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코스 : 천반산 정상~먹재~하가막 마을~가막유원지~큰재~후가막 마을~지산 마을~문화 마을~상전면사무소
천반산 정상에서 1백여 미터 떨어져 있는 능선 삼거리 조망점에서 보는 눈 덮인 '남덕유산'의 자태가 사뭇 장엄하다
구름에 휩싸여 정상의 모습을 볼 수 없음이 서운함 보다는 오히려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구간에서는 주능선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는데 오늘은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려 남덕유산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지난 구간에서 보았던 덕유능선)
하산길 초반은 낙엽이 두텁게 쌓인 암벽길이라 조심스럽다
경사가 아주 심한 지점은 데크를 설치해 놓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길
^^
하산길 초반 경사진 구간을 지나자 고은 시인의 '그 꽃'이란 시가 연상되는 낙엽 쌓인 멋진 길이 이어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올라갈 때는 왜 알아보지 못했을까?
개인적으로 오늘 걸었던 코스 중 가장 분위기 있고 아름다운 구간이었다
사진 찍느라 따라가기 버거울 때는 모델을 불러 세우는 센스...^^
(11:57) 다시 '먹재' 도착
능선 삼거리 ~ 먹재 구간을 올라갈 때 30분 걸렸는데 하산할 땐 15분 걸렸다.
먹재에서의 하산길도 경사가 만만치 않다. 급경사의 목계단 위로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어 발디딤에 주의해야 한다
'목재'에서 5분쯤 내려오면 임도가 나오고, 고원길은 우측으로 이어진다
이 길은 경사가 완만하여 단풍이 물든 가을에 걸어도 좋겠다
(12:19) 출발점으로부터 7.9km 지점. 탐방을 시작한 지 3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절반도 오지 못했다.ㅠ
(12:22) 천반산 등산로 입구(좌측)
조금 전 천반산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내려왔으면 이곳에서 고원길과 만났을 것이다. 어느 쪽으로 오는 게 더 쉽고 빠른 길이었을까?
천반산 정상에서 이곳까지는 40분 소요되었다
천반산 자락을 벗어나니 금강변에 조성해 놓은 소공원이 나온다.
지금은 사람이 없어 한산하지만 여름철이면 '가막유원지'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조성한 시설일 것이다
탐방하다 말고 갑자기 왠 런웨이(Runway)를 걷나요? ^^
금강
이 강 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금강의 발원지라고 얼컫는 장수읍 수분리의 '뜬봉샘'에 다다를 것이다
뜬봉샘(2015.01.24)
고원길이 강 건너편에 있지만 강을 건너려면 5백여 미터 상류 지점에 있는 '가막교'까지 돌아가야 한다
지나온 길 뒤돌아 보니 조금전 다녀온 '천반산'이 골짜기 중앙으로 우뚝 솟아 있다
탐방로에서 2백여 미터 벗어난 지점에 '당집'이 있어 들렀다 가기로 한다
'당집' 앞에 다가가니 거대한 당산나무에 둘러싸인 당집이 보기만 해도 영험하게 보인다
나름 날라리 기독교인인지라 절은 못하겠고 마음속으로나마 우리 둘레길 탐방팀의 무사안녕을 기원해 본다
전북 장수군 천천면 연평리 새터마을 '당집'
