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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02
1. 회식집 앞 / 밤
상식 : 넌 임마, 꼬라지가 왜 이래?
백기 : 일이 좀 있었어요.
상식 : 무슨 일?
그래 : 저, (백기에게) 저도 다시 사무실 가서 마저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백기 : (조금 당황)
그래 : (뼈 있다) 미안해서 인사하고 가려고 왔어요.
백기 : (당황)
상식 : (어리둥) 니가 임마 해야 될 일이 뭐가 있어? (보다) 너 설마, 그거 하러 가?
그래 : 네. 잘못해놨으니까 다시 해 두겠습니다.
상식 : (당황, 미안) 야, 그거 내일 해도 돼. 들어가 배를 채우든 집에 가 씻고 자든, 하여튼 복귀하지 마!
그래 : 아닙니다. 내일 출근하시면 보실 수 있도록 해 놓겠습니다. (꾸벅하고 간다)
상식 : 허! 저 놈..
백기 : ....
각각의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을 뒤에 두고 걷고 있는 그래.
꾹 다문 입, 차가와 진 눈매. 분노를 누르며 차갑게 굳은 얼굴.
2. 영업 3팀 통로 + 영업3팀 안 / 밤
어둠 속 사무실 안을 또각또각 걸어오는 그래. 영업3팀 안으로 들어온다.
윗옷을 벗어서 의자에 거는 그래.
그래(e) :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모니터의 파르스름한 불빛을 받는 그래.
마우스를 움직여, 예의 그 파일을 딸깍 클릭하는 그래.
그래(e) : 명확한 분류 기준과 효율적인 활용가능성... 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
앉아 있는 그래의 뒤로 어둡고 빈 사무실의 전경이 그래를 지켜보듯 펼쳐지더니
잠시 후... 창 안으로 여명이 들어온다.
다시 그래의 자리로 보면, 빈 책상.
그래(e) : 그리고 무엇보다...
3. 사우나 탕 안 / 아침
꼬로로록~ 물 위로 올라 오는 수포.. 잠시 후 물 속에서 그래, 푸하! 올라 오며 푸하 푸하 켁켁켁켁 숨을 뱉는 그래.
그래(e) : 나 자신을..
켁켁거리다가 다시 꼬르륵~ 가라앉는 그래.
4. 원인터 엘리베이터 안 / 이른 아침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그래가 서 있다.
뽀송뽀송 발그레한 얼굴과 툭툭 털어 말린 머리에서 방금 사우나에서 나온 태가 난다.
아버지의 양복을 입고 있다. 와이셔츠 윗 단추는 풀어져 있다.
양복 주머니에는 급히 넣은 넥타이 끝이 삐죽 나와 있다.
손에 든 쇼핑백 밖으로 구겨진 새 양복의 소매 하나도 삐죽 나와 있다.
그래, 15층을 누르는데 다다다닥 급한 발소리가 들린다. 열림 버튼을 잡아 주고 기다리는데
밖에서 버튼을 잡으며 영이가 탄다.
당황하는 그래, 영이도 조금 당황한다.
그래 : 안녕하세요.
영이 : 아.. 네. 빨리 출근하셨네요.
그래, 대답 못하는데...
닫힘 버튼을 누르던 영이, 그래의 쇼핑백을 흘깃 본다. 구겨져 나와 있는 양복 소매. 반사적으로 그래가 입고 있는 옷을 본다.
그래 : (당황해서) 아.. 혹시 근처에 세탁소가.
영이 : ..글쎄요.
그래 : (머쓱) 아...
영이 : ... 어제 안 들어 가셨어요?
그래 : 아.. 네. 좀.
영이 : (다시 앞을 보고 있다가 그래의 주머니에서 삐져나와 있는 넥타이를 본다)
그래 : (영이의 시선 모르고 앞만...)
층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두 사람 사이 잠시의 침묵...
영이 : 인턴은 복장준수 꽤 철저해요.
그래 : 네? (무슨 소린가 싶어...)
영이 : (삐져나온 넥타이를 본다)
그래 : 아.. (당황해서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맬 줄을 몰라서요.
영이 : (다시 앞을 본다) ....
그래 : ....
영이 : .... 줘 보세요.
그래 : (깜짝, 본다)
영이 : (손을 내민다)
그래 : (머뭇거리며) 괜찮습니다.
영이 : 주세요. 매 드릴게요.
그래, 당황. 주저주저하는데 계속 손 내밀고 있는 영이.
그래, 머뭇머뭇 꺼내서 주고는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숙인다. 붉어지는 얼굴,
그래 : 전 진짜 괜찮은데... 그.. 근데. 누가 타면 그게.. 좀 민망할지도 모르겠네요..
(층 표시를 본다. 몇 층 안 남았다. 초조해지는) 그.. 그럼 저기, 옥상이라도 가서
하며 초조하게 영이를 홱 돌아보면 자기 목에 넥타이를 두른 영이, 능숙한 솜씨로 마지막 매듭을 짓고 있다.
당황하는 그래!!
영이, 목에서 넥타이를 홱 빼서 주면 멍하게 보고 있는 그래.
문이 열린다. 영이, 그래의 손에 쥐어 주고 내린다.
매듭 진 넥타이를 멍하니 보고 있는 그래.
타이틀 < 미생 2화>
5. 영업3팀 / 아침
동식의 책상 앞에 나란히 앉아 ‘와아~’ 하며 놀란 얼굴로 모니터를 보고 있는 상식과 동식.
상식은 와이셔츠 차림. 동식은 금방 온 듯 양복차림 그대로.
책상 위에는 장그래가 작업하던 외장하드가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다.
모니터에는 <폴더1>의 하위폴더들이 주르륵~ 떠 있는 상태다.
동식, 다시 전 단계 폴더트리로 간다. <폴더1>~<폴더5>까지 있는 상대.
<폴더2>를 클릭하면 다른 식으로 분류한 하위폴더들이 주르륵 뜬다.
동식, 또 ‘와아~’ 하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동식, 다시 <폴더3>을 클릭하면 또 다른 방식의 하위폴더들이 주르륵~ (*별지첨부)
동식 : (보면서) 와아~ 대단하네요.. (상식보고) 밤새 이렇게 삽질한 거예요?
상식 : (외장하드 빼서 자기 자리로 가며) 근성은 있네.
동식 : 근성만 있겠죠. (옷 벗어 옷걸이에 걸며) 뭐가 문젠지 알려 주시지 그러셨어요.
상식 : 뭐하러? 어차피 여기 사람 되지도 못 할 텐데.
동식 : (앉으며) 그렇긴하죠. 그나저나 최종피티면접은 어쩌려나? 누가 파트너 하겠어요?
상식 : (주섬주섬 서류 챙기는)
동식 : 어지간해야 말이죠.. 아, 진짜, 누구 낙하산이에요?!
상식 : 글쎄올시다. 부장님 주간 보고 들어간다. (서류 들고 서다가 보고 깜짝)
그래 : (두 사람에게 꾸벅 꾸벅하고 상식에게) 제가
상식(o.l) : 봤어. (나가면서) 양은 증명됐더라.
그래 : (멀어지는 상식을 보는) ....
동식(off) : 장그래씨.
그래 : (돌아보며) 네.
동식 : 과장님이 주신 폴더트리는 왜 무시했어?
그래 : 무시한 게 아니고.. 그대로 하자니 넣기 애매한 파일들이 많았어요.
동식 : 그래씨, 그건 회사 매뉴얼이야. 무슨 뜻인 줄 알아?
그래 : (보면)
동식 : 모두가 이해했고 약속했단 뜻이야. 근데, 당신이 이렇게 고치면 문제 있을 때 당신한테 문의해야 하나?
그래 : (당황)
동식 : 회사 일은 혼자 하는 일이 아냐. 당신,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 : (굳은 얼굴로 쳐다 보는)
동식 : 있는 동안만이라도 명심하라구.
그래 : .... 네.
다시 돌아 앉아 일을 하는 동식. 그 동식의 등을 쳐다보는 그래.
그래(e) :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컴퓨터에 기보 정리 폴더작업을 하고 있는 십대 그래.
그래(e) : 대회별, 개인별, 나라별, 포석, 행마, 사활, 끝내기, 초반, 중반, 종반, 시대별, 인물별, 구형, 신형...
몰입해서 작업하고 있는 십대 그래.
그래(e) : 나만 보면 되는 세계였다.
동식의 등을 보고 있는 그래.
그래(e) : 여기선...
사람들 있는 사무실의 풍경을 보는 그래.
그래(e) :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6. 부장실 / 오후
보고 서류 들고 들어오는 상식, 김부장이 전화하고 있는 걸 보곤 잠시 멈춰 선다.
김부장 : (웃으며) 어~ 최이사 덕분에 지난 번 라운딩 아주 좋았어. 그러엄. 그래. 또 부탁해.
