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자(父子)의 기도
완고한 유교 집안이었지만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노인정보다 그곳에서 지내시는 시간이 더 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가 기도를 하실 때면 사람들은 웃음을 참느라고 애썼지만, 나는 그 기도를 들으면서 전통적인 기독교 정신은 바로 저런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의 기도는 언제나 우리와 가장 먼 나라 사람들로부터 시작하셨던 것이지요. 신문이나 방송에서 들으신 외신 뉴스 가운데 보스니아처럼 전쟁을 하거나 아프리카처럼 기근으로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들, 우리가 관심조차 갖지 않는 지역에서 일어난 태풍이나 홍수로 가족을 잃은 난민들을 보살펴주라는 기도였던 것이지요. 그 긴 기도의 끝에 이르러서야 겨우 한국과 우리 가족을 위한 기도를 하셨는데 그것도 아주 작고 멋쩍은 소리로 혹시 남은 복이 있으시면 우리 식구들, 어린 손자들에게도 좀 나눠주십사라고 끝을 맺으십니다.
(백 살 넘게 사셨던 아버지를 추억하며 쓴 故이어령 교수의 글입니다.)
“하나님, 이 찬란한 빛과 아름다운 풍경, 생명이 넘쳐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당신께서 만드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왜 당신의 딸 민아에게서 그 빛을 거두려 하십니까. 기적을 내려달라고 기도드리지 않겠나이다. 우리가 살아서 하늘의 별, 지상의 꽃을 보는 것이 바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매일매일 우리는 당신께서 내려주시는 기적 속에서 삽니다. 그러니 기적이 아니라 당신께서 주신 기적들을 거두어가지 마시기를 진실로 기도합니다. 만약 민아가 어제 본 것을 내일 볼 수 있고, 오늘 본 제 얼굴을 내일 또 볼 수만 있게 해주신다면 저의 남은 생을 주님께 바치겠나이다.”
(70살이 넘은 이어령 교수가 딸 이민아가 시력을 잃게 되었을 때 드린 기도)
기도에 대한 공부를 주일 오후에 하고 있어서 적어보았습니다. 출처는 <지성에서 영성으로>입니다.
첫댓글 기도... ...
대화죠 . ..듣는 마음이 먼저인^^
저의 요즘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