'연평리 새터마을 당집은 마을을 수호해 주는 할머니 신을 모신 집이다. 옛날 이 마을 주위에는 옥토가 많이 있었으나 주변이 병풍처럼 암벽석산으로 둘려 있어 물을 대지 못해서 논종사를 지을 수 없었는데, 어느 날 밤 마을 노인의 꿈에 할머니가 나타나더니 괭이를 주며 이걸로 석벽에 줄이 그어져 있는 곳을 파면 봇도랑이 될 것이니 그곳으로 물을 대서 농사를 지으면 풍작을 얻으리라 하며 사라졌는데 깨어보니 꿈이었다. 아침에 동네사람들을 동원해서 현몽한 곳으로 가 줄을 그은 것 같은 지점을 파보니 암벽 사이에 흙이 있어 흙을 걷어내니 도랑이 되어 그곳으로 물을 대서 농사를 잘 지었다고 한다. 그 후 농민들은 정갈한 곳에 당집을 짓고, 당 할머니 신에 햇곡식으로 고사를 하며 무슨 일이든지 당 할머니께 기원하면 효험이 있다고 한다. (출처 : 장수군 누리집)
이 당집은 2009년 수해로 멸실된 건물을 복원해 놓았다고 한다
당집 앞에는 무속인의 집으로 보이는 집 한 채가 있다
당집 옆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이곳 또한 기도처로 사용되고 있는것 같다
당집 앞에서 보는 '가막교' 방향의 풍경
뒤쪽으로 솟아 있는 봉우리는 '독재봉(675.7m)이다
다시 눈을 가막유원지 방향으로 돌리니 '고산'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하늘은 이제 탐방 초반 우중충한 날씨로 인하여 찜찜했던 마음을 무색게 하리만큼 쾌청해졌다
방금 지나온 당집 방향을 돌아본 풍경
날씨가 쾌청해지니 온 세상이 아름답다
다시 탐방로인 금강 제방길로 올라서서 가막교로 향한다
허름하지만 지도에도 표기되어 있는 집이다
슈퍼 뒤쪽으로 보이는 장수군 연평리 '신기마을'
가막교
가막교는 장수군 천천면 연평리와 진안읍 가막리를 연결해 주는 다리다
봉황대 형제바위
봉황대 형제바위는 가막교 남쪽 강변에 나란히 하늘로 치솟아 있는 기암괴석으로 된 암벽으로, 일찍이 400여 년 전 임진왜란을 예언했다는 겸암 유운룡 선생이 천하의 경승이라고 찬미했다는 곳이다
봉황대 형제 바위에 대한 전설
아득한 옛날 두 바위 형제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밤에만 조금씩 커가고 있었다. 그런데 두 바위는 천 길을 먼저 크면 서울의 주봉이 된다고 믿고 다투어 커갔다 한다.
어느 날 앞으로 백일만 더 크면 천 길을 커서 이곳이 서울이 된다는 뿌듯한 희망을 안고 밤으로만 우뚝 솟아올랐다 하며, 백 일째 되는 마지막 날 밤, 이 밤만 새우면 다 큰다는 생각으로 두 바위 형제는 열심히 커 가고 있는데
이 마을에 사는 젊은 아낙이 이른 새벽 우물에 물 길러 나오다가 무럭무럭 크고 있는 바위를 보고 [어머나! 저 바위가 크고 있네!] 하고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를 지르자 두 바위 형제는 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크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숙인 채 그 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뒤 하늘에서는 조금만 더 크면 이룰 소원을, 막바지에 좌절된 형제바위를 안타까이 여기고 봉황을 날려 보내서 바위틈에 둥지를 틀고 형제 바위를 위로하며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가막교에서 본 가막유원지 방향의 풍경
(12:45) 고원길은 가막교를 지나 하가막(下加幕) 마을 가막골 가든 앞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이어간다
천반산
가막유원지 방향으로 향하다 뒤돌아 보니 하가막 마을 뒤로 상가막(上加幕) 마을이 독재봉 자락에 터를 잡고 있다
가막리는 예전에 산골 오지로 숯가마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이 많았다고 한다
숯가마는 숯막(幕)이라고도 하는데 '가막리'라는 마을 이름은 '숯가마'외 '숯막'에서 음이 뒤섞여 '가막'이 된 것으로 추정된단다
강 건너의 장수군 천천면 연평리 '신기마을'
'강내음 산내음' 펜션 이름이 정감 있고 이쁘다
강 건너편으로 조금전 지나온 소공원 정자가 보인다
@#%^&*?
