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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 당선작
당선작 - 성백선 ‘분합문’ 외 6편
가작 - 유원희 ‘별을 파는 여자’ 외 4편
당선작 - 성백선 ‘분합문’ 외 6편
분합문 / 성백선
보기둥 위 쌓인 고요가
벽 치고 수장을 들인다
살대로 달빛무늬 낸 소목의 솜씨
칠흑에 갇혀가는 서까래 밑
둔탁한 배목이 서너 개 박히고 나면
수직을 가늠하는 다림추의 미동도 멈춰 선다
단절된 괴에 동그마니 남아
떨그럭떨그럭 파동을 견디던 등자쇠
건너편 지도리에게 여음을 흘려 보내지만
동선은 보이지 않고 온기는 멀다
속살 드러내어 내밀한 눈빛 당기던 탱탱한 거리엔
마주앉은 속내끼리 경계를 허무는 소리도
천장 긁어 샛길 내는 쥐들의 부산함도
벽채 타고 반경 좁히는 고양이 아기울음도 그쳤다
품고 놓아주기를 반복하는 간극은
언제나 짧은 망설임을 남겨
은은한 창 같은, 거칠은 벽 같은 발자욱이
상 머뭇거리는 문전
나누어졌다 싶으면 어느 결엔가 다시 합쳐져
누마루와 팔작지붕 사이 환했던 소통이
옹이 진 정적으로 무료할 즈음
설주를 에돌던 삭풍이라도 맞아들일 양
좁고 짧을지 모르는 생의 공간을
한 간 확장하듯
벽이었다가 문이기도 한 널
지금은 번쩍, 들어올려야 할 때
애어리염낭거미 / 성백선
누가잎새 끝에
저토록 푸른 누각을 세웠을까
정교한 산실 들어선
우거진 수풀 한가운데
성자의 입김 가득할 것 같은 염낭엔
낙엽층을 배회하고 돌아온
성체가 몸 푸는지
부들 뿌리로부터 신음이 부화한다
산고를 둘러싼 우주의 소음들
한여름 어스름에 비껴가고
지금 막 알에서 깨어난 어린 것들은
세상으로의 탈피를 시도하느라
생별을 입에 물고 있다
뱃속 그득 비정의 즙 짜 넣으면서
아, 살아있는 것들의 살고자 함은
이토록 뼈를 깎는 일이던가
생존의 늪지대에서
천적으로 변태한 새끼들에게
제 살과 뼈 뜯어 먹히고
어미의 골육을 포식한
패륜의 바다 위
거미 피륙으로 짠 섬이 전설로 흐르다
소리 없이 가라앉는다
세상의 푸르게 눈물겨운 것
다 흘려주고
말없이 형체 없이
하늘 가신 내 어머니처럼
독살꽃 / 성백선
멀리갯바위 사이로 한 사내가 보인다
나는 괭이갈매기 눈으로 그의 움직임을 앞지른다
꽃지에서 굴혈포까지
조난의 시간 밑으로 흘러든 항로가
흙모래를 털고
어깨에 찰박이는 뻘빛 그물이
촘촘한 하루치 숨을 토해내는
드문드문난 들불의 흔적과 소나무 사이
간조를 기다리는
따개비 껍질 같은 오두막이 움푹하다
물때 맞춰 막아놓은 그의 생존이
수면을 차고 오르기를, 파닥이기를
간절하게 물은 빠져나갔건만
개펄 위 불쑥 솟은 뾰족한 독살
돌 꽃 돌꽃
'꽃만 나고 말았네유'
그의 비릿한 기다림에 나는 초저녁 붉새로 번졌다
물고기를잡아먹고 살았던
선사 수렵시대 바닷바람이
방파제에 부딪혀 해무 속으로 사라진 뒤
삶의 편린들 짭조름히 잦아드는 포구에선
도회지 어부들이 뱃길을 닫고 있었다
근근한 그의 어족은 격랑에 휩쓸려
꾸르륵꾸르륵
해조음만 꽃 주위로 무성히 몰려다니고
나는몸 구석구석 돋아난 돌꽃의 순을 따다가
그의 어장 가득한 물고기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아침, 모네의 정원 / 성백선
그곳엔
빛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가슴부풀어오른 수련이
마알간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부신 눈으로 첫 빛을 밟는다
밤새 태양으로부터 달려 온
맨발의 하루가 뒤따르며
보폭을 키우는 사이
투명한 채색이 시작되고
흩뿌려진 햇발 위 조금씩
드러나는 색색의 일정들은
더 선연한 제 색을 찾아갈까
갓 깨어난 버드나무 아래
그림자 숨긴 여백이
새벽 내음을 코끝에 묻힌 채
살풋 정오의 계단을 살핀다
햇살들의 빼곡한 일과가
어제에 이은 연작의 색감을
연못 위에 띄우는 찰나,
아직이른 아침이다.
