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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 이재명이냐, ‘反文전사’ 윤석열이냐 기로에 선 대선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대한민국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선출하는 정치권 최대 이벤트가 결말을 앞두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들을 둘러싼 숱한 의혹과 논란, 확증편향 전성시대 속 여야의 국민 갈라치기, 국가 미래를 보장할 비전 부재 등으로 역대 가장 혼탁한 대선이라는 평가다. ‘마땅히 뽑을 인재가 없는’ 유권자들은 투표용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택지는 던져졌다. 정권교체와 정권연장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 오는 9일이면 대권에 가장 근접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중에서 국운을 짊어질 차기 정부 리더가 선출된다. 유권자들의 시선은 코로나19로 피폐해진 민생 수습 해법과 ‘정치적 다름’을 제시할 수 있는 주체에게로 쏠리고 있다. 정치판 양극화 종식과 청와대·국회·정당 권력구조 개편을 열망하는 시대정신의 발로다. 본지는 20대 대통령선거를 맞아 ‘같은 듯 다른’ 빅2 후보의 면면과 대선 막후를 조망해봤다.
여리박빙(如履薄氷) 대선 여정에 종지부를 찍으며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선거일이 코앞이다.
양강 후보들이 정례 여론조사 지표상 엎치락뒤치락 혼전 양상을 보이는 등 예측불가의 판세다. 특히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지목됐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지난 3일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정치권에선 윤석열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윤석열-안철수 연대 소식에 위기감이 고조된 여권에서도 내부 총결집 움직임이 일면서, 단일화 이슈에도 여야 박빙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진부한 진영 논리나 정치 문법으로 안갯속 대국을 판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20·30세대의 정치 참여도 상승, 지역주의 퇴색, 공정·정의·정치개혁 시대정신, 여야 대선 후보 양비론에 따른 중도·무당층의 표심 향배 등 변수가 무궁무진한 차기 대선이다. 오히려 대선 링에 오른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인물론’을 통해 대선 흐름과 차기 정권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윤석열의 ‘묘한’ 공통분모
양강 대선 후보들에겐 묘한 공통점이 있다. 지방 선출직 출신의 ‘변방 장수’에서 4기 민주정부 계승자로 지목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57). 문재인 정부의 총아(寵兒)에서 일약 보수진영의 정권교체 기수로 거듭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61). 두 후보는 여야 각 진영의 ‘적통’ 출신이 아니라는 점과 진영 내 골수 지지층의 반감이 뿌리 깊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이 후보는 민주당 내에서 비주류로 통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당권파인 ‘친문’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차기 대선이 임박한 현재까지도 친문의 반이(反李, 반이재명) 감정은 야당과의 초박빙 대결구도에서 내부 결집이 절실한 이 후보의 딜레마다. 최근 민주당 원내·원외 친문 핵심 인사들이 이 후보 지지 호소에 적극 나선 것도 이 후보와 문파의 악연을 끊어내며 ‘안방 표심’을 다잡기 위한 봉합책이라는 분석이다.
윤 후보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대한 ‘적폐수사’를 집도한 이력을 발판 삼아 문 정부에서 검찰총장까지 지냈다. 하지만 지난해 검찰개혁과 조국 사태 국면에서 정부·여당의 압박에 총장 직을 사퇴한 이후 정계 데뷔와 동시에 국민의힘으로 전격 입당했다. 보수진영 일각에선 여전히 윤 후보가 전직 대통령 구속에 앞장섰다는 ‘원죄론’을 거론하며 비토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이 후보 지지에 나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양강 후보들이 ‘비호감 대선’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괄목할 만 하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사법·가족 리스크에 양비론이 대두되면서, 중도·무당층의 양당 기피가 가장 두드러진 대선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심지어 여야 각 진영에선 원심력이 구심력을 누르며 일부 골수 표심이 이탈하는 현상마저 감지된다.
이재명 - 强: 추진력, 弱: 카멜레온 정치
소위 ‘흙수저’ 출신으로 일약 대선 후보의 자리까지 오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신의 ‘인생 역전’ 스토리를 유권자들에게 적극 어필하고 있다. 14세에 공장 노동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대에 입학했다. 이후 변호사를 거쳐 19·20대 성남시장과 35대 경기도지사를 역임, 민주당 대선 후보까지 퀀텀점프한 역정의 인생 궤적은 서민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는 평가다.
대선 후보들 중 유일하게 지자체 행정 경험을 보유한 것도 이 후보의 소구력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며 누적된 행정 경험과 업무 추진력은 이 후보의 최대 강점이라는 평가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혐오시설로 꼽히던 성남 모란 개고기 시장을 폐쇄했고, 경기도지사 재임 중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신천지 과천 본부를 급습해 신도 명단을 확보했다. 경기도 하천 계곡 일대의 불법 영업시설을 철거한 ‘불도저 행정’도 그의 행정 역량을 대표하는 사례다.
