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전설 - 아우라지의 정한, 정선아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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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0.12. 19:19조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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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전설
아우라지의 정한, 정선아라리
아우라지 나루터
송천과 골지천이 아우러지는 이곳에 지금도 나룻배가 손님을 실어 나른다. 비로소 강 모습을 갖춘 이곳에 정선아라리의 가락이 물을 따라 흐른다.
두 물줄기가 합하는 현상을 두고 ‘어(아)우다, 어(아)우르다’ 또는 ‘어(아)울다’라는 말을 쓴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어을매’로 부터, 유관순 누나가 만세운동을 펼쳤던 ‘아오내〔竝川〕’ 장터가 그러하며, 정선아리랑의 발상지 ‘아우라지’가 또한 그러하다. 그런데 물은 합쳐서 하나가 되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합쳐서 화합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한 어을매 즉 조강은 민족이 합치지 못한 경우이며, 정선의 아우라지는 두 청춘남녀가 합치지 못한 실연의 경우이다.
정선의 아우라지는 솔내〔松川〕와 골지천(骨只川)의 두 물줄기가 아우러지는 곳이다. 비로소 가람의 모습을 갖춘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이곳 처녀와 총각, 곧 버드내골〔柳川里〕 처녀와 여랑리의 총각이 동백꽃처럼 짙은 사랑을 나눈 데서 정선아라리의 비극은 시작된다.
정선아리랑의 노래말에 등장하는 올동백은 노란 꽃을 피우는 강원도의 특산품이다. 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싸리골은 노랫말의 주인공 총각 처녀가 몰래 만나는 데이트 장소였다. 그리고 그 꽃을 따러 간다는 얘기는 이들이 내세우는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열애는 순조롭지 않았다. 만나기로 약조했던 전날 밤 그만 비가 억수로 퍼붓는 통에 아우라지에 배를 띄울 수가 없게 되었다. 기다림은 이내 탄식으로 변했으나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는 뱃사공 지장구 아저씨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떠러진다.
떠러진 동박은 낙엽에나 싸이지
사시장철 임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넴겨 주소.
단 한번의 홍수는 결국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르고 말았다. 누가 강은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경계선이라 했던가. 이 일로 총각은 뗏목을 타고 한양으로 가 버렸고, 처녀는 아우라지 물 속에 몸을 던졌다. 그 이후의 사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
정선 아우라지 나루터의 처녀동상
얌전히 치마폭을 잡은 채 흐르는 강물을 응시하고 있다.
다만 어린 나이에 물귀신이 된 처녀에 대한 동정심에선지 이곳 주민들은 총각의 행각에 대하여 좋게 말해 주지 않는다. 홍수가 지던 날 총각은 뗏목을 타고 내처 한양으로 흘러갔다. 한양에 닿은 그는 나무 판 돈으로 흥청망청, 산골 촌놈의 눈엔 한양의 모든 것이 황홀하게만 보였다. 게다가 더욱 예쁘장하게 보이는 한양 처녀와의 만남은 고향 처녀를 까마득히 잊게 했다. 오랜 세월 기다림에 지친 버드내골 처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고, 이 처녀의 원귀(寃鬼)로 인해 이 고을 죄 없는 총각들만 아우라지의 물귀신이 되었다고 한다.
정선 읍내에서 20여 리, 북면 여랑리에 있는 아우라지에는 지금도 나룻배가 손님들을 실어 나른다. 강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나루터 풍경이지만 강기슭에 선 처녀의 동상으로 인해 여기가 정선아리랑의 발상지임을 알린다. 처녀의 동상은 바람에 휘날리는 치맛자락을 여미며 오늘도 흐르는 강물을 응시하고 있다. 그 원망스런 눈빛으로 보아 처녀의 한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듯하다.
정선아라리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버드내골 처녀와 여랑리 총각 사이에 벌어졌던 비극적인 사랑을 담고 있는 것이 정선아라리이다. 강을 사이에 두고 사랑에 빠진 처녀 총각은 만나기로 약속한 전날 큰비가 오는 바람에 만날 수 없었다. 이 일로 총각은 뗏목을 타고 한양으로 가 버리고, 처녀는 너무 슬픈 나머지 아우라지 물 속에 몸을 던졌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
한강의 ‘한’은 결코 원한의 한(恨)이 아니다. 한강, 또는 한수는 크고도 긴 강이란 뜻이다. 크고 많고, 길고 멀다는 뜻을 지닌 ‘한’은 순수한 고유어로서 어떤 한자도 필요치 않다. 흔히 쓰이는 ‘한(漢)’은 중국의 영향에 의한 것이지만 굳이 한자로 써야 했다면 ‘한(韓)’으로 썼어야 옳았다. 그러나 한강이 낳은 옥동자 서울이 한자 없이 그대로 ‘서울’인 것처럼 한강 역시 한강이나 한가람으로 써야 마땅하리라.
‘한’이란 말과 유사한 뜻을 가진 또 하나의 고유어로 ‘아리’란 멋진 말이 있다. 그 옛날 삼국시대부터 쓰였던 이 말은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에서 한강을 ‘아리수(阿利水)’라 적은 데서 그 흔적을 찾는다. 아리수는 아마도 ‘아리내’, 또는 ‘아리가람’ 정도로 불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나 이 이름은 한강만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는 아니었다. 낙동강이나 압록강, 또는 송화강과 같은 큰 강의 이름에 모두 ‘아리’가 쓰인 것을 보면 이 말은 단순히 크고 길다는 뜻의 보통명사였던 게 분명하다.
아리는 또한 강이름만으로 그 쓰임이 그치지 않는다. 크고 길다는 공간적 의미에다 오래고 멀다는 시간적 의미가 첨가되어 아리랑의 ‘아리’와 메아리의 ‘아리’에 이르기까지 그 의미영역을 넓혀 나간다. 현대어에서도 오래고 멀어서 기억조차 희미하다는 뜻으로 아리아리하다, 아릿하다, 아른거리다, 아리송하다에서 그 흔적을 보인다. 특히 정선아리랑의 경우만은 아리랑이라 하지 않고 ‘정선아라리’라 부르고 있음도 이 말뜻을 푸는 데 참고가 된다.
한강 한강의 ‘한’은 크고 많고 멀다는 의미를 지닌 순수한 고유어이다. 흔히 쓰이는 ‘한(漢)’이라는 말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므로, ‘한강’은 ‘서울’과 같이 한자 없이 써야 한다. 또 ‘한’이라는 말과 유사한 뜻을 가진 고유어로 ‘아리’라는 멋진 말이 있다. 이는 크고 길다는 공간적 의미에 오래고 멀다는 시간적 의미가 첨가되어 있는 보통명사로 아리랑의 ‘아리’와 메아리의 ‘아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쓰인다. |
한강의 옛 이름은 아리수, 그러니까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의 강이기에 더한 애착을 갖게 한다. 게다가 한반도의 심장부를 감고 도는 허리 역할을 담당하기에, 나아가 하나 되기를 기원하는 민족 염원의 강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한강이 한반도의 허리띠 역할을 한다 하여 중국 문헌에서는 대수(帶水)라 적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이르러 이 끊어진 허리가 다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말한 ‘어을매〔交河〕’도 이곳의 ‘아우라지’도 그 본래의 의미를 되찾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강(祖江)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남북이 하나가 되는 날, 이곳 아우라지 처녀의 한도 비로소 풀릴 수 있으리라.
[네이버 지식백과] 아우라지의 정한, 정선아라리 (물의 전설, 2000. 10. 30., 천소영, 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