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동태찌개 -이관수 목사-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 사례금 최고 50만원.”
해양수산부가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내건 조건이다.
해수부는 살아 있는 명태를 제공하면 최고 50만원의 사례금을 주기로 했다는 보도다.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흔하게 잡히던 명태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기 때문에
인공부화를 시켜서 치어를 양산하여 방류하고자 하는 것이다.
난 어릴 때 어머니가 끓여주던 명태찌개를 좋아했다.
산간벽지의 장날에 구할 수 있는 건 얼렸거나 말렸거나 절인 생선뿐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좋아했던 찌개는 동태로 끓인 것이기에 동태찌개라고 해야겠다.
어머니가 끓여주던 그 찌개는 된장찌개나 마찬가지로 특별한 레시피가 있는 건 아니었다.
집에서 구할 수 있는 양념만 가지고 순전히 손맛으로 끓이는 것이었다.
식습성도 어릴 때부터 훈련을 해야 한다던데 어머니의 음식솜씨와 그 손맛에 아이들은 길들여지는 법이다.
그래서 어릴 때 먹던 동태찌개를 나는 아직도 좋아하는가 보다.
지금은 인터넷 검색창에서 동태찌개(국)의 레시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검색창을 두들기면 얼큰한 동태찌개(국) 끓이는 법은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동태, 호박, 양파, 무, 두부, 대파, 쑥갓, 고추, 청양고추, 육수, 후춧가루와 소금약간,
고춧가루, 고추장, 다진마늘, 된장, 국간장, 생강가루, 청주>-
-<동태와 곤, 미더덕, 무, 홍고추, 육수 고춧가루, 고추장, 파, 마늘, 다진생강, 소금과 후춧가루 약간씩, 청주>-
'명천(明川)에 사는 어부 태씨(太氏)가 이름 없는 물고기를 낚았는데‘
지명의 명(明)자와 어부의 성을 따서 이름을 붙인 게 명태라는 생선이다.
동태는 그 명태를 얼린 것인데 별칭도 다양하다.
생태(生太), 동태(凍太), 북어(北魚), 더덕북어, 황태(黃太), 코다리, 백태(白太,) 흑태(黑太), 강태(江太) 등으로도 불린다.
어린 명태를 애태나 노가리라고도 한다. 잡는 형태에 따라 붙인 망태(網太), 조태(釣太), 왜태(倭太)라는 이름도 있다.
그러므로 내가 좋아하는 동태찌개는 어떤 명칭으로 불러도 별로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희미한 기억으로는 무를 섞어 끓인 동태국은 먹어보았다.
고사나 제사음식에서 금기식품은 붉은색인 고추나 고춧가루다.
붉은 색은 축귀의식(逐鬼儀式)에 사용했던 것으로 장을 담글 때 붉은 고추를 띄우거나
아들을 낳았을 때 대문에 붉은 고추를 금줄로 매어 놓는 일을 했던 것이다.
제사의식을 마친 후 밥상에 올라왔던 명태국은 무채색이었다.
바다가 없는 내륙도의 청천이라는 산골짜기에서 살았기 때문이어서인지
그 외에 어릴 적에 먹어본 바다생선은 거의 기억에 남은 게 없다.
청주로 이사한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어 꽁치나 도루묵을 먹었던 것 같다.
김치를 넣어 끓인 동태찌개가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그 입맛은 아직도 살아있다.
지금은 선택의 여지없이 당연히 안사람이 끓여주는 동태찌개를 좋아한다.
어머니손맛에 익은 입맛에 거의 비슷한 음식솜씨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생태보다는 동태찌개가 입맛에 맞다.
오십년을 넘도록 함께 살아온 동화(同化)의 결과가 아니겠나?
명태는 겨울철인 1~2월이 제철이라는 데 벌써 2월도 지나간다.
돌아오는 장날에 맞춰 동태구경하러 남해장터엘 한 번 더 나가봐야겠다.
-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