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엿보기
방귀 열차 타는 날(작가마을)
이산야(본명 이심길)
2018년 《연인》 동시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열시사십오분창작랩’, ‘사이펀의 시인들’ 회원이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지우거나 잊거나 세속의 욕심으로 덧칠해 나간다. 그것을 사회화나 성장이라고 말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중요한 것을 잃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시인들은 동시를 쓰면서 때 묻지 않은 그 원형의 순수를 되찾고 싶어 한다.
버스 뒷좌석
개골 소리 타당탕
거친 파도 몰아치고
도리도리 고개 돌려
볼까 말까 망설이네
크악 크악 사자 온다
- 「마을버스」 전문
버스 뒷자석에 앉아 밖을 구경하면서 어린이의 시선은 사파리의 경험을 상상한다. 세상을 놀이터로 여기고 구경거리로 여길 수 있는 마음은 어린이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어른이 된 우리는 일상의 삶을 걱정해야 하고 버스를 타고 가는 출근길이나 퇴근길의 혼잡을 염려해야 하고 그렇게 해서 버는 돈으로 꾸릴 빠듯한 살림살이를 계산해야 한다. 그런 걱정과 계산 없이 세상을 즐거운 놀이터로 볼 수 있는 천진한 마음을 우리는 어느 때부터인지 상실하고 살고 있다. 시인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어린 시절에 가졌던 순순한 상상력의 세계를 다시 복원해 내고 있다.
이런 동시들은 자연을 소재로 한 시들에서 좀 더 두드러진다. 중년과 노년을 지낸 많은 사람들은 농촌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정서의 배경에는 이 자연이 깔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에는 이런 자연은 점차 사라지거나 사라질 운명이거나 이미 사라지고 없다. 시인은 자연에서 경험한 순수하고 천진한 느낌으로 그 시절의 소중한 경험을 다시 되살리고 싶어 한다.
노란 치맛자락
보일락 말락
두리둥 두리둥
허리띠 꼴깍
허리자락 매어보고
우산 쓰고 기다릴까
눈이 오면 울어볼까
바람 불어 갈대숲
- 「지푸라기」 지붕
지푸라기로 지붕을 얹은 초가집은 이제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역사 속에만 존재하고 있다. 시인은 어린 시절에 본 초가집의 모습을 그 당시 자신의 어리고 순진한 눈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노란 치맛자락과 허리띠 질끈 묶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짚단을 가지고 새로 잘 이은 초가집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 듯하다. 시인의 기억 속에 그런 초가집의 모습은 우산을 쓰거나 눈에 맞아 고드름으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그 기억은 바람 부는 갈대숲의 아련한 풍경까지도 소환해 내고 있다. 시인이 동시를 통한 재현이 아니면 사라지고 없을 과거의 한 모습이고 또 잊고 싶지 않은 과거의 동심이기도 하다.
-황정산(문학평론가), 시집해설 「동시가 필요한 세 가지 이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