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선전(CF)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젊은 남녀가 부둥켜안고 절규하면서, "우리 사랑하게 해 주세요."
그러면 웬 아줌마의 응수, "니들이 사랑을 알아?"
주말부부의 애환(?)을 이 한마디로 충분히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혼 15년 차인 우리 부부는 결혼 후 줄곧 주말 내지는 월말 부부로 지내왔다.
결혼생활 햇수로는 15년이지만 함께 한 시간은 불과 몇 년이 채 안 될 듯싶다.
내가 현역이었을 땐, 다른 부부군인들처럼 부부는 각기 다른 근무지에서 생활하고 아이들은
친정이나 시댁에 맡겨두었다. 이산가족, 삼산 가족이란 말이 그래서 생겨났고 10년 가까이 이산가족,
삼산 가족으로 지내왔다. 제대 후 2년 휴직 동안 잠시 온 가족이 모여 사는 기쁨을 누렸을 뿐,
직장을 다니게 된 후 또다시 주말부부로 살아가고 있다.
농담 삼아 우린 붙어서 살 팔자가 못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주말부부로 살아갈 운명인가 보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주말부부의 애환!
직업군인인 아빠를 주말에만 만나고 더구나 둘 다 아들이다 보니 딸아이들처럼 아기자기하거나
애교스러운 면이 부족하다. 그래도 아이들이 조금 어렸을 땐 아빠한테 매달리고 뽀뽀도 곧잘 하더니만
이젠 컸다고 뽀뽀한 번 해 주는 것으로 얼마나 유세(?)를 떠는지... 내겐 수시로 뽀뽀해 달라고 매달리고
껴안고 하면서도 아빠에게만큼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은근히 남편이 아쉬운 속내를 드러낸다.
딸 가진 동기들 보면 딸들이 아빠에게 안기고 뽀뽀하고 난리라면서.. 농담으로 여동생 하나 낳아줄까
그랬더니, 우리 아들들 결사반대다.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마분지에 붉은 글씨로
"여동생, 결사반대"라고 쓴 띠를 두르고 시위다. 급기야 큰 아이는 여동생이 생기면 가출을 하겠다고
으름장이다.
평일엔 양팔에 두 아들을 끼고 잔다.
어렸을 때 친정엄마에게 맡겨두고 자주 못 본 미안한 마음에 따로 재울 수 없고 아직은 아이들도 반대다.
조금 더 크면 따로 자겠다고 약속했다. 열한 살 큰 아이는 지금도 내 손을 잡고 잠을 잔다. 너무 어려서
엄마 떨어져 지낸 것이 아이에게 외로움을 준 것 같아 항상 마음 한편이 시리다.
이런 상황이니 우리 집의 주말은 아빠와 아들들의 자리다툼 신경전이 뜨겁다.
퐁당퐁당으로 아빠 옆 자리에 작은 아이, 그다음이 나, 내 옆자리에 큰 아이 이렇게 넷이서 나란히 누워잔다.
아이들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 남편이 슬그머니 내 옆자리를 파고든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 눈을 뜨고 자신의 자리가 바뀐 걸 눈치챈 아들들,
"아빠, 거기 내 자린데, 왜 바꿨어?" 얼굴까지 붉히며 자리 뺏긴 것이 억울한 지 항변이다.
이런 것을 외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해야 하나? 남자아이들은 다 그런가?
어떤 때는 아이들을 따로 재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도 하게 된다.
교육자의 의견으론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따로 재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강제로 따로 재우면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되고, 나도 혼자 자기는 싫고 그래서 이래저래 미루고 있다.
이번 주말도 우리 부부의 애환은 계속된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좀 더 크면 아이들이 먼저
따로 자겠다고 하겠지? 아마도 그땐 내 품 떠나려는 아이들에게 섭섭함을 느끼지나 않을는지..
"우리 사랑하게 해 주세요."
주말부부의 애환을 온몸으로 느끼는 부부들이 이 땅엔 얼마나 많을까?
- 15년 전 블로그에 쓴 글 -
지금도 주말 부부로 삽니다.
30년 결혼생활 동안 온전히 붙어서(?) 살았던 시간은 고작 2년뿐.
서울 집과 남편의 직장이 있는 천안을 오가며 생활한 지 10년도 넘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는 주말부부!
50대의 주말부부를 누군가는 부러워할지 모른다.
'니(너)는 좋겠다. 밥 안 해줘도 돈 벌어다 주는 남편 있어서..'
삼시 세끼 정해진 시간에 꼬박꼬박 밥을 차려야 하는 울 엄마(84세)가 제일 부러워하신다.
젊은 주말부부는 많이 애틋하고 사랑이 고팠다.
주말부부 우리 사랑하게 해 주세요~~를 외쳤다.
중년의 주말부부는 서로의 건강과 안위가 먼저다.
끼니는 잘 챙기고 다니는지 걱정이고 연락이 안 될 때면 혹시나(?)하는 불안함이 생긴다.
혼자 지내다가 잘못된(?) 중년 남자들의 뉴스를 듣게 되면 더 그렇다.
남편이 할 줄 아는 요리는 라면이 전부다. 간단한 요리법을 알려줘도 '못한다. 하기 싫다'라고 한다.
귀챦으면 사 먹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혼자 가서 사 먹는 것도 처량해서 싫단다.
불 꺼진 아파트에 퇴근할 남편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주말 부부를 부러워하는 지인들도 있고 때로는(?) 이런 삶이 좋을 때도 있지만..
빨리 주말부부를 마감하고 싶다.
"왜 전화 안 받았어? 무슨 일 생긴 줄 알았네."
"일은 무슨 일.. 무음으로 해놔서 못 들은 거지. 걱정했어요?"
매일 아침 카톡으로 안부를 묻지만, 헤어질 때는 늘 아쉽고 애잔하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나? 잠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뜨거웠던(?) 젊은 시절의 사랑보다는 의리와 정(情)으로 살아가는 나이다.
몇 년 후면 주말부부의 삶도 끝나겠지?
그때는 이 시절이 그리웠다고 아쉬워할지도 모른다.
그날이 오면!
남편과 알콩달콩 제2의 신혼(?)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외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