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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백성호
#궁궁통1
기독교에서는
죽어서 천당에 간다고
믿습니다.
불교에도
그런 땅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서방정토(西方淨土)입니다.
서쪽에 있는
깨달음의 땅,
해탈의 세계,
부처님의 나라입니다.
불교의 경전 가운데 가장 짧은 '반야심경'에는 팔만대장경의 이치가 압축돼 있다고 평가받는다. 인도 쿠시나가르의 전탑. 백성호 기자
불교 경전 중에
‘반야심경(般若心經)’이 있습니다.
경전의 원래 이름은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입니다.
여기서 ‘바라밀다’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음을 빌려온 단어입니다.
산스크리트어 원어는
‘파라미타(paramita)’입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간다는
뜻입니다.
그게
‘바라밀다’에
담겨 있는
깊은 뜻입니다.
#궁궁통2
그럼
어디에서
어디로
건너가는 걸까요.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언덕에서,
강 건너에 있는
저 언덕으로
건너가는 겁니다.
이 언덕은
지지고 볶는 세상입니다.
저 언덕은
평화롭고 지혜로운
땅입니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종종 연꽃에 비유한다. 진흙에 물들지 않고 연꽃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그런데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왜냐고요?
둘 사이에
큰 강이 흐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을 건널 배가
필요합니다.
뗏목이 필요합니다.
그 뗏목이 뭘까요.
석가모니 부처는
자신의 가르침이
바로
강을 건널
뗏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그 가르침 속에 담긴
이치가,
우리를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건너게 해준다는 겁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그 땅이
왜 하필
서쪽에 있을까요.
왜
동방 정토가 아니라
서방정토일까요.
남방정토나
북방정토가 아니라
서방정토일까요.
#궁궁통3
법륜 스님은
반야심경 강의에서
그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원래
인도에는
원주민인 드라비다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체구도 작고
왜소하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유럽 사람처럼
덩치가 크고,
눈과 코도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생긴
아리안족이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인도땅으로
쳐들어 왔습니다.
북부에서 내려온 아리안족의 침략으로 원주민인 드라비다족은 피지배 계급이 됐다. 이런 역사적 과정 속에서 인도에 카스트 계급 제도가 생겨났다. 백성호 기자
아리안족에게 밀린
드라비다족 등 원주민들은
계속해서 쫓기며
동쪽으로,
또 동쪽으로,
벵골만이 있는 동쪽으로
옮겨가야만 했습니다.
힘 세고 강한
아리안족은
힌두스탄 평원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계속 점령해 갔습니다.
인도의
갠지스강 지류들은
히말라야 산맥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립니다.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강을 건널 때마다
아리안족은
나라를 하나씩 세웠습니다.
그 당시는
일종의 부족국가였습니다.
강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국경이 됐습니다.
강을 건너는 건
국경을 건너는
일이었습니다.
법륜 스님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 나라 안에서
고통받는 사람은
강을 건너서
저쪽으로 도망가버리면
거기는
속박이 없는 세계였다.
그걸 건너가는 게
자유의 세계,
행복의 세계로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파라미타’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속박의 땅에서
자유의 땅으로
강을 건너간다는
말이니까요.
#궁궁통4
불교의 이상향이
왜 하필
서쪽에 있는지도
설명이 되더군요.
동쪽으로 계속 쫓겨가던 드라비다족에게는 서쪽은 그리움의 땅이었다. 서방정토의 기원과도 연결된다. 백성호 기자
아리안족의 침략에
시달리며
동쪽으로,
동쪽으로 쫓겨가던
원주민에게는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운 겁니다.
평화롭게 살던
그 옛날이
사무치게 그리운 겁니다.
그런데
그 땅이 모두
서쪽에 있는 겁니다.
동쪽으로
계속 쫓겨가야 했던
원주민들에게는
평화를 누리던 시절의 땅이
모두 서쪽에 있는 겁니다.
법륜 스님은
그래서
서방정토라는 말이
나왔다고 설명합니다.
요즘도
죽어서 서방정토로
가기를 염원하며
서쪽을 향해서
염불하며
기도하는
불교의 종파도 있습니다.
#궁궁통5
참 궁금합니다.
정말
자유의 땅,
행복의 세계는
서쪽에 있는 걸까요.
저는
불교에서 말하는
그 서쪽이
다름 아닌
우리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먼저
자유롭고
행복하고
지혜로워지지 않고서,
제아무리
서방정토의 땅을
밟는다고 한들
내 마음이
평화로워질까요.
또
내 마음이 먼저
자유롭고
행복하고
지혜로워진다면,
내가 아무리
동쪽에 서 있다고 한들
거기가
서방정토가 아닐까요.
인도에 있는 불교 석굴. 아침에 햇살이 들어오면 석불의 불에 화색이 돈다. 백성호 기자
그러니
동과 서,
남과 북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내 마음이
불편하고 괴로우면
거기가 동쪽이고.
내 마음이
자유롭고
지혜로우면
거기가
바로 서쪽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 세상 모두가
동쪽이 될 수도 있고.
이 세상 모두가
서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서방정토가
죽어서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살아서 가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닦고
마음을 깨치는 일이
참 소중합니다.
내가 서 있는
모든 동쪽의 땅이
서방정토가 될 수
있습니다.
그걸
맛보며 살지,
아니면
놓치며 살지
오로지
내 마음에 달렸습니다.
그러니
동서남북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닙니다.
내 마음
평화로워지는 순간,
거기가 바로
서방정토이니까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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