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아토미카
제국의 소멸 이후 등장한 한 독립국가들은 전쟁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매우 드문 예외를 제외하면1945년 이래 국가는 정복과 병탄(倂呑)을 위해
다른 국가를 침략하는 짓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런 정복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이어져온 정치사의 핵심 스토리였다.
대부분의 대제국이 그런 방법으로 세워졌으며,
대부분의 통치자와 국민들은 제국이 계속해서 그렇게 돌아가리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로마, 몽골, 오토만이 벌인 것과 같은 정복 전쟁은 오늘날 엔 일어날 수 없다.
1945년 이래 UN의 승인을 받은 독립국가 중 정복당해 지도 상에서 사리진 곳은 없다.
때때로 제한된 지역에서 국제전이 일어나고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전쟁은 더 이상 일번적인 현상이 아니다.
국제전이 사라진 것은 서유럽의 부유한 민주국가들에서만 일어난 독특한 현상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사실 유럽에 평화가 찾아온 것은 세계 다른 곳에 이미 평화가 퍼진 이후였다.
남미 국가들간에 마지막으로 벌어졌던 심각한 국제전은
1941년 페루-에쾨도르 전쟁과 1932 ~1935년 볼리비아-파라과이 전쟁이었다.
그 이전에 남미 국가들 간에 벌어진 심각한 전쟁은
1879~1884년 칠레가 볼리비아와 페루를 대상으로 벌인 것이 마지막이었다.
우리는 아랍 세계가 평화롭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랍 국가들이 독립을 얻은 후에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대대적올 침공한 일은 한 차례밖에 없었다.(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국경에서의 충돌은 상당히 많았고(예컨대1970년 시리아와 요르단)
다른 나라의 내정에 무력 개입한 사례도 많았다.(시리아의 에바논 개입)
내전도 많았고(알제리, 예멘, 리비아), 수많은 쿠테타와 혁명이 있었다.
하지만 걸프전을 제외하면 아랍국 간의 대대적인 국제전은 없었다.
무슬림 세계 전체로 시야를 확대해보아도 추가되는 사례는 딱 하나. 이란-이라크전뿐이다.
터키-이란전이나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어전 같은 것은 없었다.
아프리카의 상항은 이런 장밋빛이 아니었다.
하지만 심지어 그곳에서도 대부분의 분쟁은 내전과 쿠데타였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1960년대 와 1970년대 독립을 획득한 이래
다른 나라를 정복하려고 쳐들어간 경우는 극소수였다.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시기는 예전에도 있었다. 가령 1871년과 1914년 사이 유럽이 그랬다.
하지만 이런 기간의 끝은 언제나 나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진정한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것만이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전쟁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세상에 진정한 평화가 있었던 적은 예전에는 없었다.
1871년에서 1914년 사이 유럽에서 전쟁은 받아들일 수 있는 필연이었고,
전쟁에 대한 예상이 군대와 정치인, 시민 모두의 사고방식을 지배했다.
이런 불길한 전조는 역사에 존재했던 다른 모든 평화 기간들에도 해당되었다. 국제 정치에서는
"인접한 두 정치체 사이에는 1년 내로 한쪽이 다른 쪽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만한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 철칙이었다.
이런 정글의 법칙은 19세기 말 유럽, 중세 유럽,고대 중국, 고전시대 그리스를 지배했다.
만일 기원전 450년 스파르타와 아테네가 평화 상태였다면,
기원전 449년에는 그들이 전쟁을 벌일 타당한 시나리오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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