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둘레길과 강서습지생태공원
○ 강서둘레길 3코스 : 9호선 개화역 광역환승센터에서 6647번 버스 승차 → 개화동상사마을종점 하차 → 도보 이동
○ 강서습지생태공원 : 5호선 방화역 2번출구, 강서07번 버스 승차 → 생태공원 정류장 하차 → 도보 이동
○ 일출 후부터 일몰 전까지 자유롭게 이용 가능
○ 한강생태프로그램 예약 :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 예약 https://yeyak.seoul.go.kr/web/main.do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아름다운 하늘과 제법 선선해진 날씨, 푸르렀던 초목의 끝부분에는 조금씩 색이 들어가면서 계절의 변화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비교적 한적하면서 자연을 느끼며 걷기 좋은 장소들을 찾아보았다. 특히 한강은 서울에서 자연생태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문득 서울의 끝자락에 있는 한강의 풍경이 궁금해졌고, 반포, 여의도, 이촌, 난지 한강공원 등 자주 찾고 익숙한 장소에서 벗어나 조금 멀리 나가보기로 했다. 이날 방문한 '강서 한강공원'은 행주대교와 방화대교 사이에 있으며, 바로 옆에는 경기도 김포시가 있다. 사실 강서구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그리 먼 거리가 아님에도 '지하철 종점’이 주는 느낌은 실제보다 훨씬 멀게끔 느껴지도록 만든다. 첫 방문이거나 낯선 장소일때는 더더욱 그렇다. 이른 아침, 강서 한강공원을 방문하기 위해 지하철 9호선의 마지막 역인 ‘개화역’에서 하차했다. 동작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급행열차를 타고 가서 일반 열차로 갈아타니 35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이런 면에서 세상이 참 편리해졌음을 느낀다.
9호선 종점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나를 포함하여 서너 명뿐이었고, 개화역을 나오니 펼쳐진 풍경이 참 낯설었는데 인근의 김포공항역 일대와는 다르게 한적한 시골 정취가 물씬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조금은 막막한 기분과 함께 최근 몇 년 동안 잊고 있던 여행자의 기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 마음이 참 설레더라.
우선 개화역 앞에 있는 광역환승센터에서 6647번 버스를 타고 1개 정거장 이동 후, ‘개화동 상사마을 종점’에서 하차했다. 여기서 한강공원까지 거리가 꽤 있으며, 마을버스 등이 다니지 않아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정류장 근처에 '강서둘레길' 안내 푯말이 보였고, 이정표를 그대로 따라갔다. 개화동 상사마을에서 한강나들목(행주나들목)까지 논밭으로 난 길을 따라 15분가량 걸어가야 하며, 행주나들목에서 한강공원 진입까지 10~15분가량 더 소요된다.
양옆으로 초목이 우거진 한적한 길을 따라갔다. 작은 소리에도 괜스레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초행자에게는 조금 두려운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건물도, 자동차도, 사람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날 것 그대로의 자연뿐이다. 수풀 사이로 갑자기 큰 새가 퍼덕 날갯짓하며 날아오르거나 작은 도마뱀이 여기서 나타났다가 저기로 사라진다. 빼곡한 나무들과 벌과 나비와 같은 수많은 곤충들이 그득했던 이곳의 풍경이 참 경이로웠다.
내가 걸어온 길은 '강서둘레길 3코스(강서 한강길)'에 해당하는 길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서울의 서쪽 끝자락 강서구 개화동 상사마을에서 행주나들목(토끼굴)을 지나 강서한강공원으로 진입, 방화대교에 이르는 길이다.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또렷하게 구분되어 있으며 보행로의 대부분을 초목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게 된다. 계절마다 다채로운 풍경 속에서 온전히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다양한 생물들의 삶을 관찰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2002년 7월 개원하여 2008년에 재조성된 ‘강서한강공원’은 행주대교와 방화대교 사이 한강 둔치에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이 일대는 밀물과 썰물이 교류하는 서해와 가까워 먹이가 풍부하고 새들이 몸을 숨길 수 있는 갈대군락과 버드나무 숲이 있어 다양한 생물들의 좋은 서식처가 되고 있다. 겨울철에는 철새들이 찾아오며, 사계절 내내 머무는 텃새들도 볼 수 있다. 잠시 아름다운 생태공원의 모습을 감상해 보도록 하자.
강서습지생태공원의 갈대와 버드나무 숲 사이로 난 탐방로를 따라가면 철새들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조류전망대’가 나타난다. 현재 조류전망대 위로 올라갈 수는 없지만, 전망대 아래에서 다양한 철새와 텃새들에 대한 설명을 읽어볼 수 있으며, 작은 창을 통해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 강서습지생태공원 탐방로
습지 탐조 시 몇 가지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야생조류들은 시력과 청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놀라지 않도록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조용히 관람해야 한다. 또한, 눈에 잘 띄는 밝은 옷보다 무채색의 어두운 옷을 입고, 새들이 자연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먹이를 주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습지에는 곳곳에 늪지대가 형성된 곳이 있으므로 안전에 유의하고, 정해진 탐방로로만 다니도록 하자.
▼ 강서습지생태공원 조류전망대 (현재 전망대를 이용할 수는 없지만, 아래의 작은 구멍을 통해 철새 또는 텃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조류전망대에 만들어둔 작은 구멍을 통해 한강을 볼 수 있다. 왼쪽에는 행주대교, 오른쪽으로는 방화대교가 보인다. 유유히 흐르는 큰 강물과 바람에 넘실대는 풀과 나무들, 그 속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이 속삭이는 평화로운 세계에 허락없이 찾아온 불청객이 된 것만 같았다. 늦가을이 되면 이곳을 찾은 철새들로 장관을 이룰까? 겨울이 오기 전,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