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저는 세 명의 단짝 친구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조금 특이하지만 하나같이 자신들은 평범하다고 주장하고
모든 것에 시니컬하면서도 함께 있으면 늘 즐거웠던 4인방.
그 중의 한 명은 제 남편이 되었고,
그 중의 또 한 명은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때문에 한 명은 매일 만나고 또 한 명은 거의 만날 수가 없지요.
나머지 또 한 명은 지금도 여전히 자주? 가끔? 만나는 친구입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종다리가 제 남편이 된 이후 대부분은 종다리를 빼고 만났다는 것이지요.
며칠 전에 정말정말 오랜만에 남편과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정말정말 오랜만의 술자리.
남편은 제게 이러더군요.
"야~ 이렇게 만나니까 니가 부인 아니고 친구 같다~"
ㅎㅎㅎ
저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예전의 우리로 돌아간 것 같아서요.
즐거웠던 술자리를 함께 했던 압구정동의 이자카야 '도마'입니다.

가기 전에 정보를 좀 찾아보고 가려고 했는데,
이름이 평범해서 찾기가 어려웠어요.
검색 결과 주방용품 파는 곳만 나오더라고요.ㅎㅎㅎ
하지만 막상 가보시면, 이제 '도마'는 단지 주방용품만이 아님을 아실 거예요~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도마입니다.

전화를 드리고 갔더니 미리 테이블 세팅을 해 놓으셨어요.

저희가 조금 이른 시간에 간 지라 손님이 별로 없어서 가게를 둘러보았어요.
가게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닌데,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아 좁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아요.

한쪽엔 주방이 오픈되어 있어서 조리 과정을 볼 수 있고요.
일인용 테이블이 있어서 가끔 혼자 한잔하러 오기도 좋겠더라고요.
(저희 집과는 워낙 멀어서 어렵지만요..^^;;)

천장에 매달린 일본 우산 장식도 강렬하고 예쁘지요?

음식 나오기 전에 반찬을 먼저 갖다 주셨어요.
숙주 나물과 곤약어묵조림인데요.

둘다 맛있습니다.
숙주나물은 이전에 먹었던 숙주나물과는 달리 새콤한 맛이 나는데요.
깔끔하고 좋았어요.
저 곤약어묵조림은 친구와 종다리가 너무 좋아해서(특히 종다리)
순식간이 없어졌습니다.
무슨 술을 마시겠냐고 물어보셨는데...
이자카야에 왔으면 당연히 사케를 마셔야지요.
저와 종다리, 사케 너무 사랑합니다~ㅎㅎ

근데 사실 저는 사케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포도주도 잘 모르고...
워낙 종류가 많잖아요.
글씨 읽기도 힘들고.
꼭 알아야 마시나요? 맛있으면 그만이지요.ㅎㅎㅎ

이 사케는 '요시노가와 겐센카라구치'라고 하네요.

얼음 담긴 유리병에 따라 시원하게 마실 수도 있지만,
저와 종다리는 따뜻한 사케를 좋아해요. ^^

이 사케, 이름을 외워둬야 할 것 같아요.
맛이 좋았거든요.
맛이 정말 깔끔하고, 알콜 냄새도 안 나요.
사케를 처음 마신다는 제 친구도 반응이 좋네요.
아사히 생맥주는 입가심입니다.ㅎㅎㅎ

메뉴판이 화첩 같아요.

처음으로 나온 음식은 '광어 칼르파쵸'입니다.

싱싱한 광어회에 케이퍼가 하나씩 얹혀 있고요.
저 녹색 소스가 칼르파쵸 소스라고 하는데....
저 분명 익숙한 맛인데 언제 어디서 먹어보았는지 모르겠어요.

광어회 한 점에 샐러드를 얹어 함께 먹으면....

와~~~~~~~ 정말 맛있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계속 사진 찍고 계속 감탄하면서 먹었어요.
덕분에 이 광어 칼르파쵸 사진이 얼마나 많은지....
이건 모듬회 小 입니다.
일단 비주얼부터 화려하지요?

