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이 다 그렇듯이 사랑에도는 영역이 있다. 『씨알의 역사』를 쓴 함석헌선생님은 인간은 ‘영과육을 가지고 지정의활동을 하는 존재’라 했다. 이 말에 연유해 말하면 사랑에는 지에 대한 사랑과 정의 사랑, 의미에 대한 사랑이 있겠다. 이를 섞어 영적인 사랑으로 갈 수 있고, 육적인 사랑에도 머물 수 있겠다. 문제는 이 모든 사랑을 다 가질 수 없을까? 버틀런트 러셀은 자신은 세 가지 사랑을 추구했다고 했다. ‘학문에 대한, 인류에 대한, 여인에 대한 사랑’이 그 것이다. 러셀같이 자영업자같은 자유로운 영혼은 순간 순간 삶이 괴롭더라도 경계를 넘나들거나, 동시에 아우룰수 있겠다. 톨스톨이가 쓴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천사 미하일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 하는 인간이 그나마 인간일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엄마를 잃은 아이들을 키우는 부인의 모습을 보고 바로 사랑’임을 깨닫고 하늘로 올라간다. 철학의 이데아와 종교의 고갱은 사랑에도 층위를 나누고 순수의 축출물을 걸러내 ‘순수한 사랑’을 만들어냈다. 우리중 누구는 이제 직장인 마인드를 가지고 이 사랑에 충성을 다해야 했다.
구도자의 사랑
W시에 수도원이 있다. 이 곳에 신부가 되려는 수사들이 있다. 이 들은 삶을 하느님에게 받치고 이웃과 세상을 위해 헌신하며 살고자 한다. 수도원 입구에는 ‘Ora et Labora. 기도하고 일하라’와 ‘당신이 진리를 사랑한다면 모든 것보다 더욱 침묵을 사랑하십시오’라는 문장이 걸려있다. 이 들의 삶은 일년 365일 기도와 근로로 이뤄진다. 또한 이들의 삶에는 ‘순명’이 있다. 아빠스(Abbas, 대수도원 원장)님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것이다. 이 것이 수도회가 1500년 이어지게 한 율법이다. 이런 분위기에 잘 어울려 지내는 수사 세 명이 있다. 미카엘, 안젤로, 요한. 교회의 사회실천에 의미를 두고 반항적인 미카엘과 범사에 감사하고 모두를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씨 고운 안젤로, 그리고 주인공 요한.
소설은 사제가 된 주인공이 10년 전 옛 일을 회상하는 플롯을 갖는다. 여기에서 우리는 구도자로 살아가는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 미카엘과 안젤로는 돌봄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음주운전 차에 치여 죽는다. 한국전쟁에서 온갖 고초를 겪은 토마스신부의 사랑과 평화정신. 흥남부두에서 남편과 생이별한 요한의 할머니. 그리고 흥남부두에서 피난민을 탈출시키는데 앞장선 선장 마리너스. 이들의 삶이 하나같이 기막히다. 또한 모든 삶은 연결되고 신비와 내 안의 평화와 사랑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사랑
이 있다. 바로 요한의 사랑. 수도회를 찾아온 여인과 서로 한 눈에 반해 버린 사랑. 육도 영도 아닌, 지정의가 되죽박죽 되어 나온 사랑. 약혼녀가 있는 여인과 하느님께 자신을 받친 수사와의 사랑. 결국 수사의 삶을 포기하고 여인을 선택한 남자. 그리고. 그러나 운명은 요한을 배신한 걸까? 여인은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종적을 감췄고, 요한은 모멸과 분노,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사랑사이에서 의식의 혼돈과 감정의 방황에 고통을느꼈다. 그리고 다시 일상. 먼 훗날 그 여인은 불치병에 걸렸다. 요한은 그 녀의 그림자를 감지했으나 만나지 않았다. 종 탑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 자신은 그 자장 안에 걸쳐있는 사다리에 서 있음을 느낀다. 모든 것이 요한의 삶과 사랑에 녹아져 있고 그 중에 하나가 그 녀와의 사랑임을 깨닫는다. 후에 요한은 알았다. 그 녀도 ‘요한의 하나님과의 사랑을 빼앗지 말라는’ 외삼촌이자 요한의 아빠스인 분의 설득과 강요로 마지 못해 떠났음을. 그러나 그 것이 정답일까? 요한도 그녀도. 아무도 모르고 풀 수가 없는 사랑의 방정식. 러셀도 모르고 톨스토이도 모르는. 그들도 결국 세상 모든 사랑의 한 면만을 보여 주고 밝혔을 뿐. 각 자의 사랑은 그저 각 자의 사랑일 뿐이다.
첫댓글 지,정,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