(힐끔 보고) 그래. 연락하자고. (전화 끊으면)
상식 : (서류 내밀면)
김부장 : (대충 훑으며) 잘 돼 가지? 새 아이템 진행.
상식 : 네. 별 문제 없습니다.
김부장 : 이번 주 일요일엔 뭐하나.
상식 : 별 거 없습니다만.
김부장 : 산에나 가지. 전무님도 오실 건데.
상식 : (본다)
김부장 : (서류 훑고 있는)
상식 : 아. 생각해보니 일요일에 동창 모임이 있는 걸 깜박했,
김부장 : (o.l) 챙겨줘도 받아먹질 못하는 건 바꿀 생각이 없는 건가?
상식 : ...
김부장 : 높은 곳에 올라가야 멀리 볼 수 있다고 몇 번을 말해. 내가 일부러 전무님께 당신,
상식(o.l) : 아! 그럼 동창들한테 산에 가자고 해봐야겠습니다!
김부장 : (노려보는)
7. 부장실 밖 / 낮
나오는 상식, 가볍게 한숨 쉰 후 별 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상식 : 산? (갸웃하고 느긋하게 걸으며)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이~
고과장(e) : (속 터지는) 야 이 자식아!!!!
상식, 깜짝 놀라 영업2팀쪽을 보면 고과장에게 깨지고 있는 석호.
8. 영업2팀 안 / 낮
열 받아 있는 고과장 앞에 불쌍하게 수그리고 있는 석호.
고과장 : 포워딩 업체 미팅 잡으란지가 언젠데 아직까지도 그러고 있어?!
석호 : 죄.. 죄송합니다..
고과장 : 너 진짜 짤리고 싶어? 인턴은 못 짜를 줄 알아?!
석호 : (다급하게 수그리며) 죄.. 죄송합니다.
고과장 : 어후!!! (속 터지는 얼굴로 나간다)
9. 엘리베이터 앞 / 낮
고과장, 거칠게 버튼을 누르는데 후다닥 다가 온 상식.
상식 : 숨 좀 쉬어어~ 아침 댓바람부터 애를 잡고 난리야.
고과장 : (짐승 같은 신음소리 낸다)
상식 : 넌 인턴 올 때 마다 이러더라. 적당히 해. 그러니까 뭐하러 벌써 맘을 줘?
고과장 : 맘을 누가.. (한숨~) 업체 미팅 하나 잡으라니까 얼마나 재고만 있는지.
상식 : (남 말하듯) 철두철미한 놈이네~
고과장 : (인상 쓰고 상식을 보다가 풀며) 그래에, 니 심정만 하겠냐?
상식 : (끄덕끄덕) 알면 됐고.
고과장 : 알아~? 원래 알았어? 난 오늘 아침에 들었는데.
상식 : 응? 뭘?
고과장 : 걔 누구 낙하산인줄 아는 거야?
상식 : 어? (찡그리며) 아 진짜 누구야? 누가 꽂은 거야?
고과장 : (오과장을 빤히 본다)
상식 : 누구우!?
고과장 : 전무.
상식 : (멈칫 본다) 뭐?
굳어지는 얼굴 위로 요란한 파쇄 소리.
10. 탕비실 안 / 낮
요란한 소리와 함께 파쇄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종이가 사정없이 분쇄되고 있다.
서류들을 들고 서서 분쇄되고 있는 종이를 보고 있는 그래.
동식(e) : 뭐가 문젠지 알려 주시지 그러셨어요.
상식(e) : 뭐하러? 어차피 여기 사람 되지도 못 할 텐데.
그래 : ....
‘어제 너무 달렸다. 노래방이 어떻다’ 하며 이상현의 떠드는 소리와 함께
같이 들어오는 백기와 이상현과 인턴2, 그래를 보고 멈춘다.
그래, 고개로 인사하면 백기와 인턴2 받는다. 이상현은 콧방귀를 뀌듯 받는다.
그래 와이셔츠의 얼룩을 보고 오버해서 킁킁거리며.
이상현 : 무슨 냄새야? 꼴뚜기 비린내 아냐?
인턴2 : (눈치 없이 푸핫! 웃으며) 그래씨, 어제 안 들어 갔어요?
그래 : ... 네. (다시 돌아서서 파쇄 한다)
이상현 : (비식거리며 인턴2와 함께 커피 몇 개를 탄다)
백기 : 일은 잘 끝냈어요?
그래 : .... 못 했어요.
이상현 : (코웃음 치며) 그러기에 왜 오바야.
그래 : (묵묵히 그냥 파쇄만 하는)
인턴2 : (그래 의식하며) 그나저나 조별 피티 파트너를 못 정해 큰일이네. 내일까지 정해야 되는 거죠?
이상현 : 설마 파트너 없어 면접 못 치겠어요?
(커피 들고 야비하게 그래의 뒷모습 흘깃 보고) 아.. (끄덕끄덕)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래 : ....
인턴2 : 조별피티 문제지만 끝나고 개별피티 또 하잖아요. 산 넘어 산이라구요..
(커피들 담긴 쟁반 들고) 먼저 갑니다아~ 장그래씨 또 봐요~ (가고)
이상현 : 갑니다~ (그래를 또 아니꼽게 흥 보고 간다)
백기, 그래를 본다. 파쇄에 열중하고 있는 그래의 뒷모습.
백기 : 그거 보고 있음 기분 이상하더라구요.
그래 : (돌아본다)
백기 : 그 꼴 되지 않게 잘 해야겠단 생각 같은 거?
그래 : (백기를 본다)
백기 : (마지막 커피를 꿀꺽 마시고) 최종pt면접 통과하지 못하면 결국 그렇게 되겠지만요.
(컵을 구겨 쓰레기통에 휙 버리고 돌아서서 나간다)
그래 : (쳐다보는)
11. 탕비실 앞 통로 / 낮
탕비실에서 나와 걸어 가는 백기, 뒤에서 그래가 나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옆에 서서 걸으며.
그래 : 그럼 어떻게 하면 됩니까?
백기 : (멈춰 서서 본다)
그래 : (그대로 두어발 가다 돌아보고) 그 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잘해야 되는 겁니까?
백기 : (쳐다 보다가 웃으며) 농담이에요. 장그래씨.
그래 : (보면)
백기 : 원인터 입사 못했다고 인생이 한방에 가겠습니까? 세상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래 : (무슨 뜻인 줄 안다. 굳게 다문 얼굴로 보는)
백기 : (씩 웃고) 아, 어쨌든 일단 피티 파트너는 정하셔야 할 거예요. 혼자선 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 : ..... (픽 웃으며) 오늘은 하루 종일 그 혼자 타령이네요.
백기 : (의아하게 보며) 네?
그래 : (흘깃 보고 간다)
12. 원인터 외경 / 낮
13. 영업 3팀 안 / 낮
프린터에서 출력물을 얼른 꺼내는 그래, 동식에게 갖다 준다.
동식, 보면서 뭐라뭐라 몇 군데 지적해 주고 그래, 얼른 체크하며 받아적는데.
그런 그래를 굳은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상식. 그 위로.
고과장(e) : 최전무가 갖다 꽂았다니깐 그래.
고과장 : 아니 꽂을라믄 좀 제대로 된 놈을 꽂아 주던가아..
상식 : (굳어진 얼굴 그대로)...
고과장 : (위로한답시고) 딱히 다른 의중이 있어서 니 팀에 꽂은 건 아닌 것 같아.
상식 : (역성들지 말란 듯 보면)
고과장 : 설마 널 감시하라고 꽂았겠냐아? 니가 뭔데? 애 먹일라고 꽂았을 순 있겠는데,
최전무가 또 그렇게 유치한 사람은 아니잖아? 아무리 니가 싫어도.
동식이 다시 자기 일하고 그래는 모니터의 엑셀자료를 다시 손보고 있다. 그 위로.
고과장(e) : 난감한 청탁이라 그냥 니 팀에 떠 넘긴 것 같더라.
그래를 쳐다보는 얼굴이 자기도 모르게 일그러지는 상식, 마음을 정리하고.
상식 : 동식아, 캄보디아건 견적서류 정리 아직 안 됐어? 오후에 보고 들어가야 되는데.
동식 : 장그래씨, 아직 안 됐어?
그래 : 다 됐습니다. (얼른 프린트 걸고 프린트 앞으로 간다)
상식 : (얼굴 확 굳으며 본다)
동식 : (웃으며) 이 친구가 글쎄 엑셀을 띄엄띄엄 다룰 줄 알더라구요. 가격별 나라별로 정리해 보라고 했습니다.
상식 : 뭐하는 거야 이 새끼야?!
동식 : 네?
그래 : (출력물 집다 말고 당황해서 보면)
상식 : 누구한테 뭘 시켜? 정신 안 차려?!
