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선의 책 이야기] 추석명절에 그림책을 읽어주자/대전일보
이동선(계룡문고/책 읽어주는 아빠 모임 대표)
대전일보 2013-9-16
지난 추석 명절, 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이모토 요코의 ‘오늘의 숙제는’ 책을 읽어주었다. 나에게는 다른 어떤 때보다 용기가 필요했다. 책 읽어주기를 마치고 ‘오늘의 숙제는’이 가족을 서로 안아 주었던 것처럼 우리도 서로 안아주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평소 무뚝뚝한 분위기의 우리 가족은 잠시 어색해하다가 서로 안아주면서 활짝 웃음꽃이 피는 것이 아닌가. 특히 팔순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안아드릴 때는 모두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우리 민족의 대명절 추석은 흩어졌던 가족이 오랜만에 정겹게 만나는 자리다. 모두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자리인데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자꾸 멀어져 간다. 몇몇 둘레 사람들에게 명절 풍경을 물으니 사는 이야기 나누다가 TV를 보거나 어른들끼리 고스톱을 치기도 하고 아이들은 PC방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때 가족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읽어주면 어떨까?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서로에게 읽어주면 좋을 그림책을 몇 권 소개한다.
걸음마를 가르쳐 주신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해지자 이번에는 손자가 할아버지께 걸음마를 가르쳐 드리며 할아버지의 건강이 회복되는 이야기를 다룬 ‘오른발, 왼발’은 한 편의 감동 드라마다. 다정다감한 할머니를 그린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와 ‘사랑해요, 할머니!’도 있다.
이주홍의 ‘메아리’는 가난한 집안의 어린 누나를 일찍 시집보내고 그리워 우는 남동생의 이야기인데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의 삶과 비슷해 가슴이 저미어 온다. ‘엄마의 의자’는 홀어머니가 힘든 일을 하며 작은 가구를 마련하는 모습이다. 아이의 실수를 혼내기보다는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문제가 생겼어요!’. 남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터널’. 일찍 홀몸이 되어 어린 아들을 놓고 재 출가한 어머니가 늙어 치매 환자가 되어 돌아왔을 때 손녀는 싫어하지만, 정성껏 모시는 엄마·아빠의 이야기로 꾸며진 ‘우리 가족입니다’. 라는 책들도 이야깃거리를 끊임없이 쏟아지게 한다.
이번 추석 명절엔 이런 그림책 몇 권 읽어주고 그 모습을 인증사진 보내기로 추억까지 저장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