳다. 건강한 사람은 콧물감기쯤이야 견뎌내야 한다. 자연을 간섭하면 그것이 자연파괴이니, 우리 몸도 자연의 일부인지라 약으로 간섭하면 더 큰 병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명줄-숨관과 허파 -아이와 어른, 여자와 남자의 소리가 다른 것은 다 이 성대 근육의 구조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성대 근육에 ‘지능(知能)’이 들어 있다고 하면 믿지 않으려 하겠지만, 눈망울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듯이 ‘소리’에도 지능이 들어 있으니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보기 바란다.
-코나 비강을 무사히 통과한 먼지나 세균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자. 숨관의 입구에서 종말세기관지까지 관의 벽은 모두가 점액세포와 섬모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멎지와 세균은 점액샘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점액에 잡히고, 세균은 라이소자임 효소의 공격을 받아 세포막이 부서져 죽고, 면역글로불린a(알파)는 바이러스도 죽일 수 있다. 항암물질인 인터페론(interferon)까지 등장하여 몸에 해를 끼치는 이물질을 무력화시키고 죽인다. 이렇게 우리 몸의 방어체제는 완벽에 가깝지만 이것을 뚫고 들어오는 병균도 있는걸 보면 재주가 좋은 놈들이다. 이렇게 죽거나 무력화된 병균과 먼지를 섬모운동을 통해 후두 쪽으로 차례차례 밀어 내보낸다. 그것이 모인 것이 가래(담)이다. 그런데 섬모세포 하나에 200개 이상의 섬모(고배율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다)가 있고 섬모는 1분에 200회나 움직인다고 하니, ‘전기 빗자루’로 강력하게 이물질을 쓸어내는 셈이다. 하루에 1만 ℓ의 공기가 허파를 들락날락하는데, 이 ‘전기 빗자루’가 없다면 공기 속에 든 많은 먼지와 병균이 허파에 ‘산더미처럼’ 쌓일 것이다.
-왜 운동을 하고 나면 숨이 가쁘고, 잠을 잘 때는 호흡이 더뎌질까? 호흡의 속도를 조절하는 물질은 주로 산소와 이산화탄소인데, 운동을 하면 산소가 많이 소비되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한다. 이 때 고농도의 이산화탄소가 숨골을 지나면 숨골은 몸에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율신경에 명령을 내려 가로막과 가슴뼈 근육의 운동을 촉진시킨다. 그래서 운동을 하면 호흡이 빨라지는 것이다. 반대로 잠을 짤 때는 산소의 소비가 적어지므로 호흡운동도 천천히 하게 된다.
4. 생명의 펌프, 심장
비록 조막만하지만 심장은 ‘마음’의 근원이요. 박동은 그 힘이 대단하여 권투선수가 힘껏 휘두른 펀치보다 더 큰 힘을 낸다고 하니 여기에서도 우리 몸의 불가사의한 일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만한 힘이 없으면 어떻게 우리 몸에 분포한 길이 13만km(지구의 둘레는 4만km이다)의 혈관에 피를 뿜어 보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청춘예찬’에서는 “청춘,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렌다.”고 하였고, 청춘의 심장을 “거선(巨船)의 기관같이 힘차다”고 하지 않았던가? 2분에 온몸을 한 바퀴 도는 그런 빠른 속도로 피가 흐른다! 한자의 ‘마음 심(心)’자를 잘 보면 네 개의 방으로 된 심장의 상형문자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심장은 좌심방, 좌심방,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로 이루어져 있고, 심방의 피는 심실로 흘러가며, 방과 실이 교대로 수축, 이완한다. 하루에 심장을 지나는 피는 9000t가 넘으며, 건강한 성인이 1분에 72회 박동을 하므로 70세가 되면 약 25억 회의 박동을 하므로 70세가 되면 약 25억 회의 박동을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떻게 잠 잘 때도 쉬지 않고 25억 회나 뛸 수 있을까? 불가사의중의 불가사의다! 그것의 해답은 이렇다. 그 하나는 심장을 구성하는 근육(심장근, 心臟筋)의 특수성에서 찾을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심장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할 때 그 중간에 잠깐의 휴식이 있다는 점이다. 심장근은 활동이 매우 강력하면서도 잘 지치지 않는다. 가로무늬근과 민무늬근의 특징을 모두 갖춘 근육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축 후에 조금 쉬고 이완 후에 쉰다는 특징을 갖는다. 일하는 시간이 5:1의 비율이 되는 것이다. 50분 공부하고 10분 쉬는 것이 학습에 가장 효과가 좋은 것과 우연히 일치하는 것일까? 아무튼 “Work while you work, play while you play(일할 때는 일하고, 놀 때는 놀아라)”라는 서양 격언이 맞는 것이다. 휴식은 결코 노는 것이 아니고 일의 연속임을 알아야 한다. 사실 잘 놀 줄 아는 사람이 일도 남보다 더 잘한다. 뇌는 소우주이다.
