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7. 10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대단하다. 사진 하나하나에 대한 ‘평가’도 쏟아진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일명 ‘노룩 악수’를 했다며 비아냥대는가 하면, 대통령이 컴퓨터 화면을 보는 모습의 사진에서 모니터가 ‘텅~’ 비어 있다는 것도 시빗거리가 됐다.
대통령이 보는 모니터 화면에 뭔가 띄워져 있을 경우, 기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일반 포털을 띄워 놓을 수도 없다. 포털의 무슨 기사를 보느냐 역시 시빗거리가 될 수도 있을 테다. 또 대통령의 최근 관심사를 추론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요새같이 IT 기술이 발달해 사진의 작은 부분까지 확대하거나 사진 배경이 되는 유리창에 무엇이 비치고 있는지까지 알아낼 수 있는 세상에서는 대통령 사진을 찍을 때, 컴퓨터 화면을 비우는 게 당연하다.
어쨌든 이런 것이 시빗거리와 조롱거리가 되는 것을 보면, 문재인 정권의 갈라치기 정치 유산이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이었는지 짐작이 된다. 이런 시비나 조롱이 보도되는 상황에서는 팬덤 없는 대통령 지지율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다.
물론 진짜 비판할 것은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 인사 문제가 그렇다.
어찌 된 일인지 윤석열정부에서도 임명하는 공직자 상당수에게서 문제가 드러난다.
교육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성직자 같은 삶을 산 사람만 교육부 수장이 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취 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이 교육부 수장이 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만취 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이 일선 학교 교장으로 취임한다 해도 문제가 될 텐데, 하물며 교육부 수장이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더구나 음주 운전 경력은 교원이 퇴직할 때 받는 포상에서도 탈락 사유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교육부 수장 영(令)이 설지도 의문이다.
청문회를 거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청문회가 열리지 못한 귀책사유는 물론 국회에 있다.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해 청문회를 할 형편이 안 됐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청문회 없이 임명한 것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법치의 회복을 주장했다. 법치의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손상된 제도의 본래적 의미의 회복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30명이 넘는 공직 후보자를 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했다. 한마디로 문 전 대통령은 청문회 제도의 존재 의미를 상당 부분 훼손했다.
인사 청문회는 대통령이 이런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공직 후보자의 됨됨이를 국민이 판단하라는 취지에서 존재한다. 공직 후보자 됨됨이를 보고 공직에 적합한지를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임명을 해도 좋은지에 대한 묵시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문 정권 시절,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무려 30명 넘는 공직자를 임명하면서 청문회 의미가 훼손됐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권과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법치의 회복을 원한다면, 망가진 청문회의 존재 의미부터 바로잡아야 했다.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그래서 청문회를 열 형편이 안 됐다면 국회 정상화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인사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을 때 윤 대통령이 이전 정권 인사와 비교한다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 본인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권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과의 ‘비교 우위’가 아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다. 게다가 윤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자칫 국민적인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인사 문제가 외교적 치적을 누르고 있는 상황을 보면, 부정적 여론에 대한 대응 방식을 개선해야 함은 물론 인사 관련 비판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정이 잘 풀리고 있으면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았을 텐데 국회는 계속 공전 상태다.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을 꾸렸으니, 국회가 정상화됐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테다. 하지만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의장단 선출은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이 끝나야 국회가 정상화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간 줄다리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의힘이 의장단 선출에 응한 것은 잘한 일이다. 국회의장이 있어야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배분을 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월 4일 “법사위는 국민의힘의 몫이라는 점을 명심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사개특위 구성에 대해서는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고 여야 위원 비율을 5 대 5로 하는 등의 조건을 민주당에 제시했다. 이 제안에 문제가 많다. 비록 상임위 배분과 사개특위의 관련성이 없다고 민주당 측은 밝히고 있지만, 과거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양보하는 대신 국민의힘이 사개특위에 참여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권성동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은 국회 원 구성을 의식한 발언일 수 있다. 발언의 저의가 어떻든, 중요한 점은 사개특위 구성에 국민의힘이 응한다는 것은 그동안 국민의힘이 주장해온 논지를 스스로 뒤엎는 것이나 진배없다. 검수완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 심각한 법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 주장이라면, 검수완박 연장선상에 있는 사개특위에도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본인들이 사개특위에 참가하면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린다는 것은 더더욱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 가지 더 생각해볼 게 있다. 국민의힘의 사개특위 참여는 그동안 민주당의 독단적 입법 과정에 면죄부를 주는 효과도 있다. 이번에 민주당의 독선적 행동에 면죄부를 준다면,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민주당이 다시금 독단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때문에 장기적 차원에서의 국회 정상화를 위해 국민의힘은 사개특위 참여를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장기적 차원의 국회 정상화’란, 우리 사회 내의 다양한 의견을 국회가 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면 민주당 지지층의 바람은 충족시킬 수 있겠지만, 국민의힘을 비롯한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 의견은 완전히 무시된다. 따라서 이런 ‘독주 국회’가 아닌, 다른 의견도 입법 과정에서 반영되는 ‘정상적 국회’가 돼야 한다. 결국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려 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국회가 정상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세계적 차원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국회 정상화는 매우 중요하다. 온 국민이 힘을 합해야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고, 이때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제 기능을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치인들은 이런 절박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국민은 더욱 불안하고 화가 난다.
신율 /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7호 (2022.07.13~2022.07.19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