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맞춘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젠장
듣지 못했겠지..
억울하다 가려던 그곳이 더 그리워진다
남들과 약속하지 않으면 가끔 이런다
아내가 의심스럽다
듣고도 못들은 척 일어나지 않고 자는게 아내이다
그동안 몇번의 전과가 있었다
아서라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으니..
빨랑 준비해 멀리 뛰진 못하구 가까운데라도 가야쥐
부랴부랴 서둘러 집을 나서니 9시가 넘어선 시간
금산 진악(락)산에나 가볼까
천년된 은행나무도 한번 볼 겸..
전주를 출발 위봉사를 거쳐 동상댐을 지나고 피암목재를 넘어
주천을 관통하여 금산 남이면 보석사에 당도한다
말끔히 단장된 주차장과 화장실
너른 주차장엔 십여대의 차들이 있을뿐 한가롭다
주차장과 이어진 보석사 일주문
그 뒤로 아름드리 전나무가 도열해 있는데
수령이 족히 수백년은 된 듯 싶다
< 보석사 입구 전나무 길 >
전나무 숲을 통과하면 개울건너 오른쪽으로 보석사가 보인다
신라 헌강왕때 조구대사가 창건했다는 천년고찰이나
규모는 크지않아 보이고 대웅전과 요사채가 최근에 지어진듯
기와도 말끔하고 단청이 또렷하다
< 보석사 입구 >
보석사를 지나쳐 천년의 생명을 지켜오고 있다는 은행나무와 마주한다
말이 천년이지 그 유구함을 어찌 인간의 눈으로 감지할 수 있겠는가
허나 뭔가 묵직한 전율이 파르르 가슴을 진동시킨다
천년이라...
이곳 금산 남이 사람들은 은행나무를 신목으로 모시며
해다마 단오날이 되면 은행나무대신제를 올려
그 신령스런 기운을 추앙하고 보존하는데 힘을 쏟는다고 한다
< 천년은행나무 >
영천암까지 숲속 산책로를 대략 1여Km 오른다
육산계곡이라 이러다할 비경은 보이지 않는다
계류또한 미약하여 단촐한 계곡미를 보여준다
< 영천암 오름길 계곡 >
영천암에 다달을무렵 아쉽지만 이끼낀 암반 계곡이 잠시 보이고
제법 계곡다운 모습을 갖춰 나간다
영천암 못미쳐 등로는 묵밭을 지나 숲 사면을 따른다
영천암자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 도구통바위 오름 사면길에 핀 꿩의다리 >
고도를 높힌 사면은 계곡과 일정 고도를 유지하며 평행선을 긋다가
다시금 계곡과 만나지만 곧이어 이별을 고하며
푸석한 마사토 된비알이 이어진다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블랙
현기증을 호소하면서 자꾸 뒤로 처지는데
웬걸 오늘따라 난 씽씽 날을태세니
이거 뭐 한가지 제대로 맞는게 있어야지...
< 상수리 숲 된비알을 힘들게 오르는 아내 >
세번정도 빡센 사면을 올라채 도구통바위가 있는 능선에 올라선다
도구통은 절구통의 전라도 사투리이다 아마 예전에 금산이 전라북도에 편입되어
도구통 바위란 명칭이 붙은것 같다
근디 모습이 전혀 도구통 같지 않고 개머리 같다
< 도구통바위 >
도구통바위가 자리한 날등은 비좁아 사람한명 겨우서서 조망할 정도
멀리 금산읍내가 보이고 금산벌판과 금강이 조망된다
< 도구통 바위에서 바라본 금산읍내 >
능선 무명봉에 올라서 앞을보니 다시금 우뚝한 봉우리((737m) 하나가 서 있다
저게 진악산 정상인가
무지 가깝네...
생각보다 짧다는 생각에 자리를 펴고 쉬어가기로 한다
살짝 얼어 아삭한 복숭아 통조림으로 입가심을 하고
불어오는 션한 바람 쐬이며 한참을 쉰다
< 칠백이고지 방향 산군들 >
편안한 휴식을 끝내고 정상정복에 마지막 힘을 쏟는다
밧줄구간을 단숨에 올라채 산정을 밟는다
뭐야 정상비가 없잖아..
여그가 정상 아닌가벼
이 봉이 젤 높은데..
그랴도 안녀..
우기는 블랙을 앞장세워 봉우릴 내려선다
사실 진악산에서 실제로는 무명봉(737m)인 이 봉이 젤 높다
쩌그 보이지 허연 암봉있는디 쩌그가 정상여
여그보다 낮은디
하따 그랴도 쩌그가 정상여 뭔 말이 그리 많은가 화딱징 나게..