5. 사람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몸무게에 대한 뇌 무게의 비중이 크다.
고래의 뇌 무게는 8kg이지만 몸무게의 2000분의 1인데 비해, 사람의 뇌는 1.5kg으로 몸무게의 40분의 1 정도이다. 이 세상의 주인은 ‘골빈 놈’이 아니라 골이 꽉 찬 놈이요, 사람 중에도 일반적으로 뇌용량이 큰 사람이 남의 머리 위에 올라앉는다. 뇌는 쓸수록 발달한다고 하니 ‘박이 터지도록' 책도 읽고, ‘골탕먹는’ 일이 있어도 좋으니 여행도 많이 하여 풍부한 경험을 쌓아야겠다. 필요 없는 체험이란 없는 법이니, 읽고, 쓰고, 생각하고, 느끼며 살아야 한다. 공룡이 머리에 비해서 얼마나 덩치가 큰가 하는 것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암시하고 있다. 덩치만 커서는 쓸모가 없다.
-인간의 행동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주성 (走性, 자극에 쏠리는 성질)이나 본능, 또는 반사 같은 것보다 줄로 학습이나 지능에 의존한다(특히 지능은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인간의 모든 특성과 마찬가지로 지능은 대물림되는데, 태어나면서 이미 대뇌에 지능이 박혀 나온다는 뜻이다. 아무도 지능을 자로 재고 되로 헤아리듯 명확하게 분석, 평가하지는 못하지만 유전적인 것이 80% .이상이고 나머지는 후천적으로 결정된다고 본다. 지능이 높다는 것은 기억력이 좋고 창조력이 뛰어남을 말하는데, 선천적인 면에서 모계성(母系性)이 부계성(父系性)을 압도한다고 보면, 씨도 중요하지만 밭이 얼마나 자식의 머리에 영향을 미치는지 추측할 수 있다. 그놈의 지능이 뭐 길래 대학 수능시험을 만점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도 못 맞혀서 쩔쩔매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대뇌피질에 주름이 많을수록 지능이 높다는 이론도 있으니, 뇌에 주름이 많이 지게 만드는 방법을 누가 뭐라 해도 책읽기가 으뜸일 것 이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독서를 즐기고, 글을 읽으면 읽은 만큼 대뇌가 발달하는 것이니, 이것도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라 하겠다.
-흥분의 전달 속도도 신경의 종류와 동물에 따라 다르다. 개구리의 경우 1초에 25m, 사람은 그보다 빨라 1초에 120m를 달린다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뜨거움이라는 자극이 흥분으로 바뀌어 등골(척수)에 이르면 등골이 반사적으로(대뇌의 명령 없이 독자적으로)손과 발에 명령을 내려 근육을 수축, 이완시켜 손을 떼게 한다. 이것이 '등골반사'이다.
기쁨과 아픔을 전달하는 신경
-간뇌(間腦)는 대뇌 아래에 있는 시상(視床)과 시상하부(視床下部)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시상은 각 기관에서 받아들인 자극을 대뇌로 전달하는 중계소 역할을 하고, 시상하부는 시상의 바로 아래에 있으면서 수분평형(갈증), 식욕, 혈압조절, 체온조절, 수면, 성적충동 등에 관여하는 기관이다. 날씨가 더우면 혈관 속의 피도 데워지는데 이 데어진 피가 시상하부를 지나면서 시상하부에 ‘덥다’는 자극(신호)을 주면 시상하부를 지나면서 시항하부에 ‘덥다’는 자극(신호)을 주면 시상하부는 온몸에 땀이 나도록 명령하여 체온이 떨어질 수 있도록 한다. 또 반대로 추우면 차가워진 피의 ‘보고’를 받고 몸을 움츠리거나 피부에 소름이 끼치게 한다. 또 물이 부족하여 혈액의 농도가 짙어지면 시상하부의 감지기가 갈증을 느껴 물을 마시게 한다. 이산화탄소나 젖산이 많이 든 피가 이 곳을 지나면 몸이 피곤하다는 것을 감지하여 잠을 자거나 쉬게 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몸에 병원균이 들어오면 백혈구가 이를 잡아먹으면서 동시에 파이로젠(pyrogen)이라는 발열물질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간뇌를 자극하면 시상하부는 체온이 올라가게 한다. 이것이 바로 병에 걸렸을 때 나는 “열"인 것이다. 열이 올라가면 병원균도 맥을 못 추게 되니. 그래서 열이란 원천적으로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일어나는 생리현상인 것이다. 그리고 열이 나면 간(肝)에서는 핏속의 철분(Fe)을 회수하여 혈중 농도를 떨어뜨린다. 철분은 세균의 생존에 꼭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이렇게 병원균을 이중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사람이 감기로 미열이 있다고 해서 해열제를 먹는 것은 우리 몸의 기본 생리와 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요, 독이니 결국 몸에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그러니 미열 정도는 참고 견디는 것이 낫다. 다시 말하지만 몸의 열은 병원균을 억압하기 위함이다. 결론적으로 시상하부는 우리 몸의 여러 가지 상태를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유지에 참으로 중요한 기관이다.
