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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화 명견만리 2권 ⑧ 무엇도 두렵지 않은 2억 명의 젊은이들 230928
차이나 3.0 시대, 중국의 미래 파워
주링허우(九零后) 세대
2012년 11월 시진핑 체제의 출범과 함께 중국은 본격적으로 ‘차이나 3.0 시대’를 열었다. 급격하게 성장하며 삽시간에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가는 방향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리고 여러 위기 요소가 존재함에도 오히려 과거와 달리 중국의 성장 동력이 더욱 무궁무진하다는 것에도 모두가 공감한다. 그 성장 동력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젊은이들이다.
1990년대에 태어난 이들을 가리키는 주링허우(九零后) 세대. 이들은 중국 전체 인구의 무려 15퍼센트가량을 차지하는 약 2억 명의 젊은이들이다. 개혁개방 시대 이후 고도성장기에 태어나고 자란 주링허우들은 사고가 매우 자유분방하며, 각종 첨단 IT 기기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얼리어답터들이다. 합리적인 소비 성향으로 소비를 주도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시진핑 체제가 출범했던 2012년 무렵부터 이미 중국에서는 주링허우 세대만을 겨냥한 마케팅이 이루어졌고, 모든 분야에서 이 세대들을 주목했다. 그들이 단순히 젊은 소비자층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주링허우 세대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실마리를 한 행사장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베이징 국립컨벤션센터. 이곳에서 샤오미[(小米科技 Xiaomi) 회사 이름, 레이진 회장이 국제 청년 아파트 유플러스(U+)를 만들다. 소미(小米, 샤오미 Xiaomi)] 신제품 발표회가 열렸다. 행사장 앞은 이른 아침부터 중국 전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그들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샤오미의 ‘팬’들이다. 샤오미 신제품 발표회는 여느 기업과 달리 우리 돈 1만 7,000원짜리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정가보다 열 배나 비싼 암표가 거래될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행사가 시작되자 기대감으로 한층 고조된 팬들은 샤오미 회장 레이쥔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무대에 집중한다. 마치 콘서트장에서 아이돌의 무대를 즐기는 열성 팬들과 닮았다. 다양한 제품이 공개될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오랜 기다림 끝에 새로운 스마트폰이 공개되는 순간, 청중들은 샤오미의 주인인 듯 열광한다. 세상에 등장한 지 4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샤오미. 그리고 샤오미 신드롬을 만들어 낸 열광적인 팬들. 그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샤오미와 역사를 함께하는 주인공이다.
“저는 선전에서 비행기를 타고 2,000킬로미터 넘게 날아왔어요. 샤오미를 엄청 좋아하니까요. 샤오미 1세대 제품부터 지금까지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모두 구입하고 있죠.”
물론 애플이나 삼성에도 ‘애플빠’, ‘삼성빠’라고 불리는 팬들이 있다. 그런데 샤오미의 팬들은 그냥 ‘빠’라고 하지 않고 ‘미팬’이라고 한다. 쌀가루라는 뜻의 미팬(米粉)이 모여 좁쌀, 즉 샤오미(小米 Xiaomi)가 된다는 뜻이다. 샤오미 신화의 주인공인 미팬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제품 개발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프로슈머(prosumer,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다. 회사는 이들이 아이디어와 제안을 적극적으로 제품에 반영한다.
한때 샤오미 제품은 ‘대륙의 실수’로 불렸다. 이 말에는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 제품만 만들던 중국이 어쩌다 ‘실수’로 성능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샤오미는 자신들의 성공이 ‘실수’가 아니라 ‘실력’임을 당당히 입증했다. 창업 5년 만에 기업가치는 200배 성장하여 460억 달러가 되었고, 이는 현대자동차의 1.5배, LG전자의 6배가 넘는 수치다. 2013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는 삼성이었다. 당시 샤오미는 시장 점유율 5퍼센트 수준의 그저 그런 ‘애플 산자이(짝퉁)’로 여겨졌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샤오미는 세 배 가까이 성장하여 단숨에 1위로 올라섰고, 삼성은 중국 시장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
중국 IT 발전의 상징이 된 샤오미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이다. 그리고 샤오미의 기적 뒤에는 중국의 비밀병기 주링허우들이 있다. 명실상부 세계 제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 그 슈퍼 IT 차이나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중국의 젊은 세대, 주링허우들이다. 주링허우 세대는 어떻게 슈퍼 IT 차이나의 주역이 되고 있는가? 그들이 이끌 중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슈퍼 IT 차이나를 이끌어가는 힘?