동식 : (당황) 아.. 그..
상식 : 해 보라고 해? 여기가 연습장이야?
동식 : (바로 일어나서 정색하고) 죄송합니다.
상식 : (당황한 그래는 쳐다보지도 않고 동식만 노려 보고 있다)
그래 : (상식을 본다)
상식 : (동식에게) 똑바로 해서 2시까지 올려.
동식 : 네 알겠습니다.
상식, 날숨을 뱉고는 나온다. 그래를 툭 치고 지나가면서도 눈길 한번 안 준다.
그래 : .....
동식 : (벽시계를 본다. 11시 45분쯤) 점심 먹어. (상식을 쫒아가듯 급히 나간다)
그래 : .....
14. 엘리베이터 앞 / 낮
화난 얼굴로 엘리베이터 기다리고 있는 상식. 동식이 급히 오다가 본다.
동식 : .... (다가가서) 과장님.
상식 : ....
동식 : 무슨 일 있으셨어요?
상식 : (그냥 엘리베이터 보고만 있는)
15. 옥상 / 낮
옥상 난간에 서서 멀리 보고 있는 그래. 옆에는 식은 커피와 샌드위치.
그래 : ...
상식(e) : 너 친구 없지? 혼자 쓴 일기 같잖아.
그래(e) :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면서...
상식 : 누구한테 뭘 시켜? 정신 안 차려?!
그래(e) : 결국 혼자이게 만들고 있잖아...
상식 : 해 보라고 해? 여기가 연습장이야?
그래(e) : 어차피 가르쳐 줄 마음도 없으면서.
옥상 너머로 버럭 소리를 지르는 그래.
그래 : 뭐가 혼자 하는 일이 아닌 겁니까?! 네?!...네?!!!!
16. 옥상 아래 원인터 앞 / 낮
동식과 함께 들어오던 상식, 뭔가 왕왕 소리에 멈칫 한다.
상식 : 무슨 소리야?
동식 : 네?
상식, 저 멀리 옥상 위를 올려다보는데 뭔가 실루엣이 휙 사라진다.
상식 : ?
17. 옥상 / 낮
식겁한 얼굴로 옥상 난간 밑에 착 붙어 앉아 있는 그래.
18. 원인터 외경 / 낮
19. 로비 + 엘리베이터 앞 / 낮
영이, 긴 롤 형태의 검은색 섬유 샘플 잔뜩 들고 어깨에 핸드폰을 겨우 받쳐서 통화를 한다.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영이 : 여름용 차도르 천은 세 종류 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걸 말씀하시는지 몰라서 종류별로 다 가져 왔습니다.
네, 팀장님, 올라가는 중입니다.
전화를 끊으며 서서 낑낑 겨우 핸드폰을 들려고 하는데 누군가 쏙 빼서 준다.
놀라 보면 백기가 웃고 서 있다.
영이 : 아, 고마워요.
백기 : (샘플 보고 받으려고 하며) 좀 들어 드릴게요.
영이 : (슥 피하면서) 왜요?
백기 : (멈칫) 아... (당황, 액센트 다 달리해서 유머랍시고) 1번 무거울까봐? 2번 무거울까봐. 3번 무거울까봐. 하하하하하하!!
영이 : (안 웃고 꿈벅꿈벅 본다)
백기 : (웃던 얼굴 그대로 무안해지며 얼른 가며) 피티 파트너는? 정했어요?
영이 : (가며) 아! 맞다. 언제까지죠?
백기 : (짐짓) 너무 하시네. 내일까진 정해야 해요. 저도 고민 중이에요.
영이 : (끄덕 끄덕) 예에. 다른 분들은요?
백기 : 아마도... (보며) 한 사람 두고 피 튀기겠죠. 일단은 살고 봐야 하니까요.
영이 : (의아하게 보는)
백기 : (보면서 의미심장하게 웃는)
20. 섬유3팀 / 낮
영이, 빈 팀 사무실 안으로 들어 온다. 마침 전화 온다.
영이 : 네, 팀장님. 올라 왔습니다. 네, 네? 오과장님께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 끊고 자리로 가서 스넥(칼로리바 정도) 하나 입에 물고는
커다란 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가위로 흠집을 착 넣고는 능숙하게 자른다.
21. 부장실 앞 / 낮
김부장 방에서 서류철 들고 나오는 상식. 영업3팀 쪽으로 걸어 간다.
영업3팀 앞 혹은 안에 있는 나무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그래가 보인다.
상식 : .....
22. 영업 3팀 앞 + 안 / 낮
서류철 들고 들어오는 상식, 나무에 물 주던 그래가 상식을 보고 한 쪽으로 비켜서지만 본 체도 안하고 영업3팀 안으로 들어간다.
그래 : ....
상식 : (서류철 책상 위에 가볍게 던지듯 놓고 앉으며) 동식아, 00건 일단 진행하기로 했으니까 시작해.
동식 : 네.
그래, 슬며시 들어와서 문구와 종이들로 어지러운 탁자를 치운다.
상식 : (서류 주며) 아, 그리고 미안한데 이거, 문서수발실에 좀 갖다 줘.
그래 : 네.
얼른 가서 받으려는데 동식이 가로채듯 받으며 그래에게 눈짓한다.
동식 나가면 그래 다시 탁자를 치운다. 그런 그래를 여전히 안 좋은 얼굴로 힐끔 보는 상식.
그때 차도르 천과 복사할 서류들 들고 들어오는 영이.
영이 : 과장님.
상식 : (보며) 어!
그래, 쳐다보다가 영이와 눈이 마주친다. 둘 다 어색하게 눈인사 하고.
영이 : 차도르 천 샘플 갖고 왔습니다. (준다)
상식 : 땡큐. (천 살펴 보면서) 파트너는 정했고?
그래 : (슬쩍 영이를 본다)
영이 : 아뇨, (웃음 머금고) 안 그래도 방금 장백기씨한테 차였어요.
그래 : (쳐다 보는)
영이 : 묻지도 않았는데 저랑은 파트너 안 하겠다고 하네요. (옅은 웃음)
상식 : (옅은 웃음) 그 친구가 똑똑하긴 하네.
영이 : 네?
상식 : 어쨌든 잘 구해야 돼. 잘못하면 동반익사야.
영이 : (웃음 머금고) 누구든 상관 없습니다.
상식 : 자신감이야?
영이 : (당황) 아, 그건 아니구요.
상식 : 준비 잘해서 꼭 붙으라구.
영이 : (미소)
그래, 슬며~시 일어나 나간다. 그런 그래를 보는 영이.
23. 탕비실 / 낮
그래, 들어오면 다 먹은 테이블에 사발면 용기와 쓴 종이컵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물을 마시는 그래. 쓰레기들을 본다. 얕게 한숨 쉬고 분리수거 시작하는 그래.
복사하러 들어오던 영이가 본다.
영이 : 한심하네요.
그래 : (멈칫) 네? (당황)
영이 : (당황) 아, 아뇨. 장그래씨 말고, 쓰레기 두고 간 사람들요.
그래 : 아, 네.. (당황한 게 당황스러워서 또 당황하는)
영이, 서류를 올려 두고 쓰레기를 같이 치워준다.
그래, 쓰레기를 치우며 영이를 슬금 쳐다본다.
영이(e) :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고개 숙이고 쓰레기 치우는데 여념이 없는 영이..
그런 영이를 쳐다보고 있던 그래가 뭔가 결심한 듯 한 표정으로 낮고 단단하게 묻는다.
그래 : 영이씨.
영이 : 네?
그래 : (단단하게) 나랑, 파트너 합시다!
영이 : (당황) 네?
그래 : 누구든 상관없다고 했죠? 당신 애 먹이지 않게, 나도 최선을 다할게요.
당황한 얼굴로 보는 영이를 단단하게 쳐다보는 그래.
그런 그래를 쳐다보던 영이의 표정이 의아하게 변한다.
영이 : 장그래씨?
그래 : (각 잡고 그런 영이를 본다)
영이 : (좀 톤 업된 소리로)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그래 : (정신이 번쩍 든다) 네? (당황) 아.. 아뇨. 미안합니다. (당황) 뭐.. 뭘 좀 생각하느라고요.
영이 : (마지막 쓰레기 마저 치우며) 무슨 생각인데 그렇게 사람을 빤히 보고..
그래 : (당황) 네? 아.. 네.. (뭐라해야 하나.. 하다가 영이의 묶은 머리가 보인다) !!
(얼른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있다!) 아, 그.. 그게 이거요. (영이의 고무줄을 꺼내 불쑥 내민다)
영이 : (놀란) 어?
그래 : (어색하게 웃는) 전해드린다는 게 너무 늦었네요.