-숨골(연수, 延髓)은 심장박동과 허파의 운동을 조절하는 중추이기 때문에 ‘생명중추’라 부른다. 쉽게 말해서 숨쉬기에 관여하는 뇌라는 뜻이다. 숨골은 뇌와 등골을 연결하는 자리에 놓여 있으며, 뇌에서 내려가는 운동성 신경과 감각기관에서 올라가는 감각신경이 이 곳에서 교차된다. 신경이 지나야 하는 교차로요, 인터체인지가 숨골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왼쪽 뇌의 신경은 몸의 오른쪽과 연결되고, 오른쪽 뇌의 신경은 왼쪽 몸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왼쪽 뇌를 크게 다치면 몸의 오른쪽 반쪽을 못 쓰는 반신불수가 된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고 잠을 자야 꿈을 꾼다.
-잠이 드는 순간부터의 수면주기를 보도록 하자. 잠자리에 들어 1~7분간(사람에 따라 다르다)은 잠이 들 듯 말 듯한 상태로, 이름을 부르거나 깨우면 벌떡 일어나게 되고 소변이 마려워 일어나기도 하며 근육도 이완되고 느린 안구운동도 일어난다. 이 때를 제 1수면단계라고 한다. 그리고 그 후 10~25분은 숙면에 접어들어 깨우는 데 힘이 드는 제2수면단계이다. 그 후 20~35분간은 깊은 잠이 드는 제 3․4수면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여기까지가 안구운동이 일어나지 않고 꿈도 거의 꾸지 않는 NREM기다. 보통 잠이 들기 시작하여 80~90분 동안 지속되며, 그 이후에야 REM기로 들어간다. REM기에는 꿈을 꾸게 되며,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고, 근육은 마비상태가 되어 깨워도 거의 모르고, 깨어나려고 해도 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다. 특별히 수면을 방해하는 일이 없으면 이 REM기가 약 90분간 지속되다가, 다시 NREM기가 90분, 이렇게 REM, NREM기를 반복한다. 잠을 자다가 일어나 소변을 봤다면 소변을 본 후에는 NREM으로 시작하여 다시 수면주기를 반복하게 된다. 결국 오랜 수면도 90분간 꿈을 꾸지 않는 잠, 90분간 꿈을 꾸는 잠을 반복하는 것이다.
6. 갑상선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은 세포수가 많다는 의미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세포에 물과 수용성 지방이 많이 들어 있어 지방세포의 크기가 팽팽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굶고 뛰고 약을 먹어서 세포에서 물을 빼내고 지방을 녹여내어 세포의 크기를 조금 줄여놓고는 체중을 줄였다고 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체중이 줄었다는 것은 물과 지방이 빠졌다는 것이지 절대로 그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의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살을 빼도 유전자는 변함 없이 존재하기 때문에 조금만 긴장을 풀면 다시 물과 기름이 지방세포로 들어가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가니, 이를 ‘요요(YoYO)현상’이라고 한다.
