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축적과 전파 4---터키 Tufanbeyli 발전소 출장기
터키 투판베일리 (Tufanbeyli) 발전소는 우리 SK건설이 건설한 곳으로, 150MW 3기의 규모, 갈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유동층 보일러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전세계에서 최저 수준의 발열량(1,250kcal/kg)에다가, 전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수분(약 50%)을 가진 터키 갈탄을 사용하므로, “저게 정말 불이 붙기는 붙는 거냐?”라는 의심에 찬 한국인들을 놀라게 하려는 듯, 150MW 정격출력을 초과하여 157 MW나 발전이 가능하고, 주증기, 재열증기 온도와 압력도 문제없이 정격운전을 달성하는 발전소다.
이 발전소 시운전 중에 몇 가지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여,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열흘씩 두 차례 출장을 다녀왔다.
나는 현지에서 ‘규나이든’과 ‘메라바’라는 딱 두 마디를 외워서, 우리 숙소에서 일하는 터키인들의 마음을 얻었다.
두 번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던 날, 숙소의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터키 아주머니들에게 인사하러 잠시 들렀더니, 아주머니 여러 명이 갑자기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오빠 사랑해요!”, “구레 구레(빠이 빠이)!”
그 터키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중에는 지난번 두 번째 출장 때, 무거운 여행 가방을 밀고 숙소에 도착한 내게 쏜살같이 달려와, 뺏다시피 덜렁 들어 방 앞에 옮겨주던 나이 많은 아주머니도 있었다. 순간 나는 깊은 정(情)을 느꼈다.
내가 아는 터키 말은 Good Morning의 ‘규나이든’과 안녕하십니까의 ‘메라바’ 딱 두 마디. 그것으로 이런 정을 느낄 수 있다니, 사람은 다 똑 같은 게 맞앗다.
터키출장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새벽 여섯 시쯤 밥 먹으러 가서나, 밥 먹고 나설 때나, 나는 손을 들어 “규나이든!”이라 말했고, 눈길도 주지 않고 무심코 지나던 이들에게도 “메라바!”라고 인사를 건넸다. 딴청 부리며 먼 산을 바라보던 숙소의 수위나 발전소 정문의 경비원들에게 인사를 걸면, 그들은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 손을 들어 화답했다.
그들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취직한 노동자이지만, ‘칸 카르데시’의 피를 나눈 형제국가 사람으로, 우리의 행동 하나 하나를 주시하는 형제다. 사실 말이지, 돈이라면 오히려 우리가 그 나라에서 큰 돈을 벌려고 간 것 아니던가?
SK건설에서 이곳 투판베일리(지명)에 파견된 직원들은 참으로 다른 데 마음을 나눌 형편이 아닌, 피곤과 긴장의 연속이라는 것은 잘 안다. 이러는 내 말이 참으로 한가한 소리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마음의 여유가 없더라도, 그들과는 남다르게 잘 지내야 한다. 그들의 친절한 본성을 살려내야 한다. 그들에게 우리는 각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해야 한다. 그것은 비단 차기에 국제입찰에 나올지 모르는 ‘A Project’를 위한 작전상의 미소도 아니고, 그들에게서 자발적으로 우리의 부지런함을 배우게 함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터키 출장 직전에 우리의 심금을 찌르는 터키 관련 칼럼 하나를 읽었다.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주간이 쓴 것으로, 이제는 우리 대통령이 칸카르데시(피를 나눈 형제)라는 말을 할 차례라는 것이었다.
터키는 공기가 무척 맑아서 약 25km나 떨어진 직원숙소에서도 빤히 보이는 보름달과 발전소.
1,400m 고원지대인 이 지방 한 귀퉁이에 3단 높이로 터를 닦아 만든 발전소는 매우 큰 규모다.
밤에 그 반짝거리는 두 불빛은 정말이지 ‘두 달’처럼, 보석처럼 맑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