이 후보는 이슈 선점과 정치 감각에서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권발 정권교체 여론과 함께 대선 말미에 단일화 이슈가 급부상하자, 즉각 당 차원의 ‘정치교체’ 이슈를 꺼내들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대선 토론장에서 상대 후보의 말을 경청하며 공감 섞인 반응을 내비치는가 하면, 극도의 네거티브를 지양하며 민생 현안에 집중하려는 제스처를 보이는 등 대중의 요구를 읽어내는 정치 감각을 선보이기도 했다.
반면 이 후보는 전과 4범 이력, 대장동 게이트, 형수 욕설 및 아들 불법도박, 살인 혐의를 받은 조카 변호, 부인 김혜경 씨의 과잉의전 및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각종 의혹 및 논란으로 ‘도덕성’이라는 잣대에서 거대 리스크를 품고 있다. 국정 리더의 기본 자질에서부터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만큼, 이 후보의 외연 확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울러 대선 주요 국면에서 핵심 공약을 철회하거나 정책 기조를 선회하는 등 이 후보의 일관성 없는 ‘카멜레온 정치’를 지적하는 시각도 팽배하다. 앞서 이 후보는 ‘기본소득’ 재원으로 구상 중인 국토보유세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밖에도 이 후보는 지난 1월 26일 민주당의 대대적인 내부 쇄신안을 천명하며 대선 네거티브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이 후보와 민주당은 일제히 상대 진영을 향해 네거티브 융단폭격을 재개하면서 정치 신뢰도를 크게 깎아먹었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윤석열 - 强: 반문(反文) 상징성, 弱: 국정운영 밑천 부족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외마디로 국민들에게 깊이 각인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됐다. ‘국정농단’ 특검팀에 합류한 이후 파격 인사로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된 데 이어, 검찰총장까지 수직상승했다. 보수진영의 숙적으로 지목됐던 그는 조국 사태 등을 계기로 정부·여당에게 등을 돌렸다. 결국 ‘정치는 생물’이라는 정가의 격언을 증명하듯 검찰총장 직 사퇴로 ‘반문(反文)’ 정서를 투영시키며 보수진영 대권주자로 거듭났다.
정계에 입문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됐지만, ‘0선’ 정치 초년병의 한계를 보였다. 각종 설화와 편향된 역사인식으로 곤욕을 치렀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갈등 국면에서 리더십 공백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무한 정치 경험과 설익은 정무 감각에 윤 후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불신이 기저에 깔린 데다, 처가 리스크도 윤 후보에게 족쇄가 됐다는 평가다.
‘검찰정권’ 출범에 대한 거부감도 윤 후보에겐 골칫거리다. 윤 후보가 정권교체 여론을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선 사정기관 고위직 출신이라는 권위적 이미지를 벗고 포용적 리더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 윤 후보가 집권에 성공하더라도 163:105의 ‘여대야소’ 국회 권력구조상 임기 초 국정운영에 상당 부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후보는 권력에 맞선 정의로운 강골 검사 이미지가 최대 강점이다. 이는 반문 결집의 핵심 동력이다. 그는 2013년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검사 윤석열’의 소신 발언은 지금의 윤 후보를 있게 한 레토릭이 됐다.
이렇듯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성역 없는 수사로 이름을 알린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심판할 적임자로 인식되면서, 공정·정의 가치와 강골 이미지에 기반한 정권교체의 정점이자 반문의 상징이 됐다. 이후 대선 지지율 고공행진으로 탄탄한 지지 기반을 구축하며 ‘촛불민심 궐기’ 이후 와해된 보수진영을 재건할 구원투수로 등판하기에 이르렀다.
대선 이후 李·尹의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이재명 후보는 비호남·비운동권 출신으로 친문·호남·586운동권 등 당내 주류와는 결을 달리하고 있다. 정치 신예인 윤석열 후보 역시 비영남 출신에 ‘국정농단’ 특검을 지휘한 이력으로 친박(친박근혜)계의 비토 정서가 뿌리 깊은 탓에 적통 보수 정치인이라 보기 어렵다.
이에 양강 후보 모두 집권 이후 각 진영의 기성 주류 세력보다는 신흥·유입 세력 중심으로 당·정·청을 꾸려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어느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더라도 정계개편은 필연적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후보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민주당은 친문·호남 등 기존 당권파가 친이재명계로 흡수되는 등 급속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차기 정부와 청와대의 요직이 정성호·김영진·김병욱·임종성·문진석·김남국·이규민 민주당 의원 등 이 후보의 파워그룹인 ‘7인회’를 비롯해 성남·경기·중앙대 라인 등 이재명계로 대거 채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울러 대선을 앞두고 후보 단일화를 이룬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의 연정 체제가 시도될 가능성도 엄존한다.
윤 후보가 집권할 경우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다소 복잡하다. 정치 기반이 빈약한 윤 후보로선 임기 초 민주당의 압도적 의석수를 물리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만큼 협치를 시도하는 한편, 오는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지방행정 권력 구축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을 앞두고 극적 단일화를 이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권력 분점 여부도 정계개편의 주축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윤핵관’ 장제원·권성동 의원 등 친이(친이명박)계와 검찰 출신 라인을 대거 중용하며 원내·원외 권력 개편을 시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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