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념이 인간의 뭘 해결한다는 거야
서늘함과 뜨거움이 함께 뒤섞이고 있는 봄과 여름의 어느쯤을 지나고 있다.
누군가는 반바지와 반팔을 입었더라.
"춥지 않냐?"
"더운데!"
추위가 아직인 맨투맨과 긴 바지를 걸치고 모임 장소로 향한다.
가랑비님, 강빈님, 수련님, 여행님, 애몽이님, 해피데이님. 일곱명 단체 여행의 두 번째 여정이다. 출발때와 인원이 달라졌다. 앞으로도 바뀌겠지만 이야기도 다양해지겠지. 1편의 기억을 살리려 복기를 한다. 3월 모임을 건너뛰었더니 기억도 저편으로 뛰어갔다. 소화만 기억하면 됐지.
대선 중에 읽었던 애몽이님은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뽑아주는 썰전의 회오리 속에서 연결점을 찾았다. 최익승 의원의 모습을 청문회 속 안하무인에서 보았다. 해피데이님은 서민의 배고픔을 보았다. 성향보다 먹고 사는 게 우선인데 사는게 힘들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이병헌을 김범우로 떠올려보기도 했다. 용공주의자,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한 의문도 생겼다.
염상진을 따라나선 이들은 그들의 혁명 실패의 대가를 가족이 대신 받을 것을 예상하지 못 했나? 경찰과 군대, 청년단과 토벌대는 손에 잡히지 않는 좌익 대신 가족들을 괴롭혔다. 잠시나마 우세였던 좌익의 숙청으로 희생당한 지주들의 자손들은 복수에 나섰고 하대치의 아버지는 죽었다. 소식을 접한 강동식은 집으로 향했다. 부인 외서댁은 염상구에게 강간 당했다. 피해자는 말할 수 없고 스스로 자책해야 했다. 남편의 손길에 들킬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염상진은 급히 조를 꾸려 이들을 붙잡으려 했으나 소규모 전투가 벌어졌고 총을 맞은 안창민은 읍내에 홀로 남겨졌다. 안창민은 출발 전부터 추격대에 회의적이었다.
독립운동에 연루된 자들 중에서 가장 다루기 쉬운 것이 자식을 둔 자들이었다. 그들을 고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잡아다가 고문하면 신효 할 정도로 쉽게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효과적인 방법이 부모를 고문하는 것이었고, 세 번째가 마누라를 고문하는 방법이었다.
미래를 위해 희생하기 보단 현재를 살아가는 편이라 그들의 행보는 놀랍다. 고문을 당하기도 전에 벌써 아는 것을 모두 내놓을 것 같다. 염상진은 스스로 선택했고 행동을 먼저 했기에 다양한 시각을 접하지 못 했다. 이미 따르는 이들이 생겼고 이는 손승호나 김범우와 다른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부인은 이해해 줄 것이기에 세 번째 순서 일 것 같다는 의견은 새로웠다. 점만 찍으면 님에서 남이 되기에 독립운동가의 가족도 독립운동가인 것을 간과했다.
2권까지 읽으며 염상진이 애처롭다. 가난한 집에서 힘들게 자라 사범학교를 거쳐 선생님이 될 수 있었다. 사회주의를 접하고 이념에 몰입되었다. 현실에 있어보니 생각과는 다른 점이 있어 후회가 있다. 다양한 삶이 있을수도 있는데 접하지 못 했다. 김범우와 대조적이다. 김범우는 학병으로 나가 포로로 미국 OSS 첩보훈련원이 되었다. 반대와 반대, 그 중간을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에게 훈련을 시킨 미국에게도 배신을 당했다. 염상진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염상진의 고뇌와 한숨을 긴 이야기로 접할 수 있었다.
남인태 서장은 이번 권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김범우의 항의를 받은 최익승 의원은 김씨 일가의 기를 꺾기 위해 남인태 서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돌아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길로 몰아넣고 스스로 김범우를 유치장에 가두게 한다. 김범우와 아버지 김사용은 꺾이지 않았고 남인태는 처치 곤란이다. 묘수는 김범우를 순천으로 넘기는 것이었다. "차도살인" 남의 칼을 빌려 상대방을 쳐라. 그 칼은 남인태 서장의 목을 향했다. 최익승은 손절했다. 남인태는 김씨 문중과 최익승, 좌익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좌천 당한다. 윗사람의 의중을 잘 읽어야 한다. 튀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 그리고 남인태 서장이면 나름 만족할 삶이었다. 아버지의 선택으로 경찰서 심부름꾼으로 시작해 독립 후 세상이 끝날 줄 알았더니 기사회생해 경찰서장이 되었다. 인간 관계론과 처참하게 보이기도 했던 남인태 서장이면 충분히 누리고 있는 자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의견들이었다.
처음부터 읽으면 더욱 좋고 해당 권부터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태백산맥. 다음에도 함께 해요.
*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은 시간의 기록입니다.
첫댓글 소화만 기억하면 됐지ㅋㅋㅋ
한편의 서평같은 후기 참 좋네요
읽고 쓰고.. 허공에 새긴 흔적보다 더 오래 남겠네요. 세 번째도 기대합니다^^.
사진도 예쁘고 감상평도 멋져요. '독서모임이 아 이런거구나!' 느꼈습니다. 같은책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읽다만 책은 마음 한 구석에 남는데, 저 다 읽을 수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