현재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6억 9,000만 명이고, 스마트폰 사용자 수 또한 6억 2,000만 명에 달한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그 수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의 일상이 IT화 되고 있다. 네일케어부터 배달 음식, 쇼핑, 교통까지 중국인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일상생활의 편의 대부분을 해결한다. 불과 2~3년 사이에 일상생활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누리는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을 오프라인으로 연결하는 서비스) 시장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중국 IT산업의 달라진 위상은 세계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가전협회(CEA)가 주관해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 IT 제품 전시회다. 그만큼 세계 최고의 IT 기업들이 최첨단 기술을 선보이는 격전의 장이다. 그리고 이 CES의 주인공은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단연 중국이었다. 혁신적인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중소기업관과 스타트업관을 비롯한 박람회장의 많은 부스를 1300여 개의 중국업체들이 빼곡히 채웠다. 가히 중국이 박람회를 점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눈에 띄는 곳은 드론 제작업체이다. 2016년 CES의 키워드는 드론이었다. 현재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중국업체 DJI는 세계 1위 기업답게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았으며, 또 다른 업체인 이항에서도 세계 최초로 사람이 탈 수 있는 유인 드론을 선보였다. 그뿐 아니라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 로봇 등의 개발에도 중국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중국 IT산업의 비약적 발전은 전 세계, 특히 우리나라에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이다.
그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페이스북, 구글, 야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의 이른바 ‘IT 만리장성’에 막혀 있는 동안, 로컬 IT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보호막 아래 거대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격에 나서고 있다. 가장 유망한 스마트폰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에서는 이미 화웨이, 레노버 같은 중국 기업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고, 텐센트와 알리바바 같은 거대 공룡들은 우리나라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넘보고 있다. 중국 IT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은 점점 더 거세질 전망이다.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을까? 그 변화의 밑바탕에는 중국에 거세게 불고 있는 청년 창업 열풍이 있다.
이들은 어떻게 두려움이 없이 꿈꾸는가?
중국은 지금 전 세계에서 청년 창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나라다.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의 보고서에 따르면 54개 회원국 중 창업자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이었다. 그리고 이 창업 열풍의 핵심에 주링허우 세대가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춘에서 주링허우들의 창업 열기를 확인해 보자.
중관춘은 중국 IT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중국 창업의 메카다. 그 가운데서도 ‘창업 거리(Inno-way)’에 있는 차고카페를 비롯한 창업 카페들은 젊은 창업자들의 인큐베이터 같은 곳이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차고에서 창업을 시작했던 것을 고안해 만들어진 차고카페. 이곳에서 창업을 향한 열의에 찬, 주링허우 세대를 중심으로 한 청년 세대를 만날 수 있다. 안정된 큰 회사에 취직하기보다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고 싶은 이 청년 세대들은 가진 것이 없어도 뭔가를 해보겠다는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의 꿈이 시작되는 차고카페는 주머니 사정이 좋을 리 없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커피 한 잔 값으로 작은 사무실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전기, 인터넷 사용뿐 아니라 회의실 이용 등 다양한 장소가 제공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은 예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창업 설명회를 열기도 한다.
또한 이곳은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 만남과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사랑방’ 구실도 하고 있다. 예비 창업 청년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공동 창업을 이뤄가기도 한다. 또한 투자자들과의 만남이 성사되기도 하는 등 2011년부터 현재까지 130여 개의 벤처기업이 이곳 차고카페에서 탄생했다.
주링허우 세대는 마치 창업 DNA라고 있는 듯,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 방법으로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베이징 외곽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만난 청년들 또한 그러했다.
남자와 여자로 나뉜 두 개의 방과 하나뿐인 화장실. 그나마 거실에도 이층침대가 놓인 비좁은 아파트. 이곳에서 여섯 명의 젊은이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베이징에는 높은 방세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공동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창업을 위해 농촌에서 상경한 청년 장구어는 이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다.