갈릴레이 망원경 / 성백선
이미일순간의 착시가 사라진 지 오래였어요
투명한 유리 곱게 갈아 오목한 얼굴에 썼어요
겹겹이 둘러진 포물선 띠가 벗겨져 나갔어요
알몸으로 원점에 서 있는 그대 우뚝하였어요
태양의 흑점을 찾듯 그대 심장을 더듬었어요
천체를 떠다닌 빛과 박동 소리가 몰려왔어요
가까이 반사된 자리에 홍염이 이글거렸어요
산란을 마친 낮이 밤의 깊이로 빠져들었어요
차갑고 무표정한 거리가 환히 웃고 있었어요
쌍안에서 굴절하던 그대도 고색창연하였어요
시야를 가렸던 처음 내 눈은 선입견이었어요
흐린 초점 다시 맞춰 선명한 심상 포착했어요
그대 뒤돌아서면 반대편에 거울을 세워뒀어요
때론 도구도 정직하고 부드러운 눈길이었어요
관측을 마친 나는 목성의 가니메데가 되었어요
기꺼이 그대 곁을 돌고 도는 위성으로 살았어요
바퀴 / 성백선
길모퉁이 담벼락에
곯아떨어진 질주가 푸석하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루하루의 간격을 조율해 주던 삶의 속도들
어느 막다른 길목에 멈춰 선 것일까
울퉁불퉁한 일상 날렵히 나르던 회전은
비포장의 순간들을 갓길에 부려놓고
생애 어디 구간쯤 정체돼 있는지
온종일 시간 헛도는 소리만 헐렁하네
언제고 든든한 바람 넣은 탄력 위
휘파람 싣고 페달 밟으면
혼미한 내일의 여정에라도
동그라미 그려가며 오를 수 있을 텐데
역주행하다가, 전력투구하다가 가뿐 숨
평평히 고르고 윤활유 주입하면서
모난 길 훌쩍 건너뛸 수도 있을 텐데
환상 속에서는 늘 가파른 언덕 다다른
바퀴가 신들린 발처럼 날아다니고
내 어제의 지체된 두 바퀴도
주어진 거리만큼은 완주하려는지
지금 막 막힌 길목을 우회하고 있네
뚜껑 / 성백선
오피스텔에서 내려다 본 운니동 기와집들
검은 뚜껑들이 다닥다닥 세월을 덮고 있다
뚜껑을 열면
그늘 쓰고 문명을 피해 들어앉았던
개화 덜 된 세간살이가 비춰지면서
속속들이 차있는 나직한 군상들의 내부가
햇빛에 파르라니 눈 흘길 것 같다
뚜껑속에 잠겨 있는
벽에 걸린 아이 낙서의 표정
마당 가운데 흐르는 수도의 사계절
개집 옆 작은 화분들의 자투리 여유
담장에 널린 이불의 낮과 밤
대문에 세워둔 자전거에 감긴 거리
한 사람당 할당된 시간과 공간이 똘똘 뭉쳐져
제자리에서 굴러가고는
세월의뭉치마다
속도 다른 흔적들이
지워질랑 말랑한 뚜껑엔 다시
리모델링된 비밀번호가 채워지고
내 뚜껑은 24시간 개방돼 있어도
모호한 채 무늬만 내고 있는데
어느날 열린 지붕 아래
테라스가 된 발 밑에서
내 뚜껑 속을 올려다보고 손짓하는
40년 전 상고머리 계집아이가 생경한 건
낮은 곳 앞서 흐른 삶의 기복들도
덮개 안에서는 그만치
출렁거리다 넘치고 싶었나보다
가작 - 유원희 ‘별을 파는 여자’ 외 4편
별을파는 여자 / 유원희
남구로역에 발 뻗어 먹고사는 삼성식품, 여자는
초저녁이면 문을 내리고
친정으로 별의 씨앗을 구하러 간다
하늘밭으로 나서는 여자의 손엔 망태가 없다
별의 씨앗을 담아오는 것은 손도, 호주머니도 아닌
언제부턴가 불쑥 뛰어나온 그녀의 두꺼운 등이다
별은 진열하지 않고 등에서 하나씩 꺼내 판다
