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홀로 나는 새더라
추정강 숙 려
주검 앞에 서보면, 그 죽음 앞에서 우리는 철저히 홀로라는 것을 눈물 없이도 뜨겁게 알게 되거늘 가는 자도 혼자요 남은 자도 혼자인 것을, 그리움이 안개처럼 젖어 이렇게 쓸쓸한 인생이고 보면 비울 수 있는 넉넉함을 배울 일이다
가슴은 하나인데 마음이 열둘이었던 나의 죄를 고백하노니 듣는 자여 용서해다오 여기 버리고 지우고 홀로 서서 먼 태고에 귀 기울이는 슬픔이 있노니 오오, 그리운 모든 것들아 영영 나는 너를 놓지 못하고 홀로 나 여기 목 놓아 울게 하는 그리운 것들아 버려도 다가와 더욱 혼자이게 하는 슬픈 시간이 흘러간다
어둠이 흐르고 밤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창문을 열고 멀리 어둠 속에서 뚜벅뚜벅 내 가슴으로 걸어 들어오는 빗소리를 들어보라 나는 이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오직 홀로라는 것을 알게 되리니 인생은 홀로 나는 새인 것을
그리움이 안개처럼 젖어오면 더더욱 홀로 임을 그림자 없이도 더 잘 보이는 일인 것을.
세월의 뒤 안
추정 강 숙 려
바람마저도 숨 쉬지 않던 그 날 시간은 정지되고 소리마저 사라진 하얀 날 숲길 아득히 그는 구름이 되었네
더 무엇 나눌 수 없어 미쳐 훨훨 그 뒤를 나는 따랐네 하얀 국화 꽃닢 속에 잠기던 얼굴 더는 잡히지 않았네
흙 속에 그를 묻고 나도 묻고 웃음도 묻고 눈물도 묻고 이별의 긴 터널에 기대서서 보았네
찰나의 순간을 위하여 인생은 길고 시간이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다 세월이 알아서 한다는 것을
누누한 강물 곁으로 세월은 가고 오늘 여기 그 말하며 아름다웠던 추억 한 토막 시처럼 옮길 수 있네. 시인이 되어.
시인약력 *1993년 한맥문학 등단 /시. 수필(1994년) *2000년 나래시조 등단 *2001년 시조월드(미주)신인상 *바람속에 귀를 열면 외 8권 서책 상재 *한국문협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펜클럽협회 세계한민족작가연합 나래시조 여성문예원 외 활동.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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