안녀 쩌그로 가면 내려가는 갑써 함 불어봐
이런 젠장..자네가 대장허소
대판 싸운 불랙은 앞서 휭 떠나버린다
조금전까지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린다고
헝그리모션을 다 취 하더만.
잘도 달려간다
< 정상 가는길 암벽단애 조망대 >
길은 부드럽게 이어지고
능선 우측은 금산벌판이
능선길 좌측은 운장산과 대둔산 산군들이 산파를 치며 넘실거린다
구름은 파란하늘에 맴돌고
선햔 바람은 적당히 불어 땀방울을 말려준다
암봉단애 조망대에서 의리없이 먼저간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왜 안가고..
그냥..
함 날아볼려고..
내가 하얀나비감
그럼 내갸 서라벌여..ㅋ
수십미터 직벽의 단애이다 육산으로만 알았던 진악산에
이런 엄청남 바위암벽이 있을줄..
가까히 접근하기 무서울 정도로 수십길 벼랑이다
< 맨뒤 천등산과 대둔산 마루금이 보인다 >
다시금 아내와 화해를 하고
정답게 발맞춰 걷는다
진악산 정상이 가까워질 무렵
날등을 지나 푸른송이 다복하게 무리진 암봉에 선다
< 진악산 구간중 가장 멋진 암봉 >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사방팔방이 조망되며
수리넘어재로 내려서는 암봉능선길이
우람한 근육미를 자랑한다
차량이 두대면 저 그로 내려감 좋을텐데..
긍게말여..
< 님생각에 빠진 아내 >
열심히 사진을 찍는동안 아내는 암봉꼭대기에 앉아
망중한을 보낸다
뭔 생각혀
응 옛날 애인생각
그려 좋겠구먼 가심이 콩당거리남
벌렁벌렁 거려..
댑다 좋겠다
암봉에서 정상까지는 두어발짝
헬기장인가?
널직한 공터가 일개중대는 편히 앉아 쉴 수 있을 정도다
큼직한 정상비 옆엔 초록색 산불감시초소가 자리하고
조망은 수풀이 가려 평균키인 나로서는 불만이다
< 진악산 산정비 >
멍멍다리 폼으로 정상비에서 인증사진 찍고
금산읍내도 한번 휙 둘러보고
< 금산읍내와 멀리 천태산과 월영봉 라인 >
눈알을 쑤--욱 내밀어 금산의 명물 인삼밭도 살펴보고
< 금산읍내 인삼밭 >
정상을 뒤로한채 조망바위에서
오찬상을 마련하고 뒤 늦은 점심을 허겁지겁 헤치운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밥맛이 꿀맛이다
조금싸온 도시락 싹싹긁어 스님 바리처럼
밥풀떼기 하나없이 깨끗히 비워놓는다
< 조망대에서 점심을 먹는다 >
이제 내려가야지
그려 옛날처럼 발바닥 불나게 한번 빼보드라구
눈썹 휘날리게 막달려 단숨에 내려오니 채 한시간도 안걸려 하산이네
오를땐 무지하게 길고 힘들더만
우리실력 안즉 안죽어는 가벼
긍게
ㅎㅎ
가속도 붙은 블랙 쌩하고 앞서나가는 호젖한 산책로
선한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을 거두어 간다
시원하니 참 좋다
< 온길 되돌려 하산을... >
아름다운 산을 찾아서..
산죽
첫댓글 아주 조용한 존산 다녀오셧네요..시방 난 갈이 싫고, 석양이 실코..헌디 애절케 올갈엔 사랑헐꺼라고 애타게 한곡 때리네요..존감상 헙니다.
