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많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긴급 재난문자가 연속해서 와 있다. 오늘 가기로 예정된 영암쪽에 호우경보가 발효 중인데 숙소를 나오니 빗줄기가 그렇게 굵지는 않다. 이럴 때는 나서서 사정보고 움직여야 한다. 예정된 등산은 빼고 강진 쪽의 몇 군데를 넣어서 답사를 진행하기로 한다.
나주를 떠나 영암으로 가니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전국민의 입장에서는 가뭄을 해소하는 반가운 비라 우리 답사가 조금 불편해진다고 해서 불평을 할 수는 없다. 부처님이 허락하는 인연따라 답사를 할 뿐이다. 못만나면 다음에 만나면 되고 가기가 힘들면 일찍 숙소로 들어가면 된다.
영암 망월사 석조여래좌상
절집에 도착하니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물을 들이 붓는 느낌이다.
차에서 내리니 스님이 공양을 하다말고 내다 보신다. 창원에서 왔다고 하니 정법사에서 머물렀던 말씀을 하신다. 불기를 치우는 것까지 허락해 주신다. 편하게 조명을 비추어서 촬영했다. 광배와 불상이 하나의 돌로 되어 있고 약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잘 보인다. 대좌의 연화문이 옆으로 돌아가며 있다.
영암 아천리 석조약사여래좌상
5년만에 다시 찾았다. 여기로 오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친다. 하늘은 언제 비를 내려도 이상하지 않지만 운이 좋다.
불상과 함께 있던 탑이 도난당한 적이 있어서 마을 전체가 외부인의 방문을 꺼려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도 여전히 경계하는 듯 하다. 그래서 두어번 이장님에게 허락을 받고 봤었다. 오늘도 이장님 댁에 먼저 들렀더니 이장님 자제분께서 안내를 해 준다. 살피고 있는데 어르신 한분이 들어오시는데 이 집을 관리하고 있는 분이라고 한다. 이럴 때는 일단 신분증을 꺼내서 안심을 시켜 드려야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조명신공을 위해 밤에 방문을 허락받았다.허락을 받아야 할 사람이 확실하지 내 조명신공 리스트에 올려 놓지도 못했던 곳이었는데 이렇게 전화위복이 된다. 전해 오는 말로는 인근에 땅에 묻혀 있던 것을 오래 전에 이곳으로 모셨다고 한다.
영암 성풍사지 오층석탑
비가 잠시 그친 틈을 이용해서 찾았다. 순간포착님이 이동하는 중에 비가 그친 후 탑을 찍으면 좋다고 하는데 마침 우리의 목적지도 여기였다. 뭔가 아귀가 맞아 지는 느낌이다. 오랜 만에 보니 좋다. 몇 년 전 겨울에 드론촬영을 했는데 오늘은 물기를 머금은 푸르름이 좋아서 다시 몇 컷을 찍었다. 순간포착님은 주변 풀숲으로 들어가서 촬영하느라 장화로 바꿔 신었다. 차에 온갖 살림이 다 있다.
순간포착님이 임플란트 중이라 좋아하는 고기를 뜯을 수 없다. 그래서 국밥에 담긴 고기라도 먹어볼까 싶어서 국밥집을 찾아갔는데 가는 곳 마다 문이 닫혀 있다. 영암읍내 골목골목을 다 뒤졌는데도 문을 연 식당이 없어서 포기하고 답사지로 향하려던 순간 국밥집이 하나 나타난다. 늘 포기하려고 하면 나타난다. 맛은 중요하지 않다. 고맙게 먹었다.
강진 월남사지
4년 만에 다시 찾았다. 폐사지였던 곳의 주변으로 몇 년 전부터 절집이 만들어 졌다. 사지 내에 대웅전이 복원되었고 절터 아래쪽으로 요사들이 건립되었다. 오랜 만에 종무소의 허락을 받고 드론을 다시 찍었다. 안개에 싸인 월출산이 보인다.
삼층석탑
순간포착님은 이런 풍경이 아주 좋다고 한다. 뭔가 깨끗한 느낌이다. 이런 형태의 석탑이 몇 기 떠오른다. 백제계 석탑으로 분류할 수 있을 듯 하다.
진각국사비
몇 년 전에 조명을 비추었던 기억이 난다. 귀부의 발을 아주 힘이 넘치도록 표현했다. 한 때 우리나라 귀부의 꼬리 모양을 다 찾아서 다녔다. 특별한 규칙이 있을까 싶었는데 결론은 아니다였다. 그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다.
강진 사문안석상
강진쪽은 원래 계획에 없던 곳이었는데 순간포착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서 찾았다..차에서 내리니 다시 비가 쏟아진다. 한 10여분 신나게 퍼붓다가 다시 그친다. 오늘은 보호각이 비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아주 재미있다. 향우측 존상은 하반신만 있는데 대의가 분소의로 보인다. 날이 흐려서 조명을 살짝 비추니 조금 더 잘 보인다. 몇 년 전에 조명신공을 했던 곳인데 그 때 마을이 떠나가도록 짓던 개는 여전히 그 집에서 잡아 먹을 듯이 짖어 댄다.
강진 무위사 삼층석탑, 선각왕사비
오랜 만에 찾았다. 극락보전이 공사 중이라는 것을 올라가서야 기억이 났다. 선각왕사비와 삼층석탑을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2030년이 6월에 극락보전 보수 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하는데 그 때 다시 와야 할 것 같다. 그 때 석탑과 선각왕사비를 드론으로 촬영해야 할 것 같다.