문어, 연어, 광어, 참치 이렇게 네 가지입니다.

선도도 훌륭하고 식감도 좋아요.
특히 광어가 정말 쫀득쫀득하고 연어가 고소했어요.
그리고 생와사비라 더욱 맘에 드네요.ㅎㅎ

차가운 광어 칼르파쵸에 차가운 생선회를 먹었으니,
따뜻한 음식 생각나겠죠?
신주쿠 해물짬뽕나베입니다.

보통은 이자카야에서 나가사키 짬뽕을 많이 먹잖아요.
나가사키 짬뽕이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라면
신주쿠 해물짬뽕나베는 얼큰한 국물이 일품입니다.
정말 국물이 끝내줘요.
무슨 고춧가루를 쓰시냐고 여쭤봤더니.
고춧가루를 전혀 쓰지 않고 고추기름으로만 매운 맛을 내는 것이 비법이라시네요.

겨울에 정말 잘 어울리는 메뉴예요.
면발도 너무 쫄깃쫄깃 탱탱 맛있어서 여쭤봤더니,
면은 사오시는 거래요. ^^;;
그리고 모듬꼬치 6종 세트.

아까 위에서 오픈 주방 보셨죠?
거기서 직접 구우시는 건데....
불맛이 예술입니다.

베이컨토마토꼬치는 상당히 생소하지만 의외로 맛있더라고요.
닭날개를 꼬치에서 뽑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그냥 주워 먹었습니다... ㅡㅡ;;
(그래요, 저 이런 사람입니다.)
이렇게 먹고도 양이 안 차, 음식을 하나 더 주문했어요.
닭고기 숙주볶음입니다.
(이쯤 와서는 술에 취했는지 사진이 다 흔들렸습니다.)

제가 완전 사랑하는 숙주!!!
데리야키소스에 볶으신 것 같았는데, 소스 맛이 과하지 않고 좋았어요.
아삭한 숙주의 느낌도 그대로 살려주시고.

주방장 님 솜씨가 보통이 아니에요.ㅎㅎ
안주를 하나 더 시켰는데 술이 빠지면 섭하지요.
(사실 안주도 술도 거의 다 제가 먹은 것 같습니다만....)
기린 맥주입니다.

제 친구 얼굴에 화색이 돌며 '맥주는 역시 기린!'이랍니다.
네, 맥주 맛도 좋습니다.
가게에는 연예인 사인이 많습니다.
여러 장 찍었는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술에 취했는지 사진이 거의 흔들렸습니다. ㅡㅡ;;

음식도 맛있고 정말 친절하시고.
너무너무 좋은 곳이라 위치적인 측면이 조금 아쉬웠는데요.
(번화가가 아니라 조금 외진 곳에 있거든요)
저는 오히려 그게 더 장점일 수 있겠더라고요.
압구정! 하면 얼마나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곳입니까.
휘황찬란하고 시끄럽고....
그런데 '도마'는 압구정 역에서 멀지 않으면서,
(오히려 갤러리아 쪽보다는 가깝죠.)
주변에 다른 시설들이 별로 없어서 너무 조용하고 좋아요.
번잡한 도심 속의 휴식처 같은 곳이랄까요?
정말 마음에 드는 이자카야입니다.
자, 이제 잘 들으세요.
찾아가시는 방법입니다.
압구정역 3번 출구로 나와서 뒤쪽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약 5분 정도? 걸어서 성수대교 사거리에 다다르면
길을 건너서 오른쪽을 보세요.
그럼 자생 한방 병원이 보입니다.
자생한방병원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시면 바로 보입니다.
02-514-5105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36-19번지.
동네가 동네이다보니,
가격의 압박은 조금 있습니다. ^^;;
광어칼르파쵸 20,000원
모듬 사시미 小 35,000원
신주쿠 해물짬뽕나베 9,000원
모듬꼬치6종세트 16,000원
닭고기숙주볶음 20,000원입니다.
첫댓글 맛있어 보입니다.. ^^
광어 빛깔이 아름답네요~!
우산 거꾸러 달려 있는 인테리어 멋지네요. 가격이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