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죄송합니다.
꼭 써야 한다는 책임감이 부족한 탓입니다.
정기모임이 끝난 후 진환이가 새롭게 제안한 뒷풀이를 했습니다.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왕십리에서 다른 한 팀은 용답역 방면으로 가서 3가지 안주를 사오고 이를 서로 맞춰서 상대편으로부터 안주를 가지고 오는, 기존의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다 같이 즐기는 우리네 전통적인 정이 넘치고 훈훈했던 뒷풀이 문화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서로 경쟁하고 쟁취하는 현 세태를 그대로 차용한 적자생존의 서바이벌 뒷풀이였죠.
한 사람의 열걸음 보다는 열사람의 한걸음이라는, 더디 가도 함께 가는 정신을 온 몸으로 체화한 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지만 피눈물을 흘리며 뒷풀이 미션을 수행했습니다.
안주는 5000원 이상 15000원 이하의 가격대로 세개를 사오되 30000원을 넘을 수 없고, 30000원에 가장 근접하게 안주를 사온 팀이 처음 상대편 안주를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나머지 10000원으로는 술을 알아서 사오고요.
팀은 두영, 영선, 성래, 진환이가 한 팀. 무웅, 정모, 선필, 미영이가 한 팀 이렇게 나뉘어 졌고 진환이는 진행을 해야 하는 처지라 용답역 쪽으로 향했던 저희 팀은 남은 세명만 갔습니다.
저희 팀은 마파두부 15000원, 오징어볶음 5000원, 치킨-새우 후라이 10000원을 사가서 상대방 팀이 최대한 쉽게 문제를 맞출 수 있도록 배려했으나 왕십리로 갔던 팀은 멀 하느라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약속했던 시간에 늦은 것도 모자라 떡볶이, 오징어물회, 거봉(포도)이라는 자기네들만 먹고 죽겠다는 더러운 심뽀로 점철된 안주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거기다 게임이 끝난 후 어설픈 동정에 호소해 안주를 나눠먹는 그런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눈을 부라리는데... 정말이지 전 거기서 사바나를 헤매며 썩은 고기를 뜯어 먹는 하이에나의 눈을 보는 것 같아 이런 인간을 금수로 만드는 게임을 꼭 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마저 느껴졌습니다.
하여튼 자칫 안주를 못마추면 게임이 늘어질 일을 대비해 맞추기 전에 질문을 2번씩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구요.
그렇게 시작된 첫번째 공격....
저희 팀은 상대팀의 온갖 더러운 획책과 야합에도 불구하고 첫번째 질문을 "사온 안주 중에 떡볶이가 있느냐?"고 물어서 상대팀으로부터 예라는 대답을 이끌어내 떡볶이를 득템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이어진 두번째, 세번째 공격은 여러 말이 오갔으나 여기 썼다가는 제 입만 더러워 질 것 같아 생략하겠습니다.
그러나, 상대팀에게 안주를 양보하기 위해 저희 팀은 최대한 힌트를 주면서 슬며시 흘리기까지 했으나 미련한 상대팀은 끝까지 짬뽕 국물이니, 탕수육이니, 머니 하며 스스로 자중지란에 빠져서 보는 저희를 게임내내 안타깝게 했습니다.
더군다나 소주만 먹는 동청 유이의 안미영과 구정모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물안주를 사오지 않아 소주만 네 병에 오징어 물회에다 거봉만 까먹는 볼썽사나운 작태를 연출, 보는 이들의 혀를 차게 만들었습니다.
진환, 두영, 성래, 영선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아픔을 뒤로 한 채 어쩔 수 없이 테이블 위에 펼쳐진 마파두부, 오징어볶음, 떡볶이, 치킨, 새우튀김 들을 히야시 제대로 된 맥스와 함께 먹으면서 슬픔을 달랠 수밖에 없었고 상태팀은 그 와중에도 니가 못했니, 내가 잘했니 이런 식으로 지나간 게임을 소 되새김질 하듯 복기하며 서로의 얼굴에 침을 뱉고 있었습니다.
인간이 금수로 전락하는 순간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 지 저는 보는 내내 소름이 끼쳤습니다.