영이 : 어어? (그래를 보며 웃는)
그래 : (긁적)
24. 통로1 / 낮
걸어 오는 영이, 손바닥 위에 고무줄을 다시 본다. 피식 웃고 주머니에 넣는 영이.
25. 통로2 / 낮
뒤를 흘끔 돌아보며 후회하는 얼굴로 걸어오는 그래.
그래 : 그냥 말이라도 해 볼 껄 그랬나..?
자원팀 쪽에서 안과장과 하대리와 웃으며 회의하고 있는 백기가 보인다.
백기(e) : 뭐 어쨌든 일단 파트너는 정하셔야 할 거예요. 혼자선 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 멈춰 선다. 결심한 듯 다시 돌아 서는데.
인턴2(off) : 장그래씨!
그래, 돌아 보면 인턴2가 환한 웃음과 함께 걸어 온다.
그래 : ?
인턴2 : (앞에 와서) 한참 찾았네. (핸드폰 보며) 내가 동기 전번도 몰랐더라구요.
그래 : (뭐야? 하듯 보면)
인턴2 : 파트너 아직 못 구했죠? 나랑 해요.
그래 : (깜짝!!) 뭐요?
인턴2 : 우리, 의기투합 한번 해 봅시다! (웃는 얼굴)
그래(e) : (멍~ 보며) 뭐지?
26. 영업3팀 안 / 낮
갸웃하며 들어오는 그래. 자리에 앉는다.
그때 샌드위치와 커피 든 인턴3이 들어오며.
인턴3 : 장그래씨!
그래 : (보며) 네.
인턴3 : (상식에게 꾸벅) 안녕하십니까?
상식 : (힐끗 본다)
인턴3 : (샌드위치와 커피 내밀며) 먹어요. 아까 보니까 점심도 거르던데..
멍~한 그래, 자기도 모르게 상식을 보면 외면하는 상식. 그때 동식도 들어오면서 흘깃 본다.
인턴3 : (안 받자 책상 위에 올려 두고) 저기, 파트너 아직 안 정했죠?
그래 : 네.
인턴3 : (웃으며) 그래요. (간다)
그래(e) : (멍~ 보며) 저건 또 뭐야?
동식 : (다시 흘깃 본다)
27. 몽타쥬 / 낮
#27-1. 통로
그래, 프린트 된 계약서와 다른 자료를 잔뜩 들고 3팀으로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인턴4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들고 있는 파일을 받아 들어 준다.
그래 : (당황한) 어..
#27-2. 탕비실
물을 마시려는데 누군가가 컵을 뺏는다. 인턴5. 품에서 두유를 꺼내 손에 쥐어 준다.
벙~~하며 보는 그래에게 '파트너' 하고 웃어 주며 나가는 인턴5.
동식이 들어오면서 흘깃 본다.
28. 영업3팀 / 낮
그래의 책상 위에 점점 쌓이는 먹을꺼리들. 그 앞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 그래 두리번 두리번 하면
앞의 인턴들이 여기 저기서 웃으며 그래를 아는 척 하고 있다.
꿈벅꿈벅 그들을 보는 그래.
그래(e) : 뭐냐고요...
영업3팀 앞을 지나가던 백기, 그래를 본다.
백기 : 인기 많네요 장그래씨.
그래 : (보면)
백기 : (웃고 간다)
그래 : (보는)
29. 영이의 팀 / 낮
책상에 앉아 바쁘게 일하는 영이, 한 가지 끝냈다. '후~' 하고 한숨 돌리려다가
탁상 달력 날짜에 <피티 팀구성 제출>이라고 동그라미 쳐진 게 보인다.
영이 : 아참! ... (갸웃) 이상하다.. (주변을 둘러 보며) 왜 아무도 말이 없지?
그때 건들거리며 오는 이상현.
이상현 : 안영이씨, 피티 파트너 못 구했지?
영이 : (본다. 별로 좋지 않은 얼굴)
이상현 : 나랑 해. (잘난 척 하며) 내가 구해주는 거야~ 아무도 안영이씨랑 안 하려고 하거든.
영이 : (당황) 네? 왜..요?
이상현 : 왜긴? 당신이 너무 넘사벽이니까 그렇지. 1차 과제가 팀워큰데 보나마나 혼자 독주할 꺼 아냐?
영이 : (굳는 얼굴)
이상현 : 나두 바빠서 아직 못 구했거든. 잘 해 보자구요. (건들건들 간다)
영이 : (찡그리고 보다가 다시 달력을 본다) 어쩌지.. (한숨 쉬며 깍지 끼고 기지 개 좍 펴며 신음하다가
깍지 손 그대로 묶은 머리에 댄다. 고무줄이 만져 진다) 어.. (고무줄을 뺀다. 가만히 보는) ...
30. 영업3팀 / 낮
책상 위 구석에 간식꺼리 잔뜩 쌓여 있고, 서류의 오탈자 체크를 하고 있는 그래.
들어오다 보는 영이, 풋 웃고 다가가서.
영이 : 장그래씨?
그래 : (깜짝 놀라 일어난다. 영이 보고 벌떡 일어나며) 아.. 안영이씨.
영이 : (웃으며) 커피 한 잔 해요.
그래 : (놀란. 꿈벅꿈벅)
31. 중앙 정원 / 낮
꿈벅꿈벅한 얼굴 그대로. 손에는 커피 들고.
그래 : 파..파트너요?
영이 : 네. 제가 바빠서 아직 팀을 못 짰어요.
그래 : 하..하지만 전.
영이 : 저도 부족한 거 많아요. 같이 마음 맞춰서 잘해 봐요. (웃고 가는)
그래 : (가는 영이 보며 멍) 마음.. 맞춰서..?
32. 영업3팀 안 / 낮
여전히 책상 위에 먹을꺼리들.
서류의 오탈자 체크하는 중인 그래. 그러나 서류를 내려다 보는 얼굴은 딴 생각 중.
영이 : 네. 제가 바빠서 아직 팀을 못 짰어요.
그래(e) : 팀... (싱긋 웃으며) 팀.. 이라고요?
그래를 흘깃 보는 동식. 혼자 웃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래(e) : 그럽시다. (전화 꺼내며) 마음 맞춰서 (영이 번호 찾으며) 잘해 봅시다.
막 통화를 터치하려는데.
동식 : 장그래씨.
그래 : (깜짝! 전화기를 거두고) 네.
동식 : 오탈자 체크 다했어?
그래 : (당황) 아, 네.. 거의 다 돼 갑니다. (다시 서류로)
동식 : (미간을 모으고 그래를 본다) ... 장그래씨.
그래 : (돌아보며)
동식 : 나 좀 봐. (일어나 나간다)
그래, 의아하게 보다가 따라 나간다. 쳐다보는 상식.
33. 소회의실 / 낮
마주 앉은 동식과 그래.
동식 : 피티 파트너 짰어?
그래 : 네? (얼굴이 발그레~해 지면서 미소가...)
동식 : (찡그리며) 뭐야? 왜 얼굴은 벌겋게 만들어?
그래 : (당황) 아, 아닙니다. (얼른 인상 확 쓰는 얼굴로 만든다)
동식 : (어이 없이 보다가) 전부 장그래씨만 찾아대지?
그래 : (깜짝, 쑥스럽다..) 네.. 갑자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동식(o.l) : 당신은 다른 인턴들이 좋아할 모~든 걸 갖췄어.
그래 : 네?
동식(e) : 자신감 부족.
그래 : ?!
동식 : 업무 이해도 부족, 스킬 부족.
그래 : (당황해서 보는) 그.. 그런데 왜 다들 저를..
동식 : 한 팀에서 둘 다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보고) 확실한 폭탄과 함께 하는 게 좋겠지.
그래 : ! .... 폭탄... 이라고 하셨습니까?
동식 : 그래, 폭탄을 안은 희생자는 쉽게 돋보이는 경향이 있거든.
그래 : (굳은 얼굴로 보는)...
동식 : 심사위원들 앞에서 자기라도 빛날 수 있으니까, 안는 거야.
그래 : (굳게 다문 입술에 더더욱 힘이 들어 간 채 굳은 눈으로 동식을 본다)
동식 : 당신한테 먼저 접근하는 사람을 잘 가려서 보라고. (일어나서 나간다)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는 그래..
그래(e) : 그랬던 거다...
34. 대로변 / 과거 / f.c / 아침
낡은 청바지에 후드 티 차림으로 걸어가는 그래.
그래와 반대방향으로 무심히 지나쳐가는 출근길의 직장인들, 등교하는 학생들.
그래(na) : 밤샘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침마다 내가 마주쳐야 했던 익숙한 풍경...
초라한 행색, 피곤한 모습의 그래.
그래(na) : 표정도, 옷차림도, 걸어가는 방향조차도 일사불란하리만치 나와는 정반대였던 사람들...
