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박한 농부에게는 소중한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는 어린 아들을 종종 자신의 일터인 논으로, 밭으로 데리고 다녔습니다
아들은 그때마다 자신의 아비가 얼마나 열심히 땀흘리면서 일하는지를 눈으로 지켜보면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 아비의 땀을 닦아주고 싶어했으며 뭔가를 도울 수 있기를 원했지요
농부는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아들에게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땅을 지키고 가꾸는 일이 너무 힘들고 정말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던 일임을 알게 하고 싶어했지요
그는 도시에 나가서 공부를 마치고 좋은 직장도 얻어 정착할 수도 있었지만
항상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땅에 대한 애착을 버릴 수가 없어서 마침내 귀향을 결심하고
부친의 땅을 물려받아 귀농을 하고야 말았더랬습니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들을 얻어서 살게 된 그는
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한 농사꾼이었습니다
그런 아비의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아들은 자기도 커서 아비와 같은 농사꾼이 되겠다고 하였지요
어느날 병설유치원 선생님이 농부의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ㄱㅅ이가요~ 아이들하고 같이 밥을 먹는데 자꾸만 밥상 위로 떨어진 밥알을 주어먹는거예요
그래서 떨어진 것은 더러우니 먹지말라고 그랬거든요
그러자 ㄱㅅ이가 하는 말이 '이게 뭐가 더러워요?
이건 우리 아버지처럼 열심히 일하는 농부 아저씨들의 피와 땀인데요' 하면서
여전히 애들이 떨어뜨린 밥알까지 주어먹어서 얼마나 감동먹었는지 몰라요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밥알을 주어먹기도 하고, 처음부터 떨어뜨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먹으려고 애쓰는 모습들도 보여주더라구요"
저녁에 그 얘기를 전해들은 농부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꼈습니다
벌써 잠들어버린 아들의 머리를 쓱 쓰다듬으며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었더랬지요
그런 그의 아들도 어느덧 쑥쑥 자라서 세상을 향해 귀도 열어두고 눈도 열어두며
온갖 세상돌아가는 얘기에 푹 파져들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길이 아비와는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들이 책에 빠져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농부는 아들을 전처럼 자주 데리고 다닐 수가 없어졌지요
그럴수록 아들과의 거리감에 서운한 감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아들이 명석해서 나중에 큰사람이 될거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가슴이 뿌듯해져서 그는 더욱 열심히 농사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아들이 그 아비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슬픈 일이 생겼습니다
그날은 정말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할 정도로 바쁜 때여서 하는 수 없이
책에 코를 박고 있는 아들을 불러 오늘 하루만이라도 자신의 일을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얼마나 그 책내용에 빠져있었던지 들고 있던 책을 정말 놓고 싶지않은 눈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비는 거듭 부탁을 하여 아들은 억지로 끌려나가다시피 나가야했습니다
저녁이 다되어 농부와 아들이 돌아왔는데 두 사람 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농부의 아내가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하니 아들은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농부는 마루에 앉아서 한참을 한숨을 쉬고 앉아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농부는 밖으로 다시 나가서는 기다란 작대기를 하나 들고
아들의 방에 들어가서는 아들에게 종아리를 걷으라고 하였습니다
아들은 종아리를 걷으며 "아버지, 죄송합니다. 제가 철없이 한 말이니 용서하세요"하였고
농부는 그런 아들을 향해 이렇게 대답을 하였습니다
"오늘 내가 너를 향해 처음 매를 드는구나. 너는 오늘 네 아비를 모욕하였을 뿐 아니라
모든 농부들을 모욕하였으며 자연의 법칙을 모욕했으니 딱 세 대는 맞아야겠다"
태어나서 처음 아들의 종아리를 때리고 나온 농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습니다
그 눈물을 안보이고 싶었던지 농부는 다시 밖에 나가 한참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사연인즉슨 아비의 일을 거들어주면서도 계속 부어있는 아들에게 농부는 이런 말을 하였다지요
"아들아. 내가 네게 매일 도와달라고 하더냐? 어쩌다 한 번 정말 너의 도움이 필요하여 불러냈는데
계속 그렇게 부은 얼굴로 못마땅한 듯이 일을 해서야 되겠느냐?
이왕 아비 일을 도와주기로 했으면 좀 더 즐겁게 도와주면 좋겠구나"
그러자 아들이 볼멘 소리로 이렇게 대꾸를 하였답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데 어떻게 즐거울 수 있겠어요?"
"그래도 아비는 농사일을 단 한 번도 하기 싫어서 억지로 한 적이 없단다"
"그거야 아버지가 선택한 일이니까 그렇지요 뭐. 전 아버지 같은 농사꾼이 안될거라구요"
"무슨 소리냐? 어렸을 땐 아비 같은 농사꾼이 되겠다더니..."
"그건 농사일이 뭔지 잘 몰랐을 때니까 그렇지요"
"그래? 그럼 지금 네가 아는 농사일이란 게 뭐냐?"
"그건 사회 부적응자나 퇴출된 무능력한 사람들이 마지못해 하는 일이거든요
저는 공부 열심히 해서 성공한 사람이 될거예요. 절대 아버지 같은 농사꾼은 되지 않을거예요"
아들의 말을 들은 농부는 한동안 말을 잊었습니다
그러다가 조용히 입을 열어 물어보았습니다
"그럼 넌 이 아비가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말이로구나
아니, 이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모든 농부들이 다 사회의 떨거지들이라는 말이더냐?
이 아비는 단 한 번도 나 자신이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나는 항상 네게 억지로 농사를 짓지 않는, 즐겁고 행복한 농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날 농부는 아들을 학교로 보내지 않고 다시 논과 밭으로 데리고 나갔습니다
땀흘리는 농부의 삶이 얼마나 보람차고 고귀한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아비의 뜻에 따라 아들은 묵묵히 아비와 함께 논둑의 풀을 깎고 오리장 청소도 하며
발효액비도 만들며 아비와 함께 땀을 흘리고 아비와 함께 꿀처럼 달콤한 밥을 먹으며
그렇게 한 일주일을 강아지처럼 따라다녔습니다
그리하여 한동안 멀어졌던 두 사람의 사이가 옛날처럼 다시 가까와졌습니다
아이가 무단결석을 하자 학교에서는 난리가 났었지요
담임선생님에게 대충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인성교육을 해야할 것 같으니 이해하시라고 말하니
"뜻은 잘 알겠습니다. 다만 너무 긴 시간 동안 결석하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멀어졌던 부자 사이가 일주일 사이에 더없이 가까와지면서 농부는 아들을 용서하기로 하고
아들은 아비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나보다 덜 배우고 나보다 못벌고 나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업신여기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라는 대답을 들은 후에야
농부는 아들을 다시 학교로 보내주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아들은 반드시 일요일만 되면 아비를 따라 농사일을 하러 나갑니다
마지 못해 억지로 따라나서는 것이 아니라 정말 즐겁고 행복한 강아지 같은 모습으로...
출처 : 다음 아고라
첫댓글 달달 위우기만 하는 공부는 자기밖에 모릅니다 체험하며 배우는 공부는 주위를 잘 알잖아요 그레서 사람은 인성교육이 어뜸인줄 알고 있습니다 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