7. 부신
-코르티코이드는 지방을 포도당으로 전환시켜 혈당(血糖)을 증가시키는 대사에 관여하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중추신경이나 뇌하수체에서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므로, 몸에 저장되어 있는 포도당과 아미노산을 무기로 스트레스에 대응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자신의 몸을 방어하기 위한 영양분의 공급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유리한 반응이라 볼 수 있다. 그럴 때 남자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피해 가려고 하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이 스트레스는 적당히 받으면 오히려 몸에 좋다. 한 예로,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보자. 근육에 스트레스를 주고 그리하여 근육의 탄력성을 유지하고 운동성을 높여주는 것이 아닌가? 그뿐인가, 심장과 허파(심폐)의 기능도 항진시키는 작용을 한다. 독서를 하는 것 역시 뇌에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듯 근육과 뇌에 고통을 주어서 그들의 활동을 원활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그것 또한 필요악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면 좀더 유익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
-교감신경 끝에서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이 호르몬 역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재빠르게 반응을 일으키는데, 심장박동을 촉진시키고 호흡을 빠르게 하여 온몸에 양분과 산소를 공급하고, 간과 지방조직에 저장된 포도당과 지방산을 분해하여 모든 근육에 에너지를 보내며, 눈의 동공을 확장시켜 위기 상황을 빨리 볼 수 있게 한다. 이 때는 내장까지도 긴장하여 소화관들이 소화액 분비를 중지하고 운동을 느리게 한다. 이렇게 부신수질이 몸에 바로 닥친 위기를 이겨내는 반응을 한다면, 부신피질에서는 장기전에 대비하는 일이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분비된 에피네프린도 시간이 지나면 간에서 분해되고, 지금까지의 긴장상태가 정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만일 분비된 호르몬이 분해가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사람이 화를 내다가도(교감신경, 자극, 에피네프린 분비)시간이 지나면 그 화가 풀리는 것은 곧 호르몬이 분해되어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디 아드레날린을 빨리 분해시켜 버리는 연습을 해둘 일이다. 화보다 더한 독이 없는 것이니...
8. 나이와 건강의 리트머스인 피부
-목욕을 너무 자주하는 것도 피부에 해롭다. 또 비누를 과용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피부 밑의 피지샘(皮脂샘)에서 분비된 지방이 피부를 촉촉이 적시고 있어야 하는데 비누로 문지르면 그것이 녹아버려 피부가 꺼칠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몸에 붙어사는 세균들은 절대로 나쁜 것만이 아닌, 우리에게 이로운 공생세균(共生細菌)이다. 즉 이 세균들은 다른 병원균이 접근하면 ‘항생제’를 분비하여 무찔러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비누나 샴푸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지방이 다 녹아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세균도 없어지기 때문에 다른 병원균의 침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치나 간장 같은 발효식품을 만들어주는 세균들이 유익하듯이 피부의 세균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알아 두자. 전문가들은 샤워도 2,3일에 한번이면 족하다고 그 때도 비누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꼭 비누를 써야 한다면 털이 있는 부위만 칠하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피부의 기름기나 세균까지도 필요에 따라 몸이 만든 것이다.
-상피에는 각질세포 외에도 멜라닌색소세포가 있다. 단위면적에 분포하고 있는 이 색소세포의 수는 개인이나 인종 사이에 큰 차이가 없지만, 그 세포의 활성에 따라 황인종과 백인종, 흑인종 등으로 구분된다. 한 사람의 피부에 분포하고 있는 이 색소를 모두 모아두면 1g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인종차별과 민족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황인종도 햇빛을 계속 받으면 검어진다. 그러나 그 검어진 것도 오랫동안 그늘에 있으면 다시 활성을 잃고 마는 후천적인 특성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백인들은 이 멜라닌 색소가 없기 때문에 피부가 흰 것인데, 이들은 햇빛을 받아도 피부가 검어지지 않고 단지 벌겋게 타 들어간다. 멜라닌색소는 피부색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강렬한 햇빛(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주는 장치인데 백인들은 이 장치가 없어서 피부암에 더 많이 걸린다.
-흰 머리카락은 왜 희게 보이는 것일까? 털뿌리(모근)는 멜라닌색소가 녹아 들어가는 곳으로 어떤 원인(영양결핍, 병, 스트레스, 유전 등)으로 색소가 녹아 들어가지 못하면 희게 된다. 그러나 이런 원인 하나만으로 백발이 되기는 어렵고, 털 속이 대롱처럼 텅 비어 공기가 들어차게 되면 그 공기가 빛을 받아 난반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털에 바람이 들면 희어진다? 이렇게 흰 머리카락 하나에도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원인이 관여하고 있다. 그러면 머리카락이 곧거나(직모), 굽은(곱슬머리) 것은 왜일까? 직모의 경우는 머리카락을 잘랐을 때 단면이 둥글지만 반곱슬, 곱슬로 갈수록 삼각형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이것까지도 유전한다고 한다.
