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다섯시 한시간쯤 더 자 볼까했지만 쉽지 읺다. 6시 벌떡 일어나 준비하고 출발. 밖에 나가보니 밤새 비가 왔나보다. 기온은 뚝 떨어지고, 으 춥다. 옷을 하나씩 더 껴 입고 어제 못 간 육십령으로 가보자.
남덕유산과 육십령이 갈라지는 중남삼거리까지는 2km. 오늘의 시작점은 여기부터다.
육십령은 중남삼거리에서 4.3km에 430m부터 300m쯤 오른다. 고개가 험해서 육십명이 모야야 넘을 수 있다는 고개. 그러나 이름만큼 어렵지는 않다. 완만한 경사로 그냥 올라가지는 고개. 오른쪽으로 멀리 남덕유산이 구름을 덮고 있다. 육십령 생태통로를 지나면 전라북도. 장수군에서 설치한 휴게소가 있다. 그리고 또 표지석.
그리고 이제 내리막. 명덕삼거리까진 비슷한 거리 비슷한 높이를 내려간다. 명덕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장계. 왼쪽으로 논개생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아침을 먹어야하는데 아무 것도 없다. 장계면까지 5km를 왕복했어야 했나 하면서 가다보니 대곡호(오동저수지). 저수지 올리가는 길이야 언제나 그랬듯이 오르막. 그리고 논개 생가까진 평지. 망향비가 있고 논개 생가. 이쯤엔 휴게소가 있어줘야 하는데...논개 생가 매점 및 식당이 있다.
'아침 먹을 수 있나요?
'아직 준비가 안돼서 9시 부터 시작해요.
'공무원이세요? 9시부터 시작하게
'아뇨 밥이 아직 안 돼서
'그럼 라면이라도 하나 먹을 수 있나요?
'오늘 첫손님부터 라면팔 수는 없지요.
따뜻한 물에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는 내 길을 간다.
아마도 저녁때 그 아줌마는 그럴거다. 아침부터 왠 시덥지 않은 놈이 왔다가더니 오늘 장사 안 됐다고. 그러나 내가 무룡고개 다 올라갈 때까지 저주를 날려서 그랬을 걸 하면서...
무룡고개. 논개 생가에서 5.5km쯤. 4km쯤부터 본격적인 500m부터 400m쯤 올라 900m를 넘긴다. 그니까 평균경사 10%쯤. 이건 욕나온다. 춥고 배고프고 낑낑.
무룡고개 주차장을 지나면 벽계쉼터가 있다. 문을 열었을까? 기웃대보니 사람이 있다.
'뭐 먹을 수 있나요?
'지금 국수는 안되고 라면만 돼요. 아까 우리 올라올 때 봤는데 빨리 오셨네요
'뭔 놈의 고개가 이리 쎄요? 길에 그냥 대자로 누울 뻔 했네요.
라면을 먹는 동안
'밥 좀 드릴까요.
'아유 밥까지 주시면 감사하지요.
벽계쉼터 앞은 장안산을 올라가는 등산객들의 들머리 인갑다. 좀있으면 차가 가득 찬단다.
지금 억새가 장관이란다.
무룡고개라는 표시는 안내판 정도에서나 찾을 수 있다.
이제 긴 내리막. 여기서 내리막이 끝났나하면 또 내리막. 지지터널도 지나 동화호까지 계속 내리막. 동화호에서도 또 내리막. 장수물빛공원지나 두견삼거리까지 약 17km는 쉬운 길.
두견삼거리에서 왼쪽 산을 보면 도로가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시작부터 기죽이는건가?
복성이재는 두견삼거리에서 5km쯤이고 250m쯤 올라간다.
복성이재 550m. 장수군 번암면과 남원시 아영면의 경계이다.
네이버의 지도 위치가 다르지만 경계지점에 가면 정말 허접한 복성이재 표기가 있다.
여기서 여원재거쳐 남원으로 갈까, 인월로 가서 서울가는 버스를 탈까 고민하다가
인월가서 팔령재 찍고 여원재거쳐 남원으로 가는 방법까지 대안으로 상정하고 인월로 출발 인월까진 15km정도 쉬엄쉬엄 가도 1시면 도착하겠네 하면서 흥부마을 아영면지나서 앞으로 지리산 능선을 보면서 인월에 도착.
'서울요
'동서울 딱 한자리 남았는데요
'헉! 주세요.
멀리 동쪽으로 고개 비슷한게 보인다.
'저기가 팔령재인가요?
'네
'경사가 쎈가요?
'경사야 사람마다 느끼는게 다르니까 그래도 쫌 올라갈걸요.
그걸 갔다왔어야 했다. 그러나 서울가는 버스를 못 탈 수 있으니.
이제 긴 백두대간 여정의 부족한 선긋기만 남았다.
일단 인월에서 남원이나 함양으로 선긋기와
한계교차로에서 한계령까지 이으면 된다.
버스타고 꾸벅꾸벅 졸다보니 한강다리다.
육십령을 올라가면서 보는 남덕유산.
남덕유산은 1507m이고, 덕유산까지 20km를 덕유산맥이라고 부르기도한다.
육십령 734m. 장수군 장계면과 함양군 서상면을 잇는 도경계.
논개생가터를 찾아가는 길.
대곡호.
논개생가터 조금 못가서 있는 망향의 동산.
눈감으면
아련히 떠오르는
동구밖 오솔길
귀세우면
들려오는
담넘어 아지매 목소리
못잊어 그리워라
정두고 떠나버린
그사람 사람아
그시절 그추억 어찌할거나
그리워 보고파 어찌할거나
-- 망향비 내용 중에서
유행가 가산 줄 알았다.
논개 / 변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石榴)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무룡고개 올라가는 길.
무룡고개의 벽계쉼터.
장안산에 억새보러오는 등산객들.
정말 춥고 배고프고 다 털리고 올라왔는데 여기가 무룡고개임을 나타내는 것은 지도안의 영취산 무룡고개뿐이다.
무룡고개는 무릉고개라고도하고 용이 춤추는 형상의 고개로 933m이며, 장수군 계남면에 있다. 장안산과 영취산의 안부이지만 영취산에 가깝다.
동화호. 아래로 내려가면 장수물빛공원이 있다.
저산위에 산을 넘어가는 고개, 저기가 복성이재 일 듯.
사진 크게해서 보면 정자가 보인다. 그것이 봉화정이다.
봉화정에서 바라본 반암면과 동화호.
여기가 봉화를 올리던 봉수대인갑다.
복성이재는 장수군 번암면과 남원시 아영면의 경계이며 550m이다.
멀리 보이는 지리산 능선.
이 버스 세번째다.
함양버스터미널.
출발 : 함양 서상면
1. 육십령
2. 무룡고개
3. 복성이재
4. 남원 인월면
오늘 거리 : 58km
누적 거리 : 1253km
오늘 넘은 고개
육십령
무룡고개
복성이재
첫댓글 응원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역시나 한국이 최곱니다. ㅎㅎ
이렇게나마 그리운 한국을 만납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