세련되고 깔끔한 차림, 활기찬 모습의 사람들.
그래(na) :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철이든 이후엔 한 번도 속해 본 적 없던
첫 출근할 때 사람들 속에 섞여 걷는 어색한 표정의 그래.
그래(na) : 그들 속에 섞이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해서 보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
35. 통로 / 낮
굳은 얼굴로 걸어가는 그래. 걸어가는 그래의 시선 안으로 웃으며 아는 척하는 인턴들의 얼굴이 보인다.
그래(na) : 결국 난 여전히 혼자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거다.
걸어가는 그래의 시선 안으로 그래를 흘깃 봤다가 무심하게 외면하는 원인터 직원들의 얼굴도 보인다.
그래(na) : 이곳에서도 나는 변함없이 혼자였던 거다.
그리고 서서 일하다가 냉하게 쳐다보는 백기의 얼굴도 보인다.
열심히 전화 통화하다 그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미소 짓는 영이의 얼굴도 보인다.
그래(na) : 모두가 다 아는 그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다.
고과장에게 혼나고 있는 석호도 보인다. 파티션 너머로 황대리와 얘기하고 있는 동식도 보인다.
그래(na) : 저런 암묵적인 일사불란함과 그리고..
서서 분주하게 서류를 챙기는 상식도 보인다.
상식, 저만치서 걸어오는 그래와 눈이 마주치자 휙 외면해 버린다.
그래(na) : 동의...는.. 무엇을 얼마나 나눠야 가능한 것일까?
걸음을 멈추는 그래.
상식이 다시 흘깃 본다. 쳐다보는 그래, 휙 돌아서서 성큼성큼 되돌아간다.
쳐다보는 상식.
36. 엘리베이터 앞 / 낮
불이 들어 온 호출 버튼 앞에 서 있는 그래...
영이(e) : 저도 부족한 거 많아요. 같이 마음 맞춰서 잘해 봐요.
그래, 차갑게 굳는 얼굴.
상식, 서류봉투 들고 나오다가 그래를 본다. 굳은 얼굴로 옆에 와 선다.
그래, 기척을 느끼고 본다.
그래 : .....
엘리베이터가 온다.
타는 상식,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래도 탄다. 닫히는 문.
37. 엘리베이터 안 / 낮
상식 : 업무 시간에 어딜 가는 거야?
그래 : ....
상식 : 내 말 안 들려?
그래 : 혼자라서...
상식 : 뭐?
그래 :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
상식 : (기가 막혀) 너 지금 뭐하자는 거야?!
그래 : (본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면서요? 회사 일은.
상식 : (멈칫)
그래 : 친구가 없냐고 하셨죠? 혼자 쓴 일기 같다구. 잘 보셨습니다.
네, 혼자 해야 했죠. 혼자 싸우고 결과도 책임도 혼자 져야 했죠.
상식 : 너 지금 뭐하는,
그래(o.l) : 그래서 혼자하지 않는 법을 모릅니다. 모르니까, 가르쳐주실 수 있잖아요. 기회를 주실 수 있잖아요.
상식 : 기회에도 자격이 있는 거다.
그래 : 무슨 자격이요?
상식 : 몰라서 물어?
그래 : 묻습니다. 제가 학벌이 짧은 것 때문이라면,
상식(o.l) : 여기 사람들이 이 빌딩 로비 하나 밟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했는 줄 알아?
그래 : (멈칫)
상식 : 여기서 버티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과 좌절을 뿌렸는 줄 알아?
기본도 안 된 놈이 빽 하나 믿고 에스컬레이터 타는 세상, 그래, 그런 세상인 것도 맞지.
그런데, 나는 아직 그런 세상을 지지하지 않아.
그래 : (본다) ... (보며 말하지만 혼잣말 하듯) 땀, 눈물, 좌절...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상식, 그래를 본다. 그래, 상식을 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상식. 문이 닫힌다.
그래 : 도대체 얼마나 더 뿌려야 하는 겁니까? (이를 악문다)
38. 로비 / 낮
걸어가는 상식, 멈춘다. 돌아 본다. 여전히 화난 얼굴로 굳어 있다.
39. 15층 엘리베이터 앞 / 낮
엘리베이터 한 대가 올라온다. 층수가 점점 바뀌고, 드디어 15층.
‘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 벽에 머리를 박고 있는 그래. 괴로운 얼굴이다.
그래 :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며) 미친 놈아..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또 쿵! 박는 그래.
40. 영업2팀 안 / 낮
꾸벅꾸벅 졸고 있는 석호, 못마땅한 얼굴로 보고 있는 고과장.
실무여사원(off) : (화난) 김석호씨!!
번쩍 잠이 깨는 석호.
영업3팀, 동식의 서랍에서 파일을 꺼내던 그래도 깜짝 놀라 본다.
41. 영업2팀 / 낮
화난 걸음으로 석호에게 가는 실무직.
실무여사원 : L/C 케이블 오픈된 건 나한테 말을 해줘야죠!
석호 : 아, 지금 말하려 했는데.
실무여사원 : 대체 밤에 뭐하길래 맨날 그렇게 졸아요 사람이?
석호 : (당황해서 우물우물)
고과장 : (냉랭) 김석호. 잠깐 와봐.
고과장 자리로 후다닥 가다가 의자에 걸려 넘어질 뻔.
고과장 : (한심한 듯 보다가) 박람회서 만난 애들 정리 한 건 왜 안줘.
석호 : 그게...이제 곧 마무리 될 것 같거든요.
고과장 : (짜증) 일 시키면 한 번에 주는 게 왜 없어? 어? 니 나이에 대리 단 사람이 천지야!
입사는 늦었어도 일머리는 같이 가야하지 않아?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석호. 휴대주머니에 있는 전화가 계속 울린다.
고과장 : 긴장 바짝 해. 인턴 됐다고 다 합격 아닌 거 알지?
석호 : 네, 시정하겠습니다!
고과장 : (짜증) 그런 말도 하지마. 여기가 군대야? 지금이 쌍팔년도야?
석호 : (우물우물)
고과장 : (깝깝~한 얼굴로 보다가) 담배 한 대 피러 가자.
석호 : 담배 끊었습니다.
고과장 : 바람 좀 쐬란 소리야!
‘으이그~’ 하며 나간다. 따라 나가는 석호.
파티션 너머로 쳐다 보는 그래... 축 처진 석호의 뒷모습.
42. 중간 정원 / 낮
담배를 꺼내는 고과장, 그 앞에 와서 서는 석호.
고과장 : 잔머리 안 굴리고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조금만 더 빠릿빠릿해지란 말이야.
내가 니 사정 알고 제대로 지원사격 해 주잖냐. 알지.
석호 : 네. 감사합니다.
고과장 : (담배 한 개피를 꺼내며) 담배는 너 한 2년 있으면 도로 피게 될 거다.
물고 라이터를 꺼내는데 석호, 전화가 오자 얼른 휴대전화를 꺼내 배터리를 뺀다.
고과장 : (물었던 담배를 빼며) 왜 오바야 오바는.
석호 : 아.. 죄송합니다..
고과장 : (헛기침) 밤에 힘들지? 계속 깨서.
석호 : 아.. 아뇨.. (머쓱하게 숙이는데)
고과장 : (전화 온다. 받고) 응, 황대리야. 어? (석호 보며) 어. 있어. (주며) 그러니까 왜 오바는 해서.
석호 : (얼른 받으며) 네 황대리님.
황대리(e) : 야, 잘 들어. 내 컴에 남해화학 건 계약서 띄워놨거든?
거기서, 4번 조항만 지우고 팀장님 싸인 받아서 남해화학으로 빨리 갖고 와. 2부!
석호 : 네. 알겠습니다.
황대리(e) : 아, 너 인턴주간업무보고서도 갖고 와. 오늘까지 싸인 해줘야 하지?
석호 : 네 알겠습니다!
43. 영업3팀 사무실 / 오후
멍~하니 앉아 있는 그래. 동식, 통화하면서 급히 들어온다.
동식 : (통화) 네, 네 바로 해서 갖다 드릴께요. 아네 미안해요. 네네.
(책상 서랍에서 영수증을 한뭉치 꺼내 주면서) 장그래씨, 이거 빨리 종이에 붙여서 총무팀 갖다 줘. 빨리 빨리.
그래 : (급히 받으며) 네!
이면지 한 웅큼 들어 책상 위에 두고 그 위에 영수증 풀칠하고 있는 그래.
그때, 외근 갔던 오과장 들어 온다.
동식 : 잘 다녀 오셨어요?
그래 : (멈칫, 본다)
상식 : (힐끔 보고 동식에게) 응. (자리로 가고)
동식 : 어? 장그래씨, 밑에 그거 뭐야?
그래 : 네? (보면서) 운송장 이면지들입니다.