9. 입술․혀․이의 조화
-침은 단순한 침이 아니라 독사의 독과 같아서 다른 생물에게는 치명타를 날린다. 사람의 입김에 뱀이 맥을 못 춘다고 하지 않는가?
- “밥은 굶어도 속이 편해야 산다”는 말이 있다. 속이 편하다는 말에는 위가 신경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뜻이 들어 있으며, 실제로 대부분의 위장병은 신경성이라고 한다. 여기서 신경이란 자율신경, 즉 제10뇌신경에서 나은 부교감신경과 등골에서 나온 교감신경을 말하는데, 부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상쾌하고 마음이 안정된 상태가 되어 식욕도 나고 소화도 잘 된다. 그러나 우울하거나 분노와 질투심에 불타고 있을 때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게 되는데, 기차를 놓치지 않고 타야겠다고 달음박질칠 때 팔다리의 근육은 물론이고 위의 근육도 긴장하게 된다. 이런 경우 위는 느긋하게 음식을 받아들여서도 안 되고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어떤 이유에서든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언제나 교감신경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는 것이다. 필요할 때 늘어나야 할 것이 시도 때도 없이 당겨져 있으니 그게 바로 병이다. 하여, 부교감신경이 우점(優點)하는 삶을 살아볼지어다. 느긋한 마음으로 한 박자 쉬어가는 굼뜸이 생활도 때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10. 소화액과 호르몬을 함께 분비하는 이자
-맛있는 음식을 보거나 냄새만 맡아도 침이나 나오는데, 그 때는 사실 위, 이자, 간(쓸개액을 만들기 위해), 작은창자도 준비(흥분) 상태로 진입하게 된다. 일단 탄수화물이 들어오면 침이, 단백질이 들어오면 위액이 더 많이 분비되고, 지방을 먹으면 쓸개즙과 이자액이 더 많이 분비되는 것도 신의 섭리요, 분업의 효율성을 설명하는 것 같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왔을 때 맨 처음으로 탄수화물만이 분해되는 것을 보면 사람은 원래 초식동물이 아니었나 싶고, 고기를 많이 먹는 서양 사람들의 위장이 튼튼한 것은 위가 단백질(고기)을 분해하는 기관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입이, 그들은 위장이 튼튼하다는 말인데, 다시 말하면 초식성인 사람들은 위가 할 일이 없어서(밥통 역할만 하고) 위가 약해지는 것은 아닐까? 고기를 많이 먹어보자. 위를 튼튼하게 계속 운동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말이다.
11. 간과 쓸개
-우리 몸에서 혈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은 뇌(뇌 활동의 70%를 포도당에 의존)이고, 혈당이 부족하면 뇌기능이 저하된다. 따라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사탕이나 과자를 많이 먹이는 것이 좋다. 특히 시험기간에는 보통 때보다 사탕이나 엿을 더 많이 먹는데, 경험이란 과학을 능가하는 것이니 시험 때 ‘합격 엿’을 선물하는 것도 굉장한 과학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간에 병이 생기면 배에 복수(腹水)가 차는데, 이것도 부종과 동일한 현상으로 혈관의 혈장단백질의 농도가 낮아져서 조직의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하면, 보통 때에도 혈관과 조직 사이에는 물이 드나드는데(물은 저장액에서 고장액으로 이동한다). 간이 단백질 대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혈관의 혈장단백질의 농도가 묽어져서 조직의 물이 빠져나오지 못해 배가 절구통 같은 상태가 된다. 부종은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둥근산같이 솟게 되는 것이다.
12.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콩팥
-200만 개에 이르는 사구체에서 걸러지는 피의 양은 하루에 약 180(1드럼)정도이지만, 그 가운데 99%는 세뇨관에서 재흡수되고 나머지 1%(약 1.8)만 오줌으로 배출된다. 사구체의 구멍이 매우 작기 때문에 고분자 물질인 단백질이나 적혈구는 통과하지 못하지만 이것을 뺀 피의 나머지 성분들은 모두 이 곳을 통과할 수 있다. 이 때 사구체를 통과한 물질을 원뇨(原尿)라고 부른다.
-세뇨관에서 재흡수가 일어난 후에는 더 이상 흡수나 여과 없이 관을 타고 오줌으로 나가게 되는데 그 오줌으로 나가게 되는데, 그 오줌 속에는 배설물인 요소 외에도 각종 비타민, 칼슘, 인산, 무기염류 등 우리 몸의 구성성분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는 점에서 ‘제 오줌 마시기’가 긍정적인 일면도 있다고 본다.