이 지도를 보고 천반산에 올랐다가는 길을 못 찾고 미쳐 돌아 산귀신이 되어 버리겠다.^^
가막유원지 풍경
좀 더 가까이에서 금강물을 보고 싶어 강가로 내려가 본다
강물로 뛰어 들어 알탕도 즐기고 암반 위에서 막걸리라도 한 잔 하였으면 좋겠다
산 좋고 물 좋은 고원길을 걸으면서 알탕은 커녕 탁족도 한 번 못 해보고 고원길 탐방을 마치게 되었으니 아쉬울 뿐이다.ㅠ
의암바위
가막유원지에서 죽도 방향으로 강물이 휘돌아 가는 모퉁이에 한복의 치마 모양을 한 의암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의암바위를 거쳐 지나간 강물은 이곳으로부터 5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죽도'를 휘돌아 용담호로 유입될 것이다
고원길은 의암바위 앞에서 '금강'과 작별하고 좌측길로 진행하다 13구간에서 가장 길고 힘들다는 '큰재'를 향해 이어간다
'큰재' 입구
(13:12) 출발점으로부터 10.6km 지점. 13구간의 3분의 2 지점이다
(13:40) 큰재
출발점으로부터 11.7km 지점, 큰재 입구로부터 1.1km 거리이다. 큰재 입구에서 정상까지 올라오는데 28분 소요되었다
큰재는 진안읍 가막리에서 상전면 주평리로 넘어가는 고개이며, 산줄기 상으로 보면 상전면 주평리의 '독재봉'과 상전면 수동리의 '대덕산' 사이의 안부로 볼 수 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진안 고원길에서 가장 힘들었던 구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고로쇠 물 채취 장소
큰재 정상에서 10여 분 내려오니 후가막 마을 상단에 있는 저수지에 이른다
(13:54) 출발점으로부터 12.2km 지점.
감나무 아래로 이어지는 길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고원길을 걸으면서 보는 폐가의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14:04) 상전면 주평리(珠坪里) 후가막(後加幕) 마을회관
뒤너머(후가막)라는 마을 이름은 원가막 뒤에 있다는 뜻이란다
후가막 마을 입구에 버스가 기다리고 있으나 그냥 끝까지 완주하기로 한다
고원길은 후가막 마을 입구 사거리에서 우측 길로 이어간다
주평 마을 방향
원가막 마을 방향
주평 마을
후가막 마을에서 지사 마을까지 1.4km 구간은 2차선 차도를 따라 이어진다
지사 마을
(14:16) 지사 마을 입구(출발점으로부터 14.0km 지점. 도착점까지 2km 남았다)
지사 마을회관, 경로당
지사 마을의 느티나무 보호수
마을 뒷편 당산에 느티나무 노거수 3주가 서 있는데 2007년 보호수로 지정 당시 수령 500년으로 소개되고 있다
매년 정월 초사흗날 이곳 당산(堂山)에서 당산제가 거행된다는데, 당산에 있는 느티나무 노거수는 자연석과 어우러져 여름에는 마을 주민들의 쉼터 역할도 해주는 공간이란다
지사 마을 당산을 넘어서면 널찍한 태양광 발전단지가 나온다. 진안에서의 태양광 발전단지는 익숙한 풍경이다
저 멀리 13구간의 마지막 마을인 주평리 '문화 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주평리 지사 마을과 문화 마을 동쪽에 솟아 있는 이 봉우리는 지도상에 '대덕산(602.2m)'으로 표기되어 있다
서편제 한 구절이라도 흥얼거릴 만큼 아름다운 길이지만 쉽게 줄어들지 않은 탐방길이 이제 서서히 지겨워질라 한다
(14:36) 출발점으로부터 15.0km , 도착점까지 1.0km 지점
이제 다 왔나 싶었는데 고원길은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오르막 길이 아닌 완만한 숲길이다
숲 길을 빠져나오니 눈 아래가 도착점 상전면사무소가 있는 문화 마을이다
(14:43) 출발점으로부터 15.5km, 도착점까지 0.5km 남은 지점
문화 마을 전경
문화 마을은 마을 이름과 쭉쭉 뻗은 마을길로 보아 용담댐 건설 후 새로 조성된 마을임을 짐작할 수 있다
(14:48) 도착점 상전면사무소 도착
간신히 제한 시간인 15:00시 안에 도착지에 도착하였다.^^
이제 진안고원길도 한 구간만 남겨 두고 있다
첫댓글 후미에서 아주 단촐하게 즐겁게 멋진 걷기와 산행이었습니다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둘레길 정코스에서 잠시 이탈하여 천반산 정상을 인증하면서 후미그룹이 되어서 목지에 시간 맞추어 도착할려고 열심히 걸었네요.... 그리고 작가님과 함께 한 행운으로 멋진 사진들 많이 찍어 주셨네요. 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