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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을 앞둔 11, 12학년생들은 대학과 전공을 깊이 있게 생각하고 관련 정보를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 사진은 한 입시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보고 있는 학생들 모습. |
대입 직전 급하게 대학을 선택했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 하거나 다른 학교로 편입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대학 4년은 장래 진로, 취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전공을 선택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칫 대학의 명성이나 이름만을 보고 진학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자신의 장점과 특성을 살리고, 기량을 발휘하기에 손색이 없는 대학과 전공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현명하다. 대입 준비의 첫걸음을 내딛는 입시생들은 여러 가지 직·간접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대학과 전공을 찾아내는 훈련부터 해야 한다. 칼리지보드와 대입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본다.
◆대학 정보 밝아야=미국에는 약 4000개에 달하는 대학이 있다. 얼마든지 복수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 공부할 대학은 단 한 곳뿐이다. 굳이 아이비리그 대학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자신의 숨겨진 잠재적 능력을 일깨울 수 있고, 특성과 장점을 살릴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에 대한 사전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버드나 프린스턴, 예일대학을 모르는 한인 학부모나 학생들은 많지 않다. 워낙 전통과 명성이 높기도 하지만 대입 때마다 합격생들의 인터뷰는 물론 대학 순위 기사 등 언론에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하이오주에 있는 캐년칼리지(Kenyon college)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대다수 한인 학부모들에게 아직 낯설다.
캐년대학은 오하이오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리버럴아트 칼리지다. 시인이자 비평가인 존 크로우 랜섬(1888~1974)을 비롯한 시인 로버트 로웰(1917~77), 퓰리처 수상 작가인 E.L 닥터로우 등 걸출한 문인들을 다수 배출해, 문학도들의 산실이란 별칭을 얻고 있다. 이러한 영향 때문에 재학생의 절반 정도가 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다. 특히 문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이 대학을 선호하고 있다.
특목고 스타이브슨트 고교에서 상위 5%의 성적이었던 한 학생은 2년전 아이비리그를 마다하고 캐년대학에 진학했다. 장래 문학도가 꿈이었던 이 학생은 이미 캐년대학이 인문과학 분야에서 아이비리그 못지 않게 좋은 대학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는 의대, 특히 생명과학 분야가 강세다. 노벨 생리학, 의학상을 수상한 에드윈 크레브스,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한 약학과 생리학자 얼 월버 서덜랜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또한 지금까지 총 22명에 달하는 노벨상 수상자가 이 대학과 연관돼 있다. 이렇게 대학을 하나 하나 세밀하게 찾다 보면 숨겨진 보배 같은 대학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나’만의 특기, 적성 탐색=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어김없이 공통점 하나를 발견한다. 바로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확실한 그 ‘무엇(something)’ 한 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 공부와는 별개다.
이미 신문지상에 한 차례 소개됐던 하버드대 합격생 제인 정양은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그는 “전공분야와 졸업 후 자신이 하게 될 일을 학교 수업시간에서 보다 오히려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터득했다”고 말했다.
노스웨스턴대학에 진학하는 크리스 이군 역시 “적십자사에서 일하면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는 삶이 세상에서 가장 보람된 일임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학에서 재료과학공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알아내는 것이 대학과 전공을 바로 선택하는 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스타이브슨트 고교 메리디스 네그린 칼리지 가이던스 카운슬러는 “방학 동안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찾아 경험해보고 시행착오도 겪어 봐야 한다”며 “이를 통해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되고 또 좋아하지 않는 것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상담해본 결과 성적에만 급급한 공부 벌레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매달려 열정을 보이는 학생들이 성공적인 학교 생활을 보내고 결국 대학에 가서도 잘 적응을 한다”며 “이번 여름방학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가지씩은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켄트 프랩 조이스 최 디렉터는 “누가 더 많이 보고 듣고 경험했느냐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며 “가능한 많이 보고, 느끼고, 체험해볼 것”을 권했다.
◆칼리지보드 웹사이트 활용=자신이 가게 될 대학을 마음속에 이미 정했다면 이는 대입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큰 결정을 내린 셈이나 다름 없다. 칼리지보드는 미 전국 4000여 개에 달하는 대학 리스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웹사이트(www.collegeboard.com)에 들어가면 ‘칼리지 매치 매이커’(MatchMaker)와 ‘칼리지 퀵파인더(QuickFinder)’ 코너가 있다. 이를 클릭하면 미 전국 대학 정보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이 어떤 대학인지부터 나온다. 공립대인지 사립대인지, 4년제인지 2년제인지, 도시인지 시골인지 또 클래스 규모는 어떤지 등등.
해당 사항에 정보를 다 적은 후 클릭하면 가고자 하는 대학의 특성, 장단점, 학교 GPA 기준, SAT 평균 점수 등 이 상세하게 나온다. 이렇게 해서 대학을 찾았다면 다음으론 학교 규모, 희망 전공 과목의 유무, 랭킹, 취업률, 학생들의 만족도, 자신의 성격, 취업률 등을 고려하면서 하나씩 추려 나간다.
최종적으로 마음의 결정이 섰다면 대학 탐방길에 나서야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론적으로 습득하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해도 직접 방문해보지 않고는 수박 겉핧기 밖에 될 수 없다. 대학 리서치의 마지막 단계가 대학탐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탐방은 대학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키포인트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상담교사와 꾸준한 만남=칼리지 가이던스 카운슬러와의 만남은 잦을수록 좋다. 학교 카운슬러만큼이나 대학 정보에 밝은 이들도 없다. 가능한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가이던스와 만나 학교정보를 나누고 각자의 특성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학생들이 대입을 코 앞에 두고 대학을 선택하려 한다. 그러나 800~900여 명에 달하는 많은 학생들을 몇 되지 않는 칼리지 가이던스 카운슬러들이 맡아 진행하기에는 언제나 역부족이다. 학생들의 특성과 장단점이 잘 구분이 가지 않을 때도 있다. 평소 꾸준히 만남을 갖고 자신을 알리고 상담을 했다면, 보다 더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다.
대입 원서 작성시 칼리지 가이던스 카운슬러들은 학생의 학업능력과 성취도에 따라 ‘리치 스쿨(reach school)’‘타깃 스쿨(target school)’‘세이프티 스쿨(safety school)’ 등 세가지로 나눠 대학 리스트를 정해준다.
평소 접해보지도 알지도 못했던 대학 리스트를 받는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의 리스트를 먼저 짜놓고 카운슬러와 상담해 조율하는 방식으로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임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