아침이면 가게 앞으로 쪼르륵 쪼르륵 발소리가 몰려든다
직업소개소 봉고차에 실려 가지 못한 사내들이
밤새 염불로 굴렸던 시커먼 한숨을 뱉어 낸다
여자는 별 하나씩을 사내의 가슴밭에 밀어 넣는다
별 키우는 법은, 입꼬리를 높이 올려 설명해주고
혹시 아프거나 칭얼거리면
반드시 진찰 받으러 오라는 눈짓도 잊지 않는다
물 건너에 탯줄을 둔 검붉은 손도
커피 자판기에서 아침을 들이키는 지팡이도
여자가 등에서 꺼내준 별씨 하나씩을 담아 간다
가게 앞엔 별계단이 있다
그 별계단에 올라 본 사람만이
여자의 키가 허리쯤에 있다는 것을 안다
그녀의 밥그릇은 작다
별씨를 가득 싣기엔 배보다 등이 불러야한다
여자가 TV를 보면서 사발면을 들이킨다
가을 가뭄에 말라버린 별들이 브라운관에서 우르르 쏟아진다
여자는 자꾸 블라우스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1-day / 유원희
동네 안경점에서 구입한 1-day 콘텍트렌즈, 아침마다 비누로 손을 씻고 렌즈 속에 내 몸을 집어넣는다 통통한 허벅지 한쪽은 남겨둔다 아차하다 쓸개 빠진 여자, 간이 배 밖에서 펄떡거린 여자는 맵시가 없다 잘못 잠근 블라우스 단추는 그대로 둔다 하루쯤 옆으로 걸어도 좋을 것 같다 구두는 광을 내야한다 가끔 태양이 트림을 하면 1.0 시력으로는 받아낼 수가 없다 에스라인 몸매로 집을 나서 첫 번째로 만난 남자에게 청혼을 한다 아침 결혼식 주례는 신호등이 딱이다 아프리카 여자들처럼 배꼽에 피어싱을 한다 하루 세 번 결혼식에 그 정도의 멋은 기본이다 내 배꼽에 입을 맞춘 남자들은 쇠로 만든 콩깍지를 쉬운다 시계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웃 할 때 중혼 준비를 한다 이번엔 젖꼭지에 피어싱을 한 남자를 택해 혓바닥으로 마빈 게이* 노래를 연주한다 되돌림표가 없는 악보에 남자를 태운다 세 번째는 대머리 남자가 좋다 이마에 누드 문신을 그린다 두 명의 남편들이 축전을 보내온다 그래도 걱정 없다 뚱뚱해도 자고나면 또 처녀, 내일은 내일의 렌즈가 필요하닌까
*마빈 게이 - 미국 흑인 RB 가수, 음악프로듀서 1984년 45세 나이로 사망
담벼락 병동 / 유원희
대학병원 담벼락이 철거되고 있다
넝쿨장미의 인대들도 톱니바퀴에 몸을 내주고 있다
병실 유리창에서 담을 넘봤던 눈빛들이
동네 밖으로 산책을 시작한다
여름내 방문객들이 흘려준
보송보송한 사연들을 취재한 은행나무가
노란 쪽지를 병실로 휙휙 날린다
양손 보따리에 끌려 다닌 발걸음들
무너진 담벼락에 눈물과 한숨을 맡겨 놓고
억지웃음으로 병실로 향한다
뒤뚱거리는 발자국에서 배냇냄새가 기어 나오고
머리를 붕대로 감싼 휠체어 노인은
길 건너 죽집에서 햇볕을 끌어다 쓴다
의족으로 키를 맞춘 목발 아이는
대학꽃집 화분에 제 발목을 심는다
구로시장 앉은뱅이 의자들도
골다공증 치료를 받아 또 무거운 하루를 받아낸다
세상의 가위질에 긁힌 골목길들이 회진을 기다리는 동안
온 동네가 회복실로 옮겨간다
작업복 이력서 / 유원희
드르륵드르륵 귀를 세운 엄마의 재봉틀이
모락모락 솥뚜껑을 넘어갑니다
