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승을 생명으로 하고 있는 조계종의 고위직 승려가 승려의 신분으로 혼인을 하고도 승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폭로가 구체적 증거와 함께 있을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천 거조암 주지 현소 스님은 9월 2일 “최근 종단의 고위직에 있는 승려가 1989년 8월 16일 승려의 신분으로 혼인을 하고도 승적을 유지하고 있음이 드러나 조계종단의 정체성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9월 6일(화요일) 오전 11시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근거자료와 함께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독신을 생명으로 하는 조계종에, 그것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위직 승려가 출가 이후 혼인을 했다는 폭로가 예고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민속놀이 중 파괴승 출연장면.
조계종 종헌 제9조 제1항에는 “승려는 구족계와 보살계를 수지하고 수도 또는 교화에 전력하는 출가 독신자라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현소 스님이 명백한 자료를 제시할 경우 종헌에 의거, 조계종 승려의 자격을 잃게 된다.
현소 스님은 6일 있을 기자회견과 관련 “소납은 종단의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하여 지난 3월 조계종 호법부에 결혼증명서등 관련서류와 진정서를 제출하였으나 6개월이 다되어가는 현재에도 종단은 이를 처리하고 있지 않다”며 “건강한 종단이라면 내부의 부끄러운 일이 외부로 드러나기 전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소 스님은 이어 “하지만 어찌된 까닭인지 일이 전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부득이하게 대중의 여론에 호소하고자 한다”며 “조계종도로서 스스로의 허물을 드러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종단이 바로서기를 바라는 충정임을 깊이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소 스님은 지난 3월 23일 문제의 승려에 대한 혼인 증빙 서류를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에 제출한 이후 이에 대한 조사가 즉각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처가 없으며, 되레 다른 사안으로 호법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등 유무형의 보복성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의 형평성 있는 종무행정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소 스님이 이날 명백한 근거 제시할 경우, 진정서를 접수받고도 이를 신속히 처리하지 않은 조계종 집행부는 독신비구(니) 종단이라는 정체성에 스스로 심각한 훼손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