13. 우리 몸의 생리현상
-병에 걸렸을 때도 체온이 올라가게 되는데, 이것은 우리 몸의 어떤 반응 때문일까? 앞에서 설명한 적이 있지만, 체온조절중추인 간뇌(시상하부)는 방의 온도조절장치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몸에 염증이 생기거나 하면 시상하부는 몸의 기준온도를 36.5℃에서 상향 조정하여 38.5℃또는 그 이상으로 맞추게 된다. 이렇게 체온을 올려서 몸에 침입한 병균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이다. 일단 병원균이 몸에 침입하면 백혈구들이 달려와서 먹어치우며 발열물질인 파이로젠(pyrogen)을 분비하여 혈관으로 흘려 보낸다. 이 물질이 간뇌에 도달하여 병원균의 침입을 알리고, 그것을 알아차린 간뇌는 온도계의 눈금을 올려놓을 뿐만 아니라 간에서 세균의 번식에 필요한 철분(Fe)을 회수해 버려서 세균이 맥을 못 추게 한다. 병균도 체온 이상의 온도에서는 그 기능이 억제되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은 미열(微熱)이 날정도면 해열제를 먹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이런 것을 몸의 자가치유(自家治癒)라고 한다. 내 몸을 믿어볼 지어다.
14. 정자와 난자의 만남, 수정과 발생
-3억~5억 마리 중 겨우 100~200여 마리가 난자 근처에 도달하고, 그 가운데서도 한 마리만이 난자 속으로 들어가 수정이 일어난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60~80분이다. 이들 정자는 길게는 3일 정도를 나팔관에서 생존(난자는 24시간 생존)할 수 있다. 난자에 도착한 정자가 난막(卵膜)을 뚫고 들어가는 일도 쉽지 않다. 정자의 머리끝에는 첨체(尖體)라는 뇌관이 있는데 이것이 난자의 난막에 닫는 순간 터지면서 가수분해효소를 분비하여 막을 녹이고 들어간다. 난자의 표면에는 여러마리의 정자가 달라붙어도 그 중 한 마리만 들어오도록 하느 장치가 있으니 그것이 다정자침입(polyspemy)차단장치이다. 만일 어떤 잘못으로 두 마리가 들어가도 한 마리만 난핵과 결합하고 다른 놈은 퇴화하고 만다. 천우신조(하늘이 도운 상태)의 행운을 잡은 한 마리의 정자는 난자의 핵에 무사히 접근하고, 정액은 난핵과 융합하는 수정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미완성의 반쪽 세포였던 정자와 난자는 이렇게 46개의 염색체(유전자)를 갖는 완전한 세포로 탄생하는 것이다.
- 어미의 뱃속에서 발생을 시작한 배(胚)는 기생충과 다름없이 어미로 하여금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고 어미의 행동을 바꾸게 하는 것이다. 기생충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숙주의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태아는 3개월까지 빠른 발생을 하여 그 때쯤이면 대부분의 기관이 완성되는데, 이 기간 동안 음식을 먹이를 먹지 못하게 함으로써 발생에 방해가 되는 농약, 곰팡이, 세균 등의 유해한 물질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미야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입덧이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녀석은 임신한 모체에 많은 피하지방이 비축되어 있으므로 별 탈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다시 말하면, 숙주인 어미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입덧은 태아가 일게 하는 생리현상이며 그것은 태아의 건강에 유익한 것이니 임산부들은 입덧에 대해서 너무 과민한 반응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 태어남과 동시에 태아는 ‘고고지성(呱呱之聲)’을 지르게 된다. 그 울음은 세상이 험하다는 소리도 아니고, 춥다 덥다는 의미도 아니다.