새벽 등성이를 넘어갑니다
드르렁 드르렁 아버지 지난 발자국들도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폅니다
누비처럼 앉아있는 부스럼딱지 위로
데굴데굴 실밥 타고 굴러갑니다
골목길을 짊어졌던 갈지자걸음도 끌려 와
꽁꽁 실밥 속에 묶여집니다
너털웃음에 덧댄 침 자국이 보일까봐
재봉틀 바퀴가 너스레를 떱니다
아버지 얼굴에 웃음소리가 풀리지 않도록
꼭꼭 실밥을 동여맵니다
흐린 손금을 풀어 마지막 실밥을 동여맵니다
아버지 키가 한 뼘이나 자랐습니다
구로동엔 펭귄이 산다 / 유원희
구로2동우체국 계단 입구를 지키는 펭귄 우편함
앞 집 구두 수선 노인과 수다를 떨다
가끔 행인이 밀어 넣은 편지를 받아먹고
관할지역과 타 지역으로 나눠진 두 입을 옴질옴질 거린다
아침이면 우편함에서 뒤뚱뒤뚱 뛰쳐나와
저녁내 남극에서 보내온 우편물을 스케이트에 싣고
슬로우 슬로우 퀵퀵 오른발, 왼발을 동네 이불속으로 밀어 넣는다
이층집 세발 할머니네는 노란 스쿠터를
편식하는 경식에겐 크릴새우를
33번지 노처녀는 총각을
아래층 새댁은 아파트당첨권을
통통한 은아에겐 비키니 수영대회 포스터를 배달하면
구로동 한낮에 오로라가 떠오른다
구로디지털단지역엔 온갖 펭귄들이 돌아다닌다
가끔은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
집안의 펭귄들이
우편번호부를 뒤적거린다
[심사평]
서울디지털대학교문예창작학부와 계간 『시작』이 주관하는 제2회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 심사는, 674명이 응모한 가운데 풍성하게 치러졌다. 무엇보다도 우수한 작품들이 많았고, 오래 연마된 시의 행을 따라가는 일은 실로 즐거웠다. 특히 캐나다, 일본 등 국외에 거주하는 응모자들을 대하면서 심사위원들은,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이 다국적인 문화를 수용하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문학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공감했다. 또한 시편들의 내용과 형태는 다양한 연령과 삶의 모습을 추측케 했는데, 이를 통해 아직도 문학이 사회 전반에 녹아 있다는 희망도 얻게 되었다.
예심을통해 올라온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김강식, 김수정, 김지영, 성백선, 송하얀, 유원희, 이종숙, 현혜숙 씨(가나다 순) 등 여덟 분의 작품에 주목하였다. 완성도에 있어서 다소의 차이는 느껴졌지만, 이들의 시편들에는 모두 시적 안정과 변화를 주도해가는 힘이 내장되어 있었다. 그것은 결코 단기간의 습작으로 얻을 수 없는 힘이어서, 독자의 내면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심사위원들은 시의 완성도, 언어구사 능력, 구성력 등 다각적인 차원의 논의를 거친 끝에 세 명의 후보를 다시 선정하였다.
