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이제는 혹한기 보다는 시원한 바람이 아침을 적신다.
활력이 넘치는 운동장에서의 몇 시간은 건강을 선물해 준다.
이런 아침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가져다 줄까 생각해 본다.
영덕의 바다.
도로 옆에는 "푸른바다"로 가는 이정표가 눈길을 끈다.
파도가 높은 토요일 저녁에 멀리 밤배는 갑판위의 불빛이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는 반복한다.
해변가의 거북바위에는 거센 파도가 밀려 등을 적신다.
언제 와봐도 그 자리에서 버티는 거북바위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같을까?
한참을 방파제에 걸터 앉아 파도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멀리서 갈메기떼의 울음소리가 밤바다에 울려 퍼질 때
옆 집에서는 내일 아침 밥 설칠까 꽁꽁 언 수도꼭지 녹이려고 불 밝힌다.
아침이 밝아 오고
일행은 다시 바닷가를 달리며 그 옛날 추억을 남긴 곳으로 달린다.
멀리 빨간 지붕의 등대가 보이고
등대를 휘감은 대게 다리와 두개의 집게가 눈 앞에 들어 온다.
그 아래는 하얕게 부서지는 파도가 예사롭지 않다.
따스한 햇볕에 반짝이는 바다는 솜털보다도 더 보드랍고 반짝거린다.
그대로 풍덩 뛰어 들어도 두둥실 떠 있을 것 같은 고요한 바다...
뒷산 언덕에는 웅웅 거리며 풍력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에 새들도 신이 난다.
한 개를 설치하는데 25억 정도가 들어 간다고 하니 10개면 250억원이던가?
이 덕분에 우리는 따뜻한 겨울 밤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역시 인간이 발명한 기술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대게 등대에서의 짧은 추억담은 다음에 다시 찾으려 애를 쓰는 것 같다.
밤새 거친 바다의 숨소리는 어디로 가고
한적하리 만큼 고요하고 포근한 바다가 동해안으로 끝없이 펼쳐 진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좋다.
지금 이 순간이 우리 친구들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는 시간이다.
대게 먹으러 떠나는 대게 여행이 감미로운 바다 여행이 되고 말았다.
석동횟집...
물 맑기로 가장 으뜸인 곳에 자리잡은 작은 어촌 횟집이다.
작은 포구에서 잡아 올린 잡어들을 횟감으로 해서 찾아 오는 손님들에게 값싸게 제공한다.
그러나...
주인의 인기척은 온데간데 없고 나릇배 고치는 노인만이 그물을 고쳐맨다.
지그까지 본 바닷물을 채로 걸려서도 이런 맑은 물은 볼 수가 없었다.
투명하고 반짝거리고... 바닷속이 훤히 보인다.
갯바위 옆에는 낚시꾼들의 소굴처럼 많이도 모였다.
그래서 주인은 오늘이 일요일인데도 식당 일을 하지 않기로 작정을 했는가 보다.
자를 돌렸다... 북쪽으로 갈까? 남쪽으로 갈까?
삼거리에서의 의견교환이 이루어지고 한참을 지난 후에 강구항으로 떠났다.
멀리 풍력발전소와 대게등대가 눈앞에 들어온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찻길조차 피할 수 없을 지경에 놓여 있다.
옛날 거랑에 고기떼 모여 들듯 사람들의 발자취로 메워져 갔다.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목에 비치는 바다의 풍경을 옥구슬이 쟁반에서 반짝이는 듯이 빛난다.
방파제에는 따뜻한 햇살 받으며 낚시하는 사람들로 온 세상을 이루고 있다.
"작은 고기는 싫어... 대어 한마리만 낚아서 마누라에게 자랑해야지" 하는 낚시꾼들에게
어느 멍청한 큰고기가 입질을 할까?
차라리 고생하지 않고 미끼값 아껴서 어항속에 든 고기를 사서 가져 가는게 나을진데...
강구항 입구에는 자동차 대열 뿐이다.
이따금 손에 대게를 삶아든 스치로폼을 뽐내며 기세등등하게 집으로 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부모님 드시라고 사갈까? 아니면 자식새끼 주려고 사갈가?
내같으면 어찌 했겠는가 생각을 해 봤다.
식당 곳곳에서 자기네 집으로 오라고 손짓 발짓 등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를 정도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흘리고 간 돈의 액수는 얼마나 될까?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한다.
대게 한마리에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몇 만원 짜리는 아예 게살은 없고 힘줄만 있단다.
그 다음은 1~2만원 단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게살이 60%, 70%, 80%, 95% 차 있다고 한다.
보통 10만원 이상을 주어야만 영덕대게 다운 게를 맛볼 수가 있다니 많이도 올랐다.
그래도 이까지 왔으니 게 맛은 보아야 하지 않는가?
어항을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5만원 짜리 이하는 보이지 않는다.
"범은 무섭고 범 가죽은 탐이 난다."더니
값은 저렴하고 맛도 좋고 양도 좋은 놈을 찾으려니 주인은 어디 등신인가?
커다란 놈 한 마리를 집어 올리더니 "15만원"한다고 했다.
아마도 간 작은 사람은 그 앞에서 기절을 할 듯도 하다.
주인은 우리가 사서 먹을 것 처럼 자랑질을 하였지만
우리는 그냥 구경만 하는 것으로 만족스럽다.
똑바로 볼 수가 없다. 미안해서다...
주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쪼다 같은 사람들... 이정도는 먹어야 게 먹었다고 할 낀데...
그냥 좋은 놈으로 몇 마리를 주문하고 회도 주문했다.
이왕에 왔으니 먹은 것처럼 먹고 가자는 의견이 있으니 눈 딱감고 먹어 보자.
대나무 마디를 닮아서 대게라고 붙여진 영덕대게가 이렇게 비싿.
먹을 때에는 아주 맛있을지 모르겠으나 지갑 열 때에는 맘이 꽤 쓰릴 것이다.
옷 소매를 걷어 올리고 손으로 띁어 가면서 게 젓가락으로 훔쳐 꺼내어 한참을 맛있게 먹었다.
이제는 계산하는 시간만 남았다.
카드로 할까? 현금으로 할까? 그것은 내 몫이 아니니 난 걱정할 필요 없다.
참 맛있게 먹었다.
영덕에서의 게맛을 보고 입맛을 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럽게 돌아 왔다.
서울 사람들이 이런 바다를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어머머~~ 어머머~~~
참 맑고 깨끗하다.
이 세상에 남겨진 해안 보물 중에 가장 아름다운 해안이 동해안이 아닐까 감히 소개해 본다.
청정한 바다에 찌든 마음을 내려 놓고 돌아 왔다.
동해바다는 서울 사람들의 바쁘고도 복잡함을 씼어 주고도 남을 만큼의
넓고 깊은 품을 가지고 있었다.
원본 크기로 보는 것이 더 멋질 것 같다.
가장 아름답고 멋진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