월남사지에서부터 타이어 경고등이 들어와서 무위사 주차장에서 긴급출동을 요청했다. 돌이 박혀서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박석의 뾰족한 부분이 타이어에 제대로 박혀서 일어난 일이다. 자투리 시간에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영암 학계리 석조여래입상
작년에 순간포착님과 조명신공을 위해 찾았을 때 이전에 없던 문이 잠겨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답사 코스에 넣었다. 답사를 다니다 보면 보호각이 아쉬울 때가 많다. 사방을 완전히 나무창살로 만든 감옥 같다. 보호각을 만든 것은 좋은데 전면만 개방해 놓아도 감옥같은 느낌이 없는데 늘 아쉽다.
손에 약기를 쥐고 있어서 약사여래로 보인다. 대의는 통견을 표현한 것 같은데 아주 간략하게 처리해 놓았다. 발에는 덧신을 신은 듯한 모습을 표현했다.
영암 몽해리 미륵불
순간포착님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다. 같이 다녀보면 이 헹님은 아주 정교하고 아름다운 불상도 좋지만 투박하면서도 때로는 엉성해 보이는 민불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비지정이라도 답사코스에 넣는다.
두어번 갔었는데도 길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갈수록 길 찾는 것이 어려워진다. 조금 헤맬 줄 알았는데 순간포착님이 바로 찾았다. 조금 있다가 조명을 비추면 얼굴이 드러나기를 기대해 본다. 바로 옆에 고인돌도 몇 기 있다.
해가 구름을 뚫고 나온다. 열기와 습기가 올라온다. 비는 끝이 난 듯 한 느낌이다. 이제는 후텁지근함이 몰려 온다.
영암 축성사(암) 마애여래좌상, 석불입상편
네비에는 축성암으로 검색되는데 교통안내 표지판에는 축성사로 되어 있다. 별도 보관하는 나반존자상이 있는데 순간포착님은 관심이 없어서 종무소에 따로 말은 하지 않았다. 마애불은 민불처럼 새겨 놓았고 불상편은 무릎아래만 남아 있는데 그 옆에 하반신으로 보이는 돌들을 모아 놓았다. 남아 있는 부분을 보면 그 새김이 정교한 편이고 전체불상은 아주 컸을 듯 하다.
순간포착님이 선지국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삼호읍에 있는 선지국집으로 갔다. 고기는 씹을 수 없어서 선지국을 시켰는데 고기가 섞인 양평해장국이 나왔다. 게다가 맵기까지 하여 선지 몇 조각으로 저녁을 먹어야 했다. 나 국에 있는 선지라도 보태줘야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보탰다. ㅋㅋ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성풍사지를 거쳐 아천리로 가기로 했다. 사실은 성풍사지에 순간포착님 우산을 내가 두고 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몰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했다. 삼호읍에서 40여분을 달려야 한다.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가는데 비가 오락가락한다. 날씨가 참 변화무쌍하다.
영암 성풍사지 오층석탑
우산이 없다. 사람이 많이 오는 곳도 아니라서 누가 들고 갔을 리는 없는데 기억을 더듬어 봐도 어디에서 잃어 버린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기서 시간을 보내다 어둠이 내릴 때 쯤 아천리에 도착해야 한다. 사진 몇 컷을 더 찍었다. 낮답사는 여기까지다.
영암 아천리 석조약사여래좌상(조명신공)
어둠이 내릴 무렵에 도착했다. 음료수 1박스를 들고 다시 찾았다. 낮에는 그냥 조용히 왔다 간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다. 다음에 또 올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르신의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우산은 여기 있었다.
조명을 비추니 실루엣이 확 살아난다. 약기를 들고 있는 손가락도 섬세하고 옷주름도 잘 보인다. 대좌는 중대석까지 보이는데 가려진 부분에 하대석이 있는 것 같다. 3단대좌를 갖추고 있고 우견편단이다.
영암 몽해리 미륵불(조명신공)
마을에서는 떨어져 있는데 근처에 축사가 있어서 조금 신경이 쓰이는 위치다. 최대한 신속하게 조명신경을 해야 한다. 도착하니 축사는 조용한데 멀리서 개가 짖는다. 조명을 비추니 미륵불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인다.
오늘의 답사는 여기까지다. 아침에는 폭우를 만났고 오후에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서도 가고자 하는 곳은 다 갔다. 뭔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오늘은 진도에서 숙박할 예정이라서 1시간은 더 가야한다. 변함없이 시원한 맥주가 그리워진다.
첫댓글 금쪽같은 선지를 노나준 그 마음 변치 마시길ㅋㅋㅋ
숙소가면 또 닭을 노나서 드려야 합니다..
학계리 전각이 답사객들에게는 좀 아쉽게 느껴지는군요
그리고 어르신전화번호 잘 보관하셨다가 제가 갈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미답처들이 많아서 가을에 한번 홀로 가야겠습니다
그러게요..보호각을 저렇게 밖에 못하는지..
궂은 날씨에 안전운전 하시고요~~
덕분에 미답처인 곳들을 편하게 봅니다
아천리 석조 약사불이 확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렇죠? 빈집 민가에 있어서 편히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더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