후난의 한 시골 마을에서 자란 장구어는 가난이 싫어 4년 전 베이징으로 왔다. 스물네 살인 그는 창업에 도전해서 이미 세 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네 번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주링허우 세대답게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친구들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동영상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의미 있는 인터넷 기업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창업에 대한 이들의 강한 의지였다. 이 젊은이들은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이 되는 안정된 삶보다 자기 꿈을 실현시키는 것에 더욱 가치를 두고 있었다.
사실 이 친구들은 일명 ‘개미족’으로 불리는 청년들이다. 중국에서는 교육 수준은 높지만, 생활비와 방세가 싼 집을 찾아 도시 외곽에 집단 거주하는 젊은이들을 ‘개미족’이라고 부른다. 무리 지어 거주하고 지능이 뛰어난 개미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중국은 현재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급격한 경제성장 속에서 도시와 농촌의 빈부격차가 확대되었고, 엄청난 부를 축적한 부자들과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농민공까지 계층 간 양극화 또한 심해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최근 들어 이러한 불평등이 세습되기 시작하면서 계층 간 이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판 ‘88만 원 세대’인 이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이 가장 즐겨 쓰는 단어는 ‘꿈’이다. 꿈을 말할 때 그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난다. 빠른 경제성장 속에서 자란 이 주링허우 세대는 자신들이 만들어 갈 중국의 밝은 미래를 확신했다. 또한 열심히 하면 자신의 미래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렇다고 이 청년들이 아주 특별해서 미래를 낙관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조사한 결과, 중국의 20대들은 과반 이상이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독일, 미국, 일본 등 어느 나라도 자신의 미래를 긍정하는 젊은이들이 50퍼센트를 넘지 못했다.
중국 청년들이 자기 꿈을 위해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들이 창업에 대한 두려움 없는 자신감 뒤에는 중국만의 창업 문화와 생태계, 창업 지원 정책이 뒷받침되어 있다. 그리고 중국 젊은이들에게 창업 열기를 불러일으킨 마윈과 레이쥔, 텐센트의 마화텅 같은 롤모델들이 있다.
중국 또한 부가 세습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성공한 선배 창업가들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희망을 준다. 그 가운데서도 하나의 ‘풀뿌리’에서 중국 최고 부자 중 한 사람이 된 마윈은 주링허우 세대의 우상이다.
중국에서는 집안 배경 없고 돈 없고 못생긴 남자를 ‘댜오쓰(초사屌絲)’라고 일컫는다. 마윈은 “내가 성공한다면 80퍼센트의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라고 했을 만큼 전형적인 댜오쓰였다. 그리고 마윈의 성공 스토리는 중국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마윈의 세 가지 성공 비결(祕訣)
1999년 항저우 시후구, 마윈의 작은 아파트에 17명의 친구들이 모였다. 이들 중국인 중 누구도 가지 않았던 ‘인터넷 전자상거래’라는 길을 개척했다.
마윈은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IT 분야를 전공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영어 강사였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는 든든한 연줄도 자본금도 없었다. 더군다나 창업 당시에는 중국 인터넷 시장이 척박하기만 했고, 관료들은 인터넷에 무지했다. 하지만 마윈은 포기하지 않고 중국 관료들을 찾아가 인터넷 상거래의 중요성을 설득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창업 15년 만에 중국을 넘어 세계를 집어삼켰다. 2014년 9월, 마윈이 만들어 낸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시가 총액 약 27조 원에 달하는 규모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세계 증시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강연할 당시 마윈은 자신의 성공 비결을 ‘돈과 기술과 계획’이 없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즉 자본금이 없었기에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해결했고, 기술이 없었기에 능력 있는 기술자를 존중하고 우대했다. 또한 계획이 없었기에 변화하는 시장에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영원한 1등은 없듯이 알리바바 또한 부침을 겪고 있다. 2015년 알리바바의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거래되는 상품 중 ‘짝퉁’이 60퍼센트 이상이라는 발표 후 주가가 하락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마윈이 직접 나서서 사과하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짝퉁 판매 이미지는 여전히 알리바바의 발목을 잡는다. 이를 반영하듯 2016년 5월 말, 텐센트가 시가(市價) 총액 기준으로 알리바바를 제치고 중국에서 가장 비싼 인터넷 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향후 알리바바의 성공이나 실패 여부가 아니라 제2, 제3의 알리바바를 꿈꾸는 예비 창업자 군단이 수억 명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선배가 후배를 끌어주고 키워주는
중국의 창업 문화
중국은 오늘날 창업을 차세대 경제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중국에는 성공한 선배 창업가가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 창업가에게 수많은 기회를 주고 투자하는 문화가 있다. 이는 실리콘밸리에도 없는 중국만의 독특한 창업 문화다.