우선김지영 씨의 작품 중에는 「모란꽃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선암사 원통전의 모란꽃살문을 통해 설화 속 시간을 바라보는 눈길이 섬세하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작품들의 편차가 심해 아깝게도 최종 논의에서는 제외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마지막으로 논의된 후보는 성백선, 유원희 씨였다. 이 중 유원희 씨의 작품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시로 감싸 안는 진정성이 높이 평가되었으나 언어 반복, 시적 반전의 미약함 등이 지적되었다. 이에 비해 성백선 씨의 작품은 사물을 바라보는 인식의 깊이가 남달랐고, 내용과 형태의 완결성에도 무리가 없었다. 특히 「애어리염낭거미」는 거미의 생태를 어머니의 삶으로 반전시키는 시적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리하여 심사위원들은 논의를 거듭한 끝에 유원희 씨의 작품을 가작으로, 성백선 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데 합의하였다.
당선되지 않은 분들에게는 이번 응모가 더욱 정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라고, 당선자에게는 거듭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번째 당선자를 낸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더 큰 시인의 산실이 되길 기대한다.
심사위원장 - 도종환 시인(한국 작가회의 사무총장)
심사위원 - 이재무(시인),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길상호(시인)
[당선소감]
당선작- 성백선
<시쓰는 기쁨과 아름다움>
입춘이 갓 지난 봄의 문턱에서 뜻하지 않은 당선 희소식을 접하게 되니 놀라움과 설레임으로 만감이 교차합니다. 수많은 나와 만나며 시의 행간을 더듬던 시간 속에는, 저만치 나앉은 빛들과 거의 잊혀져 가는 기억들이 단절을 벗고 소통의 한 길을 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지금 이대로의 삶에서 한 가지씩은 더 보태어 살고 싶은 간절한 무엇이 있을 터, 그것이 詩라는 이름으로 내게 와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을 높이 끌어올리고, 단단한 느낌표를 곤고한 삶에 새겨 주었다면 이 얼마나 위무 어린 독려이며 가슴 벅찬 행진일까요.
이제 다시 돌아 올 봄 앞에 시간의 얼굴을 씻고, 연둣빛 시어를 펼쳐 꿈 먹은 길을 향하려 합니다. 그 길에 눈부신 슬픔과 아름다운 아픔이 서려 있길 바라면서 울퉁불퉁하고 휘어진 길이 더 묘미 있는 건, 힘들어 지칠 때마다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손 잡고 함께 나누는 온정의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란 것도 잊지 않으렵니다.
서울디지털대학교와 미흡한 점이 많은 시를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 드리고, 밤늦도록 컴퓨터를 껴안고 시의 언덕을 오르내리던 내게 건강을 염려해 준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하며, 언제나 정신적 든든한 후원자이신 이동순 교수님과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함께 습작의 과정을 즐겨 준 시창작 문우님들께 이 영광을 바칩니다.
가작 - 유원희
터널 속을 걸었습니다. 어둠이 내 몸을 사각사각 먹어갔습니다. 누군가에게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 싶어 거리공원으로 갔습니다. 겨울바람만이 나를 껴안고 울어줄 뿐이었습니다. 내 가슴이 그렇게 쪼글쪼글 말라 갈 때 ‘별을 파는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녀가 등에서 꺼내 준 별씨를 받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고, 때론 아프다고 칭얼거리는 별. 별이 있어 내 삶이 더욱 간절해지고 진지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족한 나의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기쁜 소식에 맨 먼저 생각나는 하늘에 계신 할머니, 사랑합니다. 문학이 무엇인지, 진정성 있는 글을 치열하게 쓰도록 지도해 주신 오봉옥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e시인회의, 홍시, 뿌리문학회, 미우회, 시사랑 동아리 회원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신이 내게 선물해준 친구 화옥에게 이 기쁨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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