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매화나무 한 그루를 옮겨 심었다. 꽃눈이 많이 달린 나무의 가지를 치고 옮기는 것은 아까웠지만, 3월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하기 위해 자리를 확보해야 했다. 그리고 이제 제법 그럴듯하게 자리를 잡은 자귀나무도 베었다. 자귀나무는 옮겨 심을 곳이 마땅치 않았고, 그러기에 너무 컸다. 그런데 두통이 왔다. 미안하다 내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해서 너를 벤다. 사과와 극락왕생을 빌며 베었지만 나무의 고통을 들이마신 것 같아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여기저기 꽃씨를 묻었다.
오후에는 학교에 가서 교지 발송작업을 준비했다. 150개 정도 우편봉투에 주소 라벨지 붙이고 교지 넣고 풀칠로 봉합까지 하니 3시간이 걸렸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밤이 되니 어깨가 쑤신다. 어깨 쓸 일이 거의 없다가 갑자기 쓰니 이 정도의 일로 어깨가 쑤실 줄이야, 자려고 누웠지만 어깨 통증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너무 편하게 살았구나.
무궁화, 홍가시, 남천을 구매했는데 배송을 마쳤다는 메시지를 받고 찾고 기다려도 오지 않아 물어보니 학교라 주말은 하지 않고 월요일에 배달한다고 했다. 무조건 배송마침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주말에도 학교에 배달하는 택배회사가 있어서 택배회사 상호를 확인해야 하는 거였다.
저녁엔 미와자키 하야오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영감을 준 요시노 겐자부로의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을 고르느라 이 책 저 책 주문해 읽고 있는데, 30년대 군국주의 시대의 일본과 2000년대 세습자본주의 시대의 한국에서 동일한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성장소설로서의 가치도 있지만 돈 대신 시대와 인간다운 삶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도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물음이 여전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