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을 내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외부라고 할 때 우리가 외부에서 우리 몸인 내부로 받아들이는 것은 호흡을 통한 공기와 먹는 음식입니다. 기(氣)를 천기(天氣)와 지기(地氣)로 나눈다면, 천기는 호흡에서 얻고 지기는 음식에서 얻게 됩니다.
‘단전호흡’은 지기를 키우는 기공수련으로, 기수련의 기초와 바탕입니다. 땅이 없으면 하늘은 존재할 수 없듯이 지기를 키우는 것은 건강의 기초이고, 그만큼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먹는 것은 무엇일까요? 건강에 좋다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일까요?
향수는 목욕을 기피하는 중세유럽에서 발전했다고 합니다. 목욕을 안 해서 더러운 냄새가 나니까 악취를 감추기 위해 개발된 것입니다. 그런데 건강에 대한 지금 우리 생각은 중세 유럽인 관점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향수란 몸을 깨끗이 한 다음 뿌려야 좋은 향기를 낼 수 있습니다. 더러운 몸에 악취를 감추려 향수를 뿌리면 악취와 향수 향기가 섞여 냄새는 더욱 고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이 건강에 좋다는 보도만 나오면 혈안이 되어 그것을 찾는 우리 몸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염 식품을 멀리하지 않고 몸에 좋은 것만 찾는 모습은 더러운 몸에 향수를 뿌리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영양소는 직접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지 건강 보조제를 인위적으로 투여하면 좋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영양소를 투여하면 영양소를 합성해 생산하는 몸의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입니다. 인체는 쓰지 않으면 퇴화하므로 몸이 해야 할 일을 인위적으로 투여한 영양소가 대신하면 몸이 점점 녹슬게 됩니다.
한방에서는 음식에 마음이 있다고 봅니다. 요즘에 어딘가 아플 때 ‘신경성’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듯이 칠정(七情 -희노우사비공경 喜怒憂思悲恐驚)이라는 정신적 요인이 질병의 원인입니다. 이 칠정은 인체 장부와 연결됩니다. 성냄은 간(肝), 기쁨은 심(心), 걱정은 비(脾), 슬픔은 폐(肺), 두려움은 신(腎)에 상응합니다. 또한 장부(臟腑)는 각각의 맛을 가지고 있는데, 간은 신맛, 심은 쓴맛, 비는 단맛, 폐는 매운맛, 신은 짠맛을 주관합니다. 한약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기미(氣味)를 바탕으로 만들어 집니다.
기미(氣味)는 모든 음식에 담겨 있으며, 한약은 음식보다 기미가 강해서 약이 됩니다. 그래서 한 가지 음식만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약성을 띠고, 몸에 맞지 않으면 해로울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고 선전되는 것도 지속적으로 몸에 섭취되면 독이 됩니다.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아주 당연한 결론은 골고루 먹는 것이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정말 당연해서 잊고 실천하지 않는 것이 ‘골고루 먹기’입니다. 우리는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습니다.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음식을 넘어 경험도 골고루 하지 않습니다. 생각이나 마음 씀도 골고루 하지 않습니다. 결국 여기에서 병이 생기게 됩니다. 한방치료의 주요 골자는 ‘균형 잡기’에 있습니다. 부족한 장부기운을 보충해주고 넘치는 장부기능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평소 삶을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다면 병원이 필요 없습니다.
그렇다면 골고루 먹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을 골고루 먹는다는 것입니다. 다섯 가지 색이 골고루 들어간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러한 관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간은 푸른색, 심은 붉은색, 비는 누런색, 폐는 흰색, 신은 검은색을 주관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고 하여 약과 음식 사이에 엄격한 경계가 없습니다. 동의보감에서도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에는 식생활을 바르게 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한국음식은 재료배합이나 조미료 배합에서 약식동원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몸에 좋다고 무엇이든 몸에 섭취하기보다는 좋지 않은 음식을 먹지 않고, 몸을 깨끗이 비우기, 그런 후에 다섯 가지 색이 골고루 들어간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뻔해 보여서 실천하기 힘들었던 골고루 적당히 먹기를 지금 당장 실천에 옮겨봅시다.
참고도서 : ‘먹지마 건강법’(손영기 지음), ‘현미밥 채식’(황성수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