샤오미 회장 레이쥔이 150억 넘게 투자해 만든 국제 청년 아파트 유플러스(U+) 또한 그러한 정신이 이어진 곳이다. 이곳에서 창업을 꿈꾸는 젊은 세대와 그들을 응원하는 선배 세대 간의 소통이 만들어 낸 중국의 미래 파워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광저우에 있는 국제 청년 아파트 유플러스. 중국 전역에 불고 있는 창업 열풍은 이곳에서도 뜨겁다. 자신만의 꿈을 이루고자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앞서 살펴본 ‘개미족’ 청년들과 닮았다. 하지만 국제 청년 아파트에는 다른 점이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모여 살며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세대 협력을 지향하는 유플러스만의 독특한 문화는 창업 준비생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된다. 리우 양 대표는 이것이 유플러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유플러스에는 다양한 연령대가 있는데, 바링허우(1980년대 출생)가 주링허우를 돕고, 치링허우(1970년대 출생)가 바링허우와 주링허우를 돕고 있습니다. 앞선 세대가 성장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사회적 자원들을 나눠줌으로써 후배들이 헤매지 않게 하는 것이죠.”
또한 유플러스는 젊은 창업가들의 플랫폼이기도 하다. 창업가들은 유플러스에서 동료를 찾을 수도 있고, 투자자나 판매 루트를 찾을 수도 있다. 창업은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고 되지 않는다. 재무, 마케팅 전략, 세일즈, 제품 생산 등 다양한 인적 자원이 필요하다. 이것을 한 사람이 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유플러스는 거대한 플랫폼에서는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을 찾아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완성해 갈 수 있다. 이렇게 중국만의 창업 문화와 생태계 속에서 많은 청년들이 제2, 제3의 마윈과 레이쥔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청년이 실패할 기회를
열어주는 사회
중국의 창업 열풍을 이야기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중국의 창업 문화와 생태계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중국 젊은이들의 열정만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되면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온실 속 화초 같다는 부당한 비난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금껏 살펴본 바와 같이 젊은이들의 창업 열정은 개개인의 결단과 용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대기업이나 외국 기업의 참여를 규제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재도전의 기회도 우리보다 훨씬 많이 주어진다.
나라별 창업 실패 횟수를 보면, 중국은 적어도 세 번까지는 실패를 용인하고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단 한 번 실패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실패가 밑거름되어야 결국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교수는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제도와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젊은 세대를 둘러싼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창업을 위한 문화와 생태계는 마련하지 않은 채 젊은이들을 삭풍이 몰아치는 거리로 내모는 것은 아주 잔인한 일입니다. 실패해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젊은 세대가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재기할 수 있을 때까지 최소한의 물질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그런 개념의 복지가 필요합니다.”
창업은 취직이 안 되니까 할 수 없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훨씬 더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내 꿈을 한번 펼쳐보겠다’라는 도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창업은 선이고 취업은 악’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하루 평균 3만 4000개꼴로 생기는 스타트업 가운데 단 1퍼센트만 성공한다 해도 중국의 미래가 어떠할지는 상상 가능하다.
단 두 시간 거리에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있다. 그 나라는 이제 자신들이 자체 개발한 고속철로 전국을 하루 생활권으로 묶고, 모바일 혁명으로 13억5000만 인구를 촘촘히 연결해가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 거대한 중국이 다시 용틀임하며 세계 IT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데 두렵지 않은가. 더군다나 두려움 없는 열정과 패기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주링허우 세대가 이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들이 만들 중국의 미래는 더욱 가공(可恐)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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