저도 갈이 싫고 석양이 싫은걸요 ㅎㅎ
가보진 못했지만 그리 높지도 크지도 않은 산이 조망이 압권이네요,, 금산 인삼의 고장답게 인삼밭도 이쁘네요,, 노르스름하게 익어가는 벼와 까만 인삼차양막의 조화로움이 이체롭기도 하구요,, 낼 그쪽으로 발길을 옮기려 하는데 하늘님이 안도와 주실지 모르겠네유,,,3년여만에 대둔산을 찾으려 합니다,,비가와도 그러나,,, 천둥번개치면 아마도 가기가 겁나네유,,지은죄가 많아서리,,,오늘도 수채화 같은 이쁜산행기로 상큼한 아침을 엽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맞이하시고 조은주말,행복한주말 계획하셔유,,^^***^^
어느 코스로 해서 어데까즉 오르시나요 낼 비내리지 않고 중턱쯤 운무 쫘--악 깔리면 좋겠는데 필히 그리 될 것입니다
뱅기에서 항공촬영한줄 알았습니다. ~ 날씨도 환상적이로군요... 블랙님도 멋있고, 근데 산에가시면 두분이 같이는 사진 안남기시남요?? 못본것 같네요 ~
남녀가 유별한데 어찌 붙어 사진을 찍습니까 아직 저희집안은 유교적 관습이 철두철미하여...ㅎㅎ 담엔 함 시도해 보겠습니다
아이구 소꼽장난에 생쑈들을 하신것 같구만유 ㅎㅎ 근디 요즘 산죽님이 한수 딸리는 느낌이 드네요 아무리 물증이 없어도 심증있는 전과에다 옜애인 운운하는 블랙님에게 큰소리 한번 못치고 .. ㅎㅎ 아이고 거시기가 진 슬픈 우리네여~
여자 사십이면 말 상대하지 말고 여자 오십이면 곁에 붙어있지 말고 여자 육십이면 보따리 싸서 스스로 나가야 맞아 죽지 않는다 라는 요즘 말씀을 모르시나요 무섭습니다
산죽님의 작품 사진을 보면 어디든 가보고프게 만들지요~! 원래 경치가 좋은지? 산죽님의 작품이 좋아서 그런지? 가보고 잡네요~! 산죽님~! 항상 좋은 산행하시고 건강 산행 하세요~!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요 진악산 한번쯤 오를만한 산이더군요 큰 비경은 없어도 션한 기분을 듭니다 숲정이님도 건강하시고 산행 마니마니 하세요
호젓한 숲길이 운길을 잡아 끄네요."보석사"라는 절 이름도 그렇고.....낼은 비가 온다는데 어디로 가시렵니까?늘 즐겁고 안전한 산행 하시길요...
낼은 블랙이 근무라 오후에 움직입니다 비 오지 않음 가까운 곳으로 움직여 볼려고 합니다
진락산 가보고 싶네요. 두분만의 산행 아주 멋진 사진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멀지않아 언제든 가실 수 있으니 함 시간내어 다녀오세요 큰 비경은 없어도 한번쯤 오를만한 산정입니다
은행나무가 참 대단합니다... 블랙님과 비교해보면 그 웅장함이 드러나는군요. 벌써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두분 차암 재미있게 사심니다.
천년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남보기엔 잼있을것 같은데 저흰 매우 심각합니다 ㅎㅎ
모처럼만에 시간을 내어 쥔장님의 글과 사진을 감상합니다. 글을 보니 알콩달콩 살아가시는 재미가 솔솔 풍겨 정다움을 느낍니다. 인삼밭을 실제로 여러번 가 보았지만 사진속의 인삼밭의 압권이었습니다. 항상 행복하시고 즐거운 산행되시고 가보지 못하는 산하의 풍경을 감상할수 있게 해 주시는데 감사드립니다.
산동네님 안녕하세요 우리네 삶이 다 그렇치요 특히 부부간에는 사소한 일로 싸우고 지지 않으려고 우기고 ㅎㅎ 지내놓고 보면 아무일 아닌것도 사생결단을 할 때가 많죠 산동네님도 항상 즐겁고 무탈한 산행길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사랑싸움도 요수준이먼~~~~거시기 지르는수준 아닌가요????..항상 같이하시니 부럽고 부럽습니다~~~*^^*블랙님 지겨우실때도 있죠?? 지헌티만 귓속말로 사~~알~~짝.ㅋㅋㅋ..산죽님 작품은 걍~예술입니다~~ 제 눈이 늘~~호강하고 마니마니 감사합니다*^^*
염장 지른다고 솔직히 말씀하세요 괜찮습니다 ㅎㅎ 블랙 넘 솔직해서 매일 한번씩은 지겨워..지겨워 합니다 그쪽도 지금 비가 많이 오는지..여긴 태풍의 입김이 느껴지네요 태풍 조심하시구요 낭구님은 키가 크시니 특히 바람조심하세요 ㅎㅎ
항상좋은그림을 보고가곤 하는데 이번에는 제고향인 금산 진락산을 다녀오셨군요. 진락산은 비록 높은산은 아니지만 진락산에서 금남정맥과금남기맥의 산줄기를 볼수있는 금산의 명산이기도 하죠 오래전 45년전만 하여도 금산국민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소풍지가 보석사이기도 하였고 칠백의총에 잠들고 계신 영규대사가 머물던 곳이 보석사이기도 하죠. 그위의 암자인 영천암은 학창시절에 한 10개월 머물던곳이라 산행기를 보고 옛날을 그리며 몇자 적습니다. 좋은 사진과글이 있어 자주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