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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 ▶▶▶ 2011-10-25(화)
<다시 가을 타는 어느 유부남의 무모하고 유치한 넋두리>
아~ 내게도 치매가 드디어 오기 시작하는가?
흐르는 세월에 낙엽처럼 흘러가 가물거리기만 하는 그녀의 이름.
그리 어려운 이름이 아니었는데...
기억의 한 구석을 한참이나 뒤적거린 다음 찾아낸 그 이름은 너무나도 평범하다.
마리아. 그래 마리아였어.
또 한명 러시아 여자애도 있었는데... 그 이름을 기억해 내려는 부질없는 짓은 하지말기로 하자.
그래 관두자. 기억해낸들 뭔 대수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이미 색바랜 사진처럼 되어버린 추억들인데...
아직 가을인데... 겨울을 재촉하는듯한 다소 움을한 날씨... 나이에 걸맞지 않게 다시 가을타기를 하는가?
그러한 시절은 벌써 지난 줄 알았더니.... 올해는 그게 아니다.
아파트 옆에 있는 작은 공원에 앉아 기억의 앨범을 앞으로 뒤로 넘겨본다.
그 속에 색바래긴 했으나 고이 남겨져 있는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들.
그 중 한 페이지에서 손길을 멈추게 된다.
그래 마치 오늘같은 날씨였지...
그리움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찌든 외로움에 지친 마음은 점점 황폐화되어가고 있을 때였고..
파리 8대학.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특강으로 마련한 글쓰기를 겸한 문화강좌...
내 앞자리에서 한 칸 빗겨나 러시아애와 앉아있던 그녀는 한 여성잡지의 속옷광고를 보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정말 아무런 생각없이
그녀가 보고 있는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은 여성모델의 사진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내 다시 한 번 단언하지만... 정말 아무런 생각없이 보고 있었다.
유료이긴 하지만 거의 정규채널이나 다름없는 M6에서...
밤 12시가 되면 심심찮게 적나라한 포로노를 방영하고- 아마 금요일 밤이었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스트립쇼 경연대회까지 하는 프랑스 생활을 한 지 꽤 되었던터라....
그러한 속옷 광고 사진은 일반 광고사진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그 사진을 같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당황하여 황급히 덮어버리는 것이었다.
순간 나도 당황해하며 민망해졌던 기억이 난다. 이후 다음 수업시간에 서로 인사를 나누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 당시 그 속옷광고보다 그녀 모습에 끌려있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파나마 국적의 스페인계 여인, 마리아는 그렇게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스페인계의 정열적 모습보다는 수줍음으로....
수줍다고 해도 파나마에서 파리로 날아 온 적극적 여인답게 스페인계의 특징을 이후 여실히 보여주긴 했지만...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문화강좌가 있는 날은
강의가 끝난 후 셋이서 교내 카페에 앉아 엑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으로 발전하였고...
내성적인 한 동양남성은 정복이 불가능하다고 절망해하던 이국어로 대화를 이어가느라 진땀을 빼곤 했었다.
어느 휴일... 그래 오늘처럼 우중충한 날씨의 어느 휴일이었다....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근처에 친구의 화실이 있어 들렀다가 전화했다고...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약속을 하고... 근처에 있는 차이나타운의 한 곁에 있는 공원에서 만나기로 하였고...
서둘러 나갔다. 갑작스러운 만남인데다가... 입을 옷을 고르려니 마땅한 것이 없어 난감했던 기억이 옆에서 끼어든다.
그 공원이름이 뭐더라... 아뭏든 벤치 하나에 앉아 기다리던 그녀는 공원 저편에 나타난 나를 보고 손을 가볍게 흔들며 웃어주었다.
아~ 아름답다. 순간 늘 찌푸렸던 나의 마음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개이고...
"저 미소의 여인이 내 사랑이라면..."
솔직히 싸이즈도 안맞고... 영화에나 나올 법한 미모... 억세게 느껴지는 프랑스 여인네와는 다른 여성미...
소심한 성격의 동양인은 지레 겁을 집어먹고 식사 한 번 하자는 말도 못꺼내고 있었던 터였다.
가벼운 두 번의 비주(볼뽀뽀)를 나눈 후 자주 가던 쌀국수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상대로 줄을 서서 10~20분 정도 기다렸지만,
같이 식사를 하러 왔다는 것과 둘이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사실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에 남은 것은 하나도 없다. 추측하건데...
절망의 이국어로 그녀의 대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또 대답할 말을 머릿 속에서 굴리느라 노력 꽤나 했을 것이다.
같은 모국어로 이야기를 해도 여자 앞에 서면 할 말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 성격인데 오죽했겠는가?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단지 같이 식사를 하고 대화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였던
짝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서투름과 어설픔... 그리고 식사 후 공원을거닐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
서투른 불어로 어떻게 그 시간을 채웠을까 하는 의문 부호만 이어진다.
