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검도 <DRFA 365 예술극장>
DRFA 365 예술극장 전경
강화도에 딸린 자그마한 섬 동검도, 이곳에 <DRFA 365 예술극장>이 있다.
DRFA 365 예술극장은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라이터인 <조나단 유>가 수많은 주옥같은 영화들을 발굴, 디지털로 복원하여 2013년에 이곳에 35석의 아담한 극장을 오픈하여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곳이다.
문을 연지 4년만에 다녀간 사람이 10만이 넘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가늠케 한다.
요즘 강화도 가는 길이 아주 잘 뚫려 서울 월드컵 경기장 기준 이곳까지 평일에는 1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동검도 앞바다 갯벌
내 무슨 福에 여인들을 대동하고...
9월 29일 전 직장 동료 후배 퇴직자끼리 차량 2대에 나눠타고(압구정 1대, 디엠씨역 1대) DRFA에 도착했다. 섬 속의 섬이라지만 다리가 놓여있어 네비의 길안내에 따라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침 간조 시간이라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분위기 있게 놓여진 파라솔 아래서 담소를 나누다가 시간이 남아 2층 구조의 내부를 구석구석 돌아본다. 내부 조명이 분위기를 살려주는데, 흘러간 영화 테이프며 CD가 한 쪽 벽면을 가득 가득채우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우리는 2층 식당에 자리잡고 앉아 유감독과 쉐프가 직접 차려주는 '곤드레나물밥'을 먹었다. 조촐하면서도 정갈하게 세팅된 테이블에는 샐러드와 명란젓, 구수한 된장국이 깔끔하면서 입맛에 딱 맞다. 식후에는 후식으로 조나단의 커피 아메리카노가 제공된다. 모든 비용은 영화까지 세트로 19,000원 이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조나단 유(유상욱)
우리가 오늘 감상할 영화는 <산티아고 가는 길>
흘러간 영화 테이프며 CD가 한 쪽 벽면을 가득 가득채우고 있다.
준비에 바쁜 조나단 유
소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조나단 유가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는데 그 실력이 수준급이다.
우리가 오늘 감상하는 영화는 'The way 산티아고 가는 길' 이다. 국내 미개봉 작이다.
900km 국토종주를 해낸 나는 아직도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꾼다. 오늘 이 영화를 보는 이유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선 하루에 20km씩 걸어야 하며 또 그래야만 숙소를 만난다. 발이 부르트게 40일을 걸어야 한다. 여러분이 오늘 이 영화를 다 보고나면 온 몸의 삭신이 저릴것입니다"라는 유머를 곁들인 유감독의 영화에 관한 간단한 소개가 있은 후 바로 영화가 시작되었다.
피아노 연주하는 조나단 유
영화 <The way 산티아고 가는 길>
주연 : 마틴쉰(Martin Sheen)
감독 : 에밀리오 에스테베즈(마틴쉰의 아들이며 직접 아들역으로 출연)
<시놉시스>
너무 바쁜 일상에 앞만 보고 달려온 안과의사 아버지 탐, 어느날 산티아고로 떠난 아들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아들은 산티아고 가는 길(카미노 프란세스) 첫 길 생장 피드보르의 피레네 산맥을 넘던 중 산속에서 폭풍에 휩쓸려 조난사를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고통을 잊기 위해 아들의 유골함을 들고 아들이 완성하지 못한 순례의 길을 떠난다.
'죽은 순례자를 위해 놓아둔 소박한 기도와 축복'의 자리에 아들의 유골을 뿌린다.
아들의 배낭속에서 찾은 카미노 안내서를 읽으며 탐의 카미노가 시작된다. 도대체 카미노가 무엇이길래 죽을 수도 있는 길을, 죽음을 각오하면서 까지 자신의 아들이 그 길위에 서야 했는지, 이런 저런 의문과 아들을 잃은 슬픔, 분노 등 복잡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탐의 도미노. 그는 피레네산등성이 아들이 조난을 당해 숨을 거둔 자리에 놓인 '죽은 순례자를 위해 놓아둔 소박한 기도와 축복'의 자리에 서게된다. 유골함에서 한줌의 재를 꺼내 뿌리는 아버지, 이렇게 카미노를 걷는 내내 재로 변한 아들의 유골을 뿌리는 아버지는 마음속으로 아들과 함께 걷고있다. 도중 짚시청년에게 배낭을 날치기 당해 유골함까지 잃은 아버지의 낙담, 분노. 유골함을 되찾은 후의 용서, 진한 부정(父情)에 가슴이 뭉클해 진다.
탐은 카미노 도중 만난 세 사람과 함께 걷는데, 함께 걷는 그들은 저마다 걷는 이유가 있다. 뱃살을 빼기위해 걷는다는 뚱보 남자 요스트, 글의 소재를 찾아 걷는다는 수다쟁이 작가 잭, 담배를 끊기위해 걷는다는 골초 여인 세라, 고집쟁이 탐은 이들과 함께 걸으며 서로 갈등도 겪지만 어쨋든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이해해 주며 끝까지 카미노를 걷는 우정을 보여준다. 걷기가 끝난 후에도 뚱보는 여전히 배불뚝이고, 골초는 여전히 담배를 입에 물고있다. 하지만 이들은 길위에서 성찰을 통해 자아를 찾아서 각자 집으로 되돌아 간다.
아버지는 순례를 마치고 완주자 명단에 자기 이름 대신 아들의 이름을 올린다. 아버지의 마음속엔 아들이 함께 완주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이 감동적이다. 탐은 바닷가에 서서 배낭에서 아들의 유골함을 꺼내 거센 파도속에 남은 재를 모두 뿌린다. 기뻐하는 아들의 환영(幻影)을 보면서.
길에서 만나 함께 걷는 일행
세 남자가 볼일을 볼 땐 여인이 뒤돌아 서있고
여인이 볼일을 볼 땐 세 남자가 뒤로돌아 떡 하니 버티고 서서 서로간에 에티켓을 지켜준다.
산티아고 성당에서 걷기를 모두 끝낸 후 유골을 뿌리기 위해 바닷가 까지 동행한다.
파도속으로 아들의 유골을 뿌리는 아버지
아들의 환영(幻影)과 함께
모든게 끝나고 만감이 교차하는 아버지
첫댓글 아,
안경이 너무 두터워 멀리 보지를 못했나
안경을 벗으니 너무 얇아 흐미한 가
이제야 돌아볼 여유가 휴일 속에 있었나
그래도 또 2시간의 여유는 뒤로 미루고
'산티아고 가는 길'을 세 번은 봐야겠지요.
여유가 필요한 시간, 나에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