소리가 클수록 건강한 아이다. 모체 속에 있을 때에는 탯줄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아 왔기 때문에 허파호흡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15. 사람의 얼굴만큼이나 다양한 세포 모양
- “세포는 우주다(Cell is a cosmos)"라는 말은 세포를 참 잘 표현하였다고 본다. 세포 하나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인 대사는 우주의 원리나 법칙만큼이나 복잡하면서도 여러 가지 물리적, 화학적 반응과 함께 다양하고 질서정연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체중 65kg 정도면 약 70조 개, 더 무거우면 100조 개는 너끈히 넘는다. 그 세포들이 어느 기관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크기나 모양, 기능이 모두 다르고 또한 사람들의 얼굴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러면 먼저 이들 세포를 구성하는 성분을 살펴보도록 하자. 인공 원소를 제외하고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소는 모두 92종이 있으며 그 가운데 세포를 구성하는 원소는 약 20종이다. 20종 가운데 탄소, 수소, 산소, 나트륨, 유황, 인을 주원소(主元素)라 하고 이것들이 세포의 99%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도 수소63%, 산소22.5%, 탄소9.5%만을 따져봐도 모두 95%나 된다. 알고 보면 허무하게도 사람은 단순한 수고, 산소, 탄소의 결합체요, 사람이 죽어 분해되면 이 세 원소로 환원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내 잘났다. 네 못났다.” 하고 싸우고 다툰다. 이 몸이 63%의 수소 덩어리인 것도 모르고! 6대 주원소 외에도 칼슘, 나트륨, 요오드, 불소, 알루미늄, 규소 등이 세포를 구성하는 미량원소(微量元素)이다. 미량원소란 없어도 된다는 뜻이 아님에 유의하자. 이 원소들이 결합하여 물,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핵산 등의 물질을 만들게 되는데, 그 가운데 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 조직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세포의 70~80%는 물로 되어 있다. 그러니 이 몸뚱이도 물 덩어리가 아닌가. 세포가 물로 되어 있다는 것은 신의 섭리요, 자연의 영특함이다. 생명의 구성단위인 세포가 주로 물로 되어 있다는 것은 곧 우리 몸이 물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 한편 여자가 사춘기가 되면 유방이 커지고, 만성간질환인 남자의 유방이 커지는 것 등은 세포의 증식(增殖)현상이다 (이때 비만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간이 손상되면 남자 몸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분해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유방이 커지고 마찬가지로 여성호르몬이 들어 있는 화장품을 남자가 계속 발라도 유방이 커진다. 남자의 몸에는 평소에도 여성호르몬이 만들어지고 여자의 몸에서도 남성호르몬이 만들어지는데, 이 이성호르몬은 간에서 모두 파괴된다. 그러나 간 기능이 저하되거나 이성호르몬이 과다하게 생성되면 간에서 파괴되지 못해 이성의 특징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 허파를 통해 들어온 산소는 피를 타고 세포 하나 하나에 전해지고, 작은창자에서 흡수된 양분도 똑같이 각각의 세포에 전해진다. 모든 세포에서는 이 양분과 산소가 결합하는 세포호흡(細胞呼吸)이 일어나며, 그 결과 에너지(ATP)와 열, 이산화탄소가 나오게 괸다. 이 과정은 일종의 산화현상으로 아주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에 순식간에 일어나는 연소(撚燒)와 대비된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를 세포의 ‘발전소’ 또는 ‘난로’라고 부른다.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운동을 할 수 있는 힘이 나오는 것은 양분이 바로 이 난로를 거쳐 산화되기 때문이다(연통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듯이 우리의 콧구멍으로 탄산가스가 나가고) 이 미토콘드리아도 대사기능이 활발한 세포에 많고(간세포 하나에 2000여 개, 아메바는 50만개) 그렇지 않은 세포에는 더 적게 들어 있다. 운동을 많이 하면 세포 속의 미토콘드리아의 수도 따라서 증가한다고 하니 운동의 의미는 너무나 중요하다.
-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미토콘드리아가 ‘모계유전(母系遺傳, maternal inheritance)' 을 한다는 사실이다. 아버지의 유전자는 이 유전에 전혀 관여하지 못하고, 오직 난자만이 그 유전을 담당한다는 뜻이다. 난자 하나에는 미토콘드리아가 무려 30만 개가 들어 있는데 (정자에는 150여 개가 있다) 수정할 때 난자는 난자로 들어온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를 이물질로 취급하여 모두 파괴해 버린다고 한다. 결국 자식에게 전해지는 것은 오직 어머니의 것뿐이라는 말이다.