동식 : 그럼 안돼에! 잘못하면 다른 종이에 들러 붙어서 같이 돌아다닌다구.
그래 : 아, 네. (이면지 문서들 빼낸다)
동식 : 서류들 함부로 이면지함에 넣지 말고, 꼭 업무 기밀 체크한 담에 버려. 웬만하면 파쇄하고.
그래 : 네.
동식 : 요즘 문서 보안 문제 때문에 분위기 아주 안 좋아. 얼마 전에 큰 사고 한번 있었거든?
팀장부터 대리급까지 전무님한테 단체로 불려가서 옴팡 깨졌다구.
그래 : 네. 알겠습니다. (영수증 붙인 종이들 들고) 총무팀 다녀오겠습니다. (급히 나가는)
44. 영업3팀 앞 통로 / 낮
서류봉투와 주간인턴보고서와 보고서에 첨부할 표그림을 들고 급히 들어오는 석호 그래를 보고 다급하게.
석호 : 그래씨, 나 풀 좀 빌릴 수 있어요?
그래 : 아, 제 책상 위에 있어요.
석호 : 우리 팀은 비품함을 왜 열쇠로 잠가 놓는지... 매번 구걸해요.
그래 : (웃으며 책상 가리키고 간다)
45. 영업3팀 안 / 낮
석호, 들어서며 상식과 동식에게 꾸벅꾸벅.
석호 : 안녕하십니까, 인턴 김석호입니다.
상식/동식 : (본다)
석호 : 풀 좀 빌리겠습니다. (그래 책상으로 가며) 아, 여기 있다.
이면지 위에 <주간인턴보고서> 중 하나를 뒤집어 올려놓고 풀칠을 한 후 들어서 후후 분다.
다시 이면지 위에 <제안1> 이라고 써 있는 빈 종이를 놓고 그 위에 풀칠한 종이를 바로 놓아 붙인다.
꾹꾹 눌러 붙이는 석호. 결재내역이 있는 영업3팀의 운송장이 석호의 제안서 뒷면에 척 붙는다.
모르는 석호, 상식과 동식에게 '가보겠습니다' 꾸벅하고 서둘러 간다.
46. 원인터 로비 / 낮
엘리베이터에서 급히 내리는 석호. 손에 든 주간 인턴 보고서를 다시 보다가 딸려 온 종이가 풀럭풀럭하는 게 보인다.
석호 : 어? 이건 또 뭐가 딸려 온 거야? (다른 응대 하고 있는 안내데스크에 건성으로 올려두며) 죄송한데, 이거 좀 버려주세요.
(허둥지둥 가는 결에 종이가 팔랑 바닥에 떨어진다)
47. 탕비실 / 낮
그래, 서류를 파쇄기에 넣는다. 드르르르 갈리는 서류들.
48. 원인터 로비 / 낮
떨어져 있는 문제의 이면지... 그 앞으로 슥 나서는 고급 신사화.
바닥의 문서를 내려다 보고 있는 최전무. 뒤에는 수행부장.
최전무, 기안서에 있는 <영업3팀명>을 말없이 쳐다 본다.
49. 15층 사무실 입구 / 낮
최전무와 수행부장이 들어선다. 눈앞에 쭉 펼쳐진 사무실 풍경.
주저 없이 영업 3팀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최전무.
마주 오던 사원들이 깜짝 놀라 멈춰 서며 급히 인사 한다. 웃으며 받는 전무.
전무를 본 사람들, 벌떡 벌떡 일어나서 인사하면 웃으며 까딱까닥 받는다.
탕비실에서 나오는 그래 앞으로 휙 지나가는 전무와 수행부장.
50. 영업3팀 / 낮
이면지들과 문구로 너절한 회의 테이블 위를 치우는 그래를 기분 안 좋은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상식.
그래 : 모르니까, 가르쳐주실 수 있잖아요. 기회를 주실 수 있잖아요.
상식 : 기회에도 자격이 있는 거다.
그래 : 무슨 자격이요?
일그러지는 상식. 테이블 다 치우자 모아둔 이면지 위에 <이면지> 도장을 꽝꽝 찍고 있는 그래를 또 본다.
고과장(e) : 난감한 청탁이라 그냥 니 팀에 떠 넘긴 것 같더라.
기가 막힌 상식, 헛웃음이 뱉어진다. 다시 찡그리고 그래를 쳐다보는데
영업3팀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는 최전무.
멈칫하고 일어나는 상식.. 책상 밖으로 나온다.
동식 : (봤다. 벌떡 일어나며) 전무님 오셨습니까?
그래 : (얼결에 숙이고 본다)
상식을 보고 끄덕하며 들어서는 전무. 상식 앞에 선다.
긴장한 얼굴의 상식과 동식.
영업3팀을 둘러 보는 전무, 그래를 보지만 별다른 기색 없이 다시 상식을 본다.
상식 : 전무님, 무슨 일로 여기까지.
수행부장 : (상식 앞으로 예의 이면지를 내민다)
상식 : (받아 본다. 영업3팀의 운송장이다. 당황하는데)
수행부장 : 로비에서 주웠네.
상식/동식 : !!!!
그래 : (본다. 영업3팀의 운송장 이면지다. 당황) !!!
상식 : 죄.. 죄송합니다.
동식 : (화난 얼굴로 그래를 노려 보듯 본다)
그래 : 아... 그게 왜.. (전무에게) 제가 잘못
상식 : (무섭게) 가만 있지 못해!
그래 : (움찔하고)
전무 : (그래를 쳐다 본다)...
그래 : (숙이는)
전무 : (빙긋 웃으며 상식에게) 잘하자.
상식 : 예.
동식 : (난처하고)
그래 : (눈 질끈 감는다)
찬물을 끼얹은 듯한 15층 사무실 전체의 시선이 영업3팀에 쏠려있다.
나가는 최전무. 그래를 흘깃 보고 간다.
그래, 고개 들어 보면 전체 사무실 사람들 일어나서 또 인사하고 있다.
동식 : (화난) 너 새대가리야?
그래 : 죄송합니다.
동식 : 내가 문서 보안 몇 번 말했어?! 엉?!!
그래 : 죄송,
상식(o.l) : 나가.
동식/그래 : (놀라 보면)
상식 : (버럭) 나가라구! 이 새끼야!!
섬유3팀의 영이도 놀란 얼굴로 본다. 자원팀의 백기도 본다.
상식 : 이제 분명히 알겠지? 너한테 기회도 안 주는 이유, 니가 자격 없는 이유!
그래 : (하얗게 된 얼굴로 숙이고 있는..)
상식 : (노려 보며) 안 나가?!
동식 : 장그래.
그래 : (보면)
굳은 얼굴로 그래를 보는 동식.
51. 옥상 / 저녁
옥상 뛰고 있는 그래를 굳은 얼굴로 보고 있는 동식.
그래 : 정신 집중! 업무 집중! 정신 집중! 업무 집중!...
그래(e) : 바보 같은 놈..
동식 : 두 바퀴 더 돌고 내려와.
그래 : 네...
확 나가 버리는 동식.
멈추는 그래. 고개를 떨군 채 그대로 있다. 뭐라 말할 수 없이 비루한 마음이다.
그래 : 바보 같은 놈...
앉아서 오리걸음으로 걷는 그래. 한 바퀴 돌고 dis. 돌고 dis. 돌고 dis 또 도는 그래..
하늘 너머로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다.
52. 영업3팀 안 / 밤
잔뜩 굳어진 얼굴로 책상에서 돌아 앉아 있는 상식.
동식, 앉아 일하면서 그런 상식을 쳐다 본다.
그때 영업2팀 쪽에서 들려 오는 환호, 짝짝짝~!! 보면 고과장과 실무여직원이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상식, 쳐다 보면 기분 좋은 얼굴의 고과장이 팔을 불끈불끈하며 상식에게 기분 좋단 제스쳐 취한다.
동식 : (화난) 진짜 너무하시네. 분위기 파악 좀 하시지. (복사할 서류 챙겨 나가며 빈 그래 자리를 보며 심란한 얼굴로 본다)
이 자식은 왜 안 와? (심란한 얼굴로 가면)
상식, 역시 그래 자리를 심란한 얼굴로 보다가 눈길을 거둔다.
책상 위에 문제의 운송장 이면지가 눈에 들어 온다. 기분 안 좋은 얼굴로 보던 상식의 표정이 미세하게 바뀐다.
미간을 찌푸리며 이면지를 들어서 보는 상식. 운송장 아랫부분쯤에 찢어진 채 붙어 있는 작은 종이가 눈에 들어오고.
그 종이에 적힌 찢겨 나간 글씨 <주간보고.. 인턴쉽 김석호>
뚫어져라 쳐다 보는 상식. 미간에 힘이 팍 들어가는데,
고과장, 싱글싱글 들어서며.