뒷풀이 중간에 퀴즈를 통해 상대방 안주를 종이컵 한 컵만큼 가져올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퀴즈는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중에 흥행성적으로 3위와 5위를 기록한 영화를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재치와 순발력으로 무장한 저희 팀은 3위 왕의 남자를 한 방에 맞추어 오징어 물회 한 컵을 가져왔습니다. 배불러 죽겠는데 어쩔 수 없이 오징어 물회로 입가심을 해야만 했습니다.
상대팀이 어찌나 안돼보였는지 진행하던 진환이가 5위는 글자 수가 세 글자라고 힌트를 주었습니다. 또 지들끼리 뭐라 뭐라 한참을 답도 안나오는 회의를 거친 끝에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실미도"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땡!!
답을 알고 있었던 저는 순간, "이것들이 우리를 배불려 죽일려고 하는건가?" 하는 강한 공분을 느끼고 사무실을 박차고 나갈려고 했으나 동지에 대한 의리와 대장부로서의 대범함을 통해 참아낸 후 눈물을 머금고 해운대라는 정답을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로써 거봉 한 컵 또한 득템....
이후 상대팀에 남겨진 것은 미지근해 보이는 소주 3병과 오징어물회에서 오징어회가 빠진 그냥 물, 그리고 쓸쓸히 테이블 위를 나뒹구는 거봉 몇 알이었습니다.
이전 그들이 행했던 금수만도 못했던 작태를 생각한다면 이대로 뒷풀이를 진행하고 남은 음식은 저희가 싸가지고 집에 가야만 마땅한 것이었으나 배고픈 개가 꼬리를 내리듯 풀죽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 한 번 인간으로서의 연민이 발동하여 저희 팀은 그들에게 떡볶이와 몇 몇 안주를 하사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걸 또 서로 먹겠다고 아귀다툼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지옥 유황불에서 신음하는 중생들을 보면서 부처가 느끼는 동정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또 한번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 그러나... 연민과 동정의 마음도 잠시...
지난 2년간 동청을 이끌어 왔던 박무웅군이 우리가 줬던 안주만 쏙 빼먹고는 저번에 소개팅했던 여자가 부른다는 이유로 그녀가 살고 있는 홍대로 나르는 모습을 보면서 LG와 4년 40억에 FA계약 해놓고는 4년동안 달랑 14승만 기록, 승 하나당 대략 3억이라는 엽기적인 행태를 연출했던 박명환을 바라보는 LG팬들의 마음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둘 다 상황은 다르긴 해도 먹고 튀었다는 점에서는 완벽하게 싱크되니가요. 그러고 보니 둘 다 박씨네요. 더군다나 박찬호도 FA계약 맺고 죽쒀서 먹튀로 불렸는데...
아무튼 박씨 성 가진 사람들이 먹고 잘 튀나 봅니다.
그 날 동청 뒷풀이를 내팽개치고 여자를 만나러 간 박무웅 "전임" 회장의 앞날에 영광이 함게 하길 빕니다. 그 여자하고도 반드시 잘 될꺼에요. 잘 되야죠.. 임기 얼마 안남았다고 다 팽개치고 쪼르르 달려갔는데 잘 안되면 그게 인간인가요....
이렇게 저렇게 이후에는 가벼운 환담과 담소로 뒷풀이가 진행되었구요. 9시 넘어 조금은 이른 시각에 뒷풀이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재미있었는 지, 아닌 지는 다름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전 그냥 그날의 뒷풀이를 통해 동청 회장 이하 몇 몇 회원들의 너무나도 추악한 모습을 본 것 같아 아직도 쇼크에 시달리고 있어 이렇게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뒷풀이 모습을 담아낼 수밖에 없네요.
그럼 다음에 볼 때까지 모두들 안녕...
첫댓글 형! 조선일보 원서 함 써보세요... 딱 될듯... 왜곡언론의 정점을 찍는군요..ㅋㅋ
ㅎㅎ 뒷풀이보다 더 재미있는 후기네요..짱입니다요..
진환이 페이스북 타고 왔는데..ㅋㅋ 역시 두영이형은 짱인듯...뭉 정말 잘되어야 겠다..ㅋㅋㅋ
아... 이거 분명 읽는 글 인데 왜 저는 들리는거죠?? ㅋㅋㅋ
아놔 오늘 아픈 사람 이어야하는데 엄청 빵터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고구나, 두영이.^^* "담담하고 객관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