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호반길과 1400년 고찰
주암호가 자전거 여행지로 특히 소중한 것은 이처럼 아름답고 조용한 호수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달릴 수 있는 호반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동차는 거의 다니지 않고 다닐 필요도 없는 외진 흙길에, 고개 하나 넘으면 고즈넉한 산사도 만날 수 있다. 호반길은 주암호의 서쪽 모후산 자락을 끼고 돈다. 조계사가 있는 동쪽 호반에는 송광사와 고인돌공원, 서재필기념공원 같은 명소가 모여 있고 15번, 18번, 27번 세 개의 국도 노선이 지나가서 차량통행이 많지만 모후산 쪽 호반에는 이 좁고 무심한 흙길만 한 줄기 나 있을 뿐 민가도 드물다. 호반길은 내내 평탄하지만 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돌아올 때는 고개를 넘어야 한다. 후곡리에서 460미터나 되는 막걸리재를 힘겹게 넘어가면 마치 산수화처럼 아늑하고 그윽한 유마리의 산간 풍경이 기다린다. 유마리 골짜기 안쪽에는 유명하지는 않으나 분위기 좋은 유마사가 1400년을 앉아 있다. 백제 무왕 때인 627년 중국에서 건너온 유마운과 그의 딸이 창건한 고찰로,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다가 근래에 중건되었다. 힘들게 고개를 오른 보람은 막걸리재에서 유마사를 거쳐 다시 호반에 이르기까지 10킬로미터의 시원한 내리막길이 보상해 준다. 고요한 호반길의 낭만, 험준한 산악코스의 스릴과 신나는 다운힐까지, 주암호 호반길에는 입체적인 즐거움이 가득하다.
코스안내 1. 찾기 쉽고 너른 무료 주차장이 있는 서재필기념공원을 출발점으로 잡는다. 보성군에 속한 서재필기념공원에서 화순 방면 15번 국도를 따라 2.5km 가면 화순군으로 접어들면서 다리(복교)를 건너게 된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궁전모텔 앞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시멘트길이 호반길의 시작점이다. 궁전모텔 근처의 공터를 기점으로 잡아도 된다.
2. 호반길에 들어서면 중간중간 민가가 나오지만 인적은 거의 없고 자동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다.(그러나 간혹 산행 등의 목적으로 차들이 다닐 수 있으니, 코너 등에서 항상 주의해야 한다.) 궁전모텔에서 8km 정도 들어가면 포장로가 끝나고 비포장길이 시작된다. 후곡리까지 비포장길은 9km 정도 계속된다.
3. 후곡리에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시작되면서 사실상 조용한 호반길이 끝난다. 도로를 따라 신평교를 건너 호수 동쪽의 국도를 통해 출발지로 돌아가도 되지만 여기서는 서쪽으로 고개를 넘어가는 비포장길로 간다.
4. 후곡리 마을 옆에 후곡제라는 작은 저수지가 있는데, 이 저수지를 기준으로 저수지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은 350m 정도의 고개를 넘어 앞서 지나온 호반길 중간으로 연결되고, 저수지 오른쪽 길은 막걸리재(460m)를 넘어 화순군 유마리로 이어진다. 여기서는 유마리로 향한다.
5. 저수지에서 4km 남짓 힘든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 것이 고비다. 대신 고개까지만 오르면 이후부터는 10km가 넘는 내리막길이니 땀을 쏟을 만하다. 고개를 내려가면 산정마을이 나온다. 유마사는 마을에서 200m 올라가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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