고과장 : 오과장아, (담배 피는 시늉하며) 한 대?
상식 : (쳐다 보는)
53. 중간 정원 / 저녁
정원 입구에서 재떨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상식과 들뜬 고과장.
상식 뒷주머니에 문제의 이면지가 접혀서 꽂혀 있다.
고과장 : 우리 석호 그놈이 느려 터져서 문제지 꼼꼼하긴 해. 제안서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몰라.
전무님도 칭찬하실 정도였다니까.
상식 : ....
고과장 : 그 놈 없었음 솔직히 이 건 어떻게 됐을지 몰라. 번역에 통역에,
상식 : (심기 불편해진 얼굴로 본다) 근데 고과장아, 아까 비품 빌리러 왔는데,
고과장(o.l) : (서서 담배 꺼내며 떠벌떠벌) 그랬어? 키 하나 준다는 게 자꾸 잊어 먹네.
하여튼 얼마나 열정적인지 집엘 안 들어가 애가. 신혼인데.
상식 : 신혼?
고과장 : 장손이라 결혼을 빨리 했대. 나름 가장이다 야, 걔가.
상식 : ..... 어쨌든 살펴줘. 불필요한 실수 안 해도 되게. 다 평가 받는 거잖아.
고과장 : 실수는 뭐.. 걘 느려 그렇지 실수 안 해. (혼자만 좋아 웃는)
상식 : .....
54. 일각 / 낮
절뚝 절뚝거리며 겨우 걸어 오는 걸음걸이. 그래다. 땀에 흠뻑 젖어서 달라붙은 와이셔츠에 맥이 쭉 빠진 채 온다.
힐끔거리는 눈길로 보는 사원들.
55. 영업3팀 안 / 밤
절뚝이며 들어오는 그래. 빈 상식의 자리와 빈 동식의 자리를 차례로 본다.
그래 : ...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 그래. 팔뚝으로 이마의 땀을 닦는다. 잠시 그대로 앉았다가.. 가방을 들어 책상 위에 올린다.
56. 15층 엘리베이터 앞 + 15층 통로 / 밤
'땡!' 엘리베이터 소리와 함께 내리는 누군가의 빤짝 구두. 아래부터 훑듯이 올라오는데 보면,
부담스럽게 타이트한 양복, 블링블링한 손목시계, 보라색 화려한 무늬의 넥타이. 5:5 가리마의 약간 단발형 헤어.
잡지 정보를 흉내내 한껏 멋을 부린 모습이지만 20% 부족한 촌스러움. 한석율이다.
15층 입구를 휙 보더니 자신 있게 걸어간다.
57. 15층 통로 / 낮
퇴근하는 영이, 들어오던 석율과 지나친다.
약간 의아한 듯 돌아봤다가 다시 가는 영이.
58. 영업3팀 앞 / 밤
가방을 싸고 있는 그래. 책상 밑의 쇼핑백을 본다. 어두워지는 얼굴.
그래 : ....
석율, 그런 그래를 표적 삼듯 보며 주저 없이 성큼성큼 걸어 와 앞에 서서.
석율 : 장그래씨?!
그래 : (깜짝. 본다) 네.
석율 : (씩 웃으면)
그래 : (의아하게 본다)
석율 : 파트너 정하셨나요?
그래 : (멈칫) 네?
석율 : (악수 청하며) 섬유2팀 인턴,
그래 : (보면)
석율 : 한석율입니다! (씨익~)
그래 : (멀거니 석율이 내민 손을 본다)
석율 : (웃으며 내밀고 있다가 점점 무안해지며 손 거두며) 울산 공장 파견 나가 있었죠. pt 소식 듣고 부랴부랴 왔답니다. 하하하!
그래 : .....
59. 옥상 / 밤
석율, 옥상 너머를 바라보며 흐~음 공기를 마신다.
그런 석율을 뒤에서 무표정하게 보고 있는 그래.
석율 : 아~ 시원하네요. 전 공장이나 항구 이런 곳이 좋아요.
석율, 살짝 웃음 띤 자신감에 찬 얼굴로 휙 돌아서서 그래를 보는데.
그래 : 됐고요,
석율 : (멈칫)
그래 : 이유나 들어보죠.
석율 : 네?
그래 : 절 파트너로 선택하려는 이유요.
석율 : (다시 자신감에 차서 일대 웅변을 토해낸다) 전 다른 인턴보다 일주일 먼저 들어 왔습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수많은 공모전에서 입상한 실적을 갖고 있죠. 허나! 기계를 만지작거리는 것에 흥미가 없어요.
오히려 기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매력에 더 빠진 겁니다!
바로! 영업, 무역의 세계 말이죠!
그래 : (그냥 표정 없이 본다)
석율 : (그래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고, 살짝 당황) 그래서 이.. 이 회사를 찾게 됐고 (점점 힘을 내어) 제 능력을 높이 산 회사는
저를 울산 공장으로 보냈습니다. (확신을 갖고) 왜? 저.. 이미.. 합격을 한 것이니까요!
그래 : 네에. 대단하시네요.
석율 : (목소리에 더 힘을 실어) 다양한 제조공정을 목격했습니다. 수많은 인터뷰와 외국 바이어를...
그래 : (더 이상은 못 듣겠다는 듯 기운 없이 돌아서서 간다)
석율 : (당황해서) 장그래씨, 나 말 아직 안 끝났어요.
돌아보지 않고 뚜벅뚜벅 가는 그래.
석율 : 장그래씨? 장그래씨! 어이!! 장그래!
쾅 닫히는 옥상문. 황망한 표정의 석율.
60. 통로 / 밤
걸어오는 상식, 바지 뒷주머니에 꽂아 둔 문제의 운송장 이면지를 뽑는다. 펼쳐 본다. 선명한 김석호 이름...
고과장(e) : 장손이라 결혼을 빨리 했대. 나름 가장이다 야, 걔가.
‘후...’ 한숨을 뱉는 상식.
61. 탕비실 / 밤
파쇄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문제의 이면지. 그 앞에 상식.
62. 영업3팀 / 밤
들어오는 상식, 얼른 그래의 자리를 본다. 깨끗하게 치워져 있다.
당황하는 상식.
상식 : 가.. 간 거야? (다급히 그래 자리로 가며) 이 새끼, 가란다고 그새 홀랑 간(하며 의자를 확 빼면
의자 위에 얌전히 놓여져 있는 가방)...건 아니군.
동식 : (들어 오며) 과장님.
상식 : (깜짝 놀라 돌아 본다)
동식 : 뭐..하세요?
상식 : 어? ... 어.. 아냐.
약간의 허둥지둥함으로 자기 자리고 가서 앉고 동식도 자리에 앉는다.
그때 상식의 시선에 통로 쪽에서 걸어 오고 있는 그래가 보인다.
상식 : .....
들어오는 그래, 상식, 얼른 컴퓨터 작업 하는 척 한다.
그래, 상식을 보고 멈칫하더니 꾸벅하고는 자기 자리로 간다.
상식, 모르는 척 하며 그래의 하는 양을 보는데
그래, 가방을 꺼내고, 책상 밑에 쇼핑백까지 꺼낸다.
당황한 상식, 자기도 모르게 큼! 하는데.
동식 : (어이없이 보며) 장그래씨, 뭐하는 거야?
그래 : (숙이며) 죄송합니다.
동식 : (화난) 장그래씨 지금,
상식 : (갑자기 와락) 동식아! 아직 일 안 끝났어?
동식 : (확 보며) 아, 네. 좀 남았,
상식(o.l) : 정리해! 한잔 하러 가자.
동식 : 벌써요? 저 베트남 npk 건 S/R 마저 처리해야 되는데..
상식 : 왜이래. 컨테이너로 들어갈 거라 B/L로 처리 된다니까.
동식 : 부정기선으로 보낸다고 다시 말씀 드렸잖아요.
상식 : 이 자식들, 자꾸 이랬다 저랬다야. (바로 전화) 오과장입니다. 원인터내셔널 오상식 과장입니다!
(사이) 예, 우리 오퍼 컨테이너로 합시다. 계약한 날짜가 있는데, 뒤로 빼면 우린 뭐가 되냐고.
(사이) 그러지 말고 해줍시다!! 에이씨! 쥐꼬리만한 수량이라고 까는 거야 뭐야! 해줘! 해달라고! 합시다!
안 해주면 내일 출근길에 내 얼굴 먼저 볼 거요.
동식/그래 : (놀라고 당황한)
상식 : (나오며) 한잔하러 가자. (보지 않고 툭) 장그래도 나서.
그래 : 네? (동식을 본다)
동식 역시 놀란 얼굴로 그래를 보는데 휙~ 나가 버리는 상식.
꿈벅꿈벅 쳐다보는 동식과 그래.
