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2
강신홍
함민복 시인의<눈물은 왜 짠가>라는 시에는 세 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게 역력했습니다. ...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
이 시를 대할 때마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혀진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등장인물, 설렁탕을 파는 주인아저씨의 조심스런 행동이 보는 듯 그려지고 마음이 읽혀진다.
파주에 사는 사위와 딸이 아내와 나의 합창단 정기연주회에 참석하고 토요일인 그 다음 날 우리 집 정원 보수 작업에 땀을 흘리며 수고했다. 연주회 삼일 전 무릎을 다친 나는 목발을 한 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청주 ‘여울목’ 식당에 가서 내가 점심을 사기로 했다. 점심값은 사위가 선수를 쳤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카페에 가려다가 피곤해하는 아내를 위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계획이 바뀌면서 나의 생리 작용해소에도 수정이 필요했다. 집에까지 가는 시간은 거의 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카페가 아니라 여기 식당 화장실을 이용해야했다.
이 음식점의 화장실은 조금 독특하다. 출입문 밖으로 나와 또 다른 옆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게다가 가파르고 긴 계단을 올라 남성용은 2층에 여성용은 중간층에 있다. 힘들게 올라갈 것을 각오하고 올라서려는데 중간층에서 식당 유니폼을 입은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면서 마주치게 되었다. 그 때 그녀가 하는 말, “제가 밖에서 지키고 있을 테니 여성용으로 들어가세요.”하고 권한다. 계단을 목발로 올라갈 것이 무척 부담스러웠던 차였기에 체면불구하고 얼굴로 알았다고 응답하고 쑥스러운 상태에서 볼 일을 보고 나왔다. 그녀는 내려 갈 계단 끝에 빛을 등지고 서 있었다. 고맙다는 자그마한 목소리와 함께 이제 가보시라고 손짓하니 미소를 띄며 자리를 떠난다. 그 모습이 내게 얼마나 아름답던지! 순간에서 나오는 그 행동은 그녀의 삶에 베여있는 인정이리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말 한 마디에 혹은 조그마한 배려 하나에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작은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이 행복을 나도 다른 이들과 함께 행동 속에서 나누어가지리라 다짐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