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종로의 유일한 백화점이었던 화신백화점(현 종로타워)은 한국 전쟁을 겪으며 불에 타버리고 까맣게 그을린 건물로 겨우 남아 있었다. 화신백화점으로 해방 전 백화점의 왕으로 등극했던 박흥식(1903~1994)은 화신백화점 맞은편에 2층의 신신백화점을 개점한다. 신신백화점은 중앙에 통로가 있는 아케이드 형식의 상가로, 통로 상부에 비를 막을 수 있는 지붕이 있어 요즘의 재래시장과 비슷한 형태였다.
시민회관과 국제극장의 건축가였던 이천승(1910~1992)이 설계한 신신백화점은 국제극장과 마찬가지로 정식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가건물이었다. 전쟁 후 종로를 비롯한 서울 시내 주요 도로가 가로의 신설·확장에 관한 고시로 도로변 건물신축이 불가능해지자 이런 식의 가건물을 허가해 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서울시는 도로에 포함된 땅을 사들일 돈이 없었다.
비록 가건물이긴 했지만 신신백화점은 당시에는 보기 드문 커튼월 구조에, 중앙통로에 분수대도 설치하는 등 여러 가지로 신경을 많이 쓴 건물이었다. 화신백화점과 함께 1960~70년대 서울 시민들이 자주 찾는 쇼핑의 명소였던 신신백화점은 모기업이었던 화신그룹의 부도로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에 매각되었고 83년 철거되고 만다. 지금 그 자리에는 22층의 SC제일은행 본점이 자리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50년대까지 백화점으로 국내 최고의 부자가 되었던 박흥식의 신화는 이렇게 모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