63. 곱창집 / 밤
제법 취해서 쭈욱 술잔을 꺾는 상식을 보는 동식과 그래. 그래는 여전히 좌불안석 표정.
동식 : 고과장님 실적 낸 거 보고 속상하셨구나.
상식 : 아냐 임마! 엉 그래. 쫌 그래. 속상해 그래. 그래 안 그래 장그래?
동식/그래 : 헐~ / (당황)
상식 : (취해서) 야, 김동식아. 너 그거 알아?
동식 : 네?
상식 : 얘 처음에 정리한 폴더 말야. 그거 엄청 합리적인 거다.
그래 : (깜짝, 보면)
상식 : 얘 식대로 하면 업무 연관성 있는 타 부서의 업무파악도 가능해지거드~은.
동식 : 네? (그래를 보면)
그래 : (그냥 꿈벅꿈벅)
상식 : 아이템 조사부터 보고 결재로 연결되는 모든 프로세스를 한 눈에 알 수가 있어서 업무파악이 빨라지지.
하지만! (그래에게 떼끼! 하듯) 결산엔 못 써! 떽! 대신 기획 단계부터 라면 훨씬 좋은 정리방식이지.
우리 회사 매뉴얼보다 훨~~ 좋다! 훠~얼~
동식 : 아아~.. (끄덕끄덕)
그래 : (꿈벅꿈벅)
상식 : 그리고 말야 아까 그 딱풀!
그래 : (깜짝! 상식을 본다)
동식 : (말리듯) 무슨 지난 걸 또 얘기하세요?
상식 : 얘가 실수한 거 아니다. 얘가 그런 거 아니라고오. 오해 받으면 안 되는 거 얌마.
그래 : (멍~해서 보는)
동식 : 그럼 누가 했어요? 그 서류 얘가 만진 건데?
상식 : 그건!! (헤롱~) 비이~~미일~ (동식에 대고 트림한다) 끄어어억~
동식 : (냄~새) 아휴 과장님!
64. 술집 밖 유흥가 / 밤
취한 상식을 부축해서 나오는 동식과 그래.
고과장(e) : (이대근처럼) 아니! 오과장니~~임!
일동, 보면 완전 취한 고과장과 덜 취한 황대리 김석호.
동식 : 고과장님, 오늘 한 건 하시고 회식하셨나봐요.
고과장 : (상식에게 팔 벌리고 오며) 오과장, 다~ 이해해. 당신마음 이해한다고.
상식 : (취해서) 뭘 이해해? 내 말은~은. 니네 부서 비품은 니들이 알아서 챙겨 써. 남의 부서에 빌리러 오게 하지 말고.
고과장 : (혀 꼬부라져서) 야~ 왜 이래에~ 넌 옛날부터 나 잘되는 거 싫어하더라.
동식 : 고과장님, 취하셨어요.
고과장 : (아랑곳 않고 상식에게) 큰 거 했다 왜? 꼽냐? 기분 잡치냐? 꼽냐고오~
상식 : (취한 소리로) 내 말으은~
고과장 : 그렇게 나오기냐고. 서로 잘하자는데.
상식 : (얼굴 앞에 대고 눈에 힘 주고 강하게) 내 말은!!
고과장 : (순간 깜짝!)
상식 : (얼굴 댄 채) 내 말은, 딱풀 좀 챙겨주라고 새끼야.
고과장 : (얼굴 댄 채) 비품 얘기 그만해 진짜!
상식 : 니 애가 실수로 문서에 풀 묻혀 흘리는 바람에 우리애만 혼났잖아!!
석호 : (깜짝 놀라는!!)
그래 : (역시 놀란 얼굴로 멍~ 하게 상식을 보는)
고과장 : (흔들흔들하며 상식을 보며) 우리 애가 뭐어~?
황대리 : (고과장 끌고 가며) 과장님 2차가죠. 저 집에 안 갈게요. 가요.
석호 : (그제야 잘못을 알고 눈물 찔끔) 죄... 죄송해요.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래에게) 미..미안해요. 장그래씨. (꾸벅. 후다닥 간다)
그래, 상식을 멍~하게 쳐다 볼 뿐이다.
상식, 그래를 쳐다본다. 다시 눈이 비실비실 풀리면서.
상식 : 정신 잘 차리고 살아 인마. 냠냠~
그래 : (상식을 멍~하게 쳐다보기만)
65. 몽타쥬 / 밤
#1 / 알 수 없는 멍~한 표정으로 밤거리를 걸어가는 장그래.
#2 / 지하철에서 졸고 앉아 있는 김동식
#3 / 인사불성 고과장을 부축하고 있는 황대리와 택시 잡고 있는 석호.
#4 / 짐도 아직 다 풀지 않은 허름한 방에 들어서는 안영이
#5 / 치킨을 사들고 비틀비틀 걸어가는 상식.
#6 / 치킨봉지를 들고 자고 있는 아이들 방문을 열고 비틀비틀 들어 가서 애들을 깨우는 상식.
짜증내고 뒤척이는 아이들. 와이프 들어와서 화내며 끌고 나간다.
66. 석호의 원룸오피스텔 / 밤
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오는 석호. 자고 있는 아내의 등이 보인다. 살살 들어가는데.
아내 : (눈 감은 채 졸린 소리로) 왔...어...?
석호 : 깼어? 미안.
아내 : 나 겨우 잠들었어.
석호 : (다가가며) 왜? 통 안자?
아내 : 자기는...
석호, 아내 등 뒤에 슥 앉아서 넘겨보면 팔 다리 흔들며 재롱 떨고 누워 있는 아기.
석호,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르겠는 얼굴.
아기 : (석호 보고) 아뿌~ 아뿌~
석호 : 그래. 아빠. 아빠.
아내 : (눈 감은 채) 어이구~ 아빠 알아 보고 더 난리에.. 난 몰라~ 당신이 재워.
석호 : 그래, 알았어. 자. (조심스럽게 아기를 안아 든다..) 그래... 아빠야.
방긋 웃으며 석호의 손가락 하나를 꽈악 잡는 아기다..
67. 그래의 방 / 밤
불도 안 킨 방에서 가만~히 책상에 멍~하게 앉아 있는 그래.
상식(e) : 니 애가 실수로 문서를 흘리는 바람에 우리 애만 혼났잖아.
상식 : 니 애가 실수로 문서에 풀 묻혀 흘리는 바람에 우리애만 혼났잖아!!
장면이 다시 리플레이 된다.
상식 : 니 애가 실수로 문서에 풀 묻혀 흘리는 바람에 우리애만 혼났잖아!!
또 리플레이 된다.
상식 : 니 애가 실수로 문서에 풀 묻혀 흘리는 바람에 우리애만 혼났잖아!!
이번엔 상식의 입 “우리애” “우리애” 만 비현실적으로 두 번 리플레이 된다.
멍~하게 어둠 속을 응시하던 그래...
그래(e) : 우리 애...라고 불렀다........
그래 : 우. 우... (울컥해서 '리'자는 안 들림) 애..
급기야 히히히히히히 바보처럼 웃는다. 웃으면서 뭔가를 노트에 끄적인다. 다 쓰고 고개를 들어 다시 히히히히 웃는다.
웃으며 촉촉이 젖는 눈. 그런 위로.
그래모(e) : 아니 옷이 왜 이러니~? 아니 얘가 하루 종일 뭐얼하고 다닌 거야~? 얘~ 그래야~ 그래야아~
촉촉히 젖어든 눈으로 히히히히히 웃고만 있는 그래에서 노트로 가면 노트 위 큼직하게 쓰여진 글자.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68. 그래의 집 밖 외경 / 밤
그래모(e) : 그래야아~!
개 짖는 소리가 온 동네에 울린다.
69. 원인터 로비 / 아침
지금까지와는 좀 달라 보이는 씩씩한 걸음걸이로 거침없이 휙휙 걸어들어 오는 그래.
뒤에서 오던 영이, 그래를 봤다. 따라 가며 부른다.
영이 : 장그래씨.
그래 : (못 듣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탄다)
영이 : (발걸음 빨라지면서) 장그래씨!
그래, 못 듣고 닫히려는 엘리베이터에 훌렁 탄다. 닫혀 버리는 엘리베이터.
영이, 멈추고 '후'....
70. 섬유2팀 / 아침
가방을 싸며 앉아 있는 석율.
그 석률을 향해 똑바로 걸어오는 그래, 그 앞에 가서 선다.
석률 : (그제야 보고) 난 오늘 다시 현장 내려갑니다. 장그래씨는 좋은 기회 잃,
그래(o.l) : 합시다.
석률 : (엉? 하듯 본다)
그래 : 합시다. 파트너.
석률 : (엉? 하듯 보는)
그래 : (자신만만한 얼굴로 석률을 쳐다보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