16. 세포의 생성과 죽음의 반복, 노화
- 대부분 25~35세부터 늙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어떤 극단적인 사람은 8세부터 늙음이 시작된다고 한다. 사실 성기의 성장을 억제하는 호르몬 기관인 송과선(松果腺)이 7세 이후에 퇴화하는 것을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니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말이 얼마나 과학성이 잇는 말인지 알 수 있다. 7세 이후에는 송과선이 퇴행(退行)하면서 성기가 발달하고 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므로 같이 있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인체유전공학/ 유전 - ‘게놈’이란 쉽게 말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자를 말한다. 즉 인간의 모든 유전자 비밀을 파헤쳐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바로 이 인간게놈계획인 것이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사람의 체세포에 들어 있는 핵에는 46개의 염색체가 있고 이 염색체의 주성분은 단백질과 DNA인데, 인간게놈계획은 이 DNA에 들어 있는 30억 쌍의 염기의 순서를 하나하나 밝혀내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 앤더슨이 시도하고 있는 ‘유전자 치료’는 어떤 것일까. 여러분은 갓 태어난 아이를 거품처럼 생긴 큰 플라스틱 통 속에서 키우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아이는 ‘ADA효소 결핍증’이라는 심한 면역결핍증(20번 염색체에 그 유전인자가 있다)으로 세균에 감염되면 곧 죽기 때문에 일종의 무균실(無菌室)인 플라스틱통 안에서 키워야 한다. 그런데 최근 앤더슨이 이런 아이들에게 유전자 수술을 해주어 통 밖에서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거품아이(bubble boy)'가 환단에서 놀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칼 없는 수술이 가능했을까. 면역과 관련된 세포가 백혈구(림프구)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먼저 면역체를 만드는 정상 백혈구에서 20번 염색체의 DNA조각을 효소로 잘라낸다. 그리고 이것을 레트로 바이러스에 붙여 그 아이의 (면역성이 없는 백혈구를 만드는) 골수세포에 집어넣는다. 그랬더니 그 골수세포의 20번 염색체 자리에 정상 유전자(레트로 바이러스가 가지고 간)가 끼어 들어 정상적으로 ADA효소를 만들어내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한 마디로 고장난 유전인자 자리에 정상인자 조각을 집어넣어 꿰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전자 치료’이며, 다른 유전병의 유전자 치료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명과 학의 쾌거인 것이다. 하나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나이 든 사람이 보험에 가입하려면 신체검사를 하여 그 결과를 제출하는 모양인데, 미국의 보험회사에서는 이‘유전자 지도’를 이용하여 보험 가입자의 유전자의 결점을 찾아내고 있다고 한다.
- 어떤 원인으로 인해 비정상 유전물질이 만들어져서 대대로 전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유전적인 이상을 돌연변이라고 하는데, 이런 악성인자는 대부분이 열성이라 잠재되어 있으나 근친 결혼 등으로 열성인자끼리 만나면 쉽게 발현된다. 여기에 그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한다. A 인자는 정상 우성인자이고 a인자는 멜라닌색소를 만들지 못하는 열성인자라고 할 때, 열성인자가 잠재되어 있는 Aa인자를 가진 사람끼리 (아무래도 가까운 집안에 a인자가 들어 있을 확률이 높다) 결혼을 하면 ‘Aa×Aa→AA∙2Aa∙aa'로 분리되어 aa인자를 가진 자식이 나온다. 이 아이는 두 인자가 모두 멜라닌색소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살갗이나 털(온몸 또는 몸의 일부분)이 하얗게 되는 백화병(albinism)이 생기게 된다. 동물고 흰 토끼, 흰 제비, 흰 참새, 흰 말, 흰 뱀 등이 생겨나는데 이는 모두 세포 속에서 색소를 만드는 유전인자가 없기 때문이다.
- 옛날에는 대머리인 사람을 보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 가운데에도 대머리가 많은 것을 보면, 대머리도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영양상태가 양호하여 유전자의 발현이 빨리 일어났기 때문인데, 옛날에 ‘부자병(富者病 )’이라 생각되던 당뇨병이 부쩍 늘어난 것도 같은 원인이다. 물론 사람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보기 드물던 병이 생겨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색맹(色盲, color blind)의 경우는 성염색체인 X염색체에 그 유전자가 있다. 그런데 색맹도 대머리와 마찬가지로 남자(XY)는 하나뿐인 X염색체에 색맹 인자가 들어 있으면 단박에 색맹이 되지만, 여자(XY)는 두 개의 X염색체 모두에 색맹인자가 들어 있을 때에만 색맹이 된다.
∘ 방사선과 인체 - 자기공명영상법(MRI)이다. 이 방법은 자석을 이용하는 것으로, 인체를 강한 자장(磁場,electric field)속에 넣으면 몸을 구성하는 물의 수소원자핵이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되는데, 여기에 고주파를 발사하여 공명현상을 일으키고, 이 때 나오는 에너지를 컴퓨터에서 계산하여 인체조직의 영상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첫댓글 그렇군요 ㅇㅅㅇ..
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