헤어질 때 아쉬움이 가득하다고 느껴지던 그녀의 눈길이 내 혼자만의 생각이겠지 하며 밤잠을 설쳤던 기억...
그 날 이후 이어졌던 쁠라스 디딸리(=이태리 광장)의 고몽(=영화관 이름)에서 영화를 보았던 기억...
카페에서 드미(맥주 250씨씨 정도)를 곁들여 관람 소감을 나누던 장면... 장면... 장면들...
그 해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에 공연하는 써커스 표가 생겼다고 같이 가자고 전화가 온 기억... 기억... 기억들.
외로움을 달래주던 그녀의 미소... 미소... 미소들... 그리고....
...
...
...
오늘 저 하늘을 맑게 해 줄 미소는 어디에 있을까?
그러고 보니... 곁에서 연애코치를 해주던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산도적 같이 생긴 바람둥이 화가친구...
그 친구 화실이 후곡마을인데 아직 남아있을려나....
두 세번 걸려 온 전화를 받지않아 만남이 끊겨진 인연이다.
둘 이 많이 마실 때는 양주 2병에 포도주 2~3병, 맥주 큰 캔 여러 개를 둘이 나누어 마셨던 기억이 난다...
어느 신부님이 주셨다고 문배주를 갖고와 둘이 그 향기에 감탄하며 마셨던 장면... 장면... 장면... 장면들.
지금쯤 잔뜩 삐져있을 터인데... 그래 얼마나 삐졌는지 확인이나 해보자...
발길을 옮기기 전에, 얼굴을 다시 들어 하늘을 보며 영원한 사랑의 미소를 찾아본다.
흐르는 세월 속에 바래지 않고 영원히 흐르는 그러한 사랑의 미소를... 그 분의 영원한 미소를...
주님, 사랑합니다. 당신을....
내 영원토록 당신 사랑 노래하리다.
P.S. 자꾸 후환이 두려워진다... 지워버릴까?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것은 마가렛이 아직 모르는 이야기인데... 아니야, 슬쩍 이야기 했던 것 같기도 한데...
아니야, 마가렛은 마음이 너그러워 이해해 줄거야... 그럼~ 마가렛인데...
게다가 마가렛은 경쟁이 좀 심하긴 해도 '요셉 신부'라는 현재 진행형 애인도 있잖은가?
이건 지나간 과거사일 뿐인데... 뭐... 주님이 날 보호해주실거야... 암, 그렇고 말고...
오직 주님만 믿사옵니다. 아~멘~
(아랫 글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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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 ▶▶▶ 2011-10-26(수)
(윗 글에서 연결 됨)
마가렛이 좀체로 내 글을 읽지 않는 셩격이기에...
이 글이 마가렛의 눈에 띄는 것을 대략 일주일 이상, 좀 길면 열흘 후 쯤으로 여겼다.
그런데.... 오늘 읽고는 .... 참 운도 없다....
자기는 괜찮은데... 덕성죄 운운 하면서 당장 글을 내리라고 협박이다.
아~ 울나라는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란인데...
엉덩이를 한 참 두들겨 맞은 뒤에... 무자비한 고문 끝에 나는 항복 선언을 한다.
원래 다음 글은 일주일 쯤 뒤에 올릴 예정이었는데...
마가렛의 무지막지한 고문으로 하루도 안되어 올립니다.
너그러운 줄 알았는데....그게 아니었어... 흑흑...
나 '강물처럼'은 위의 글이 98프로의 진실과 2프로의 거짓이 있음을, 아니 치밀하게 짜여진 왜곡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즉 2프로 부족한 진실, 다시 말해서 거짓이란 것을 솔직히 밝히는 바입니다.
부족한 2프로는 사실을 왜곡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즉 위의 글은 98프로가 팩트이긴 하지만 2프로 부족하기에,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 손도장 열 손가락 모두 찍고... 친필 싸인... - 그리고 망치로 꽝꽝...
P.S.2.
윗 글에 나오는 마리아를 마가렛과 결혼한 직후... 우연히 유네스코 지하 식당에서 마가렛과 함께 만나
서로 인사를 시켰던 기억이 난다.... 마리아는 그 때 유네스코 주재 파나마 대사관에서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한 멋있는 파나마 남성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
단언하고 단언하건데... 결코 아무일도 없었음... 그저 엑스프레소 몇 잔 교내 카페에서 마신 일 이외에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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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 ▶▶▶ 2011-10-28(금)
형식과 실질....
지난 월요일 있었던 사회교리는 '형식과 실질'이라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틀 전 토요일 저녁에 '형식과 실질'이라는 용어를 들었었는데...
사회교리 시간에 또 다시 듣게 되어 조금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형식과 실질'이라는 주제는 제 전공이었던 언어학에서 아주 빈번하게 다루어지는 것으로,
언어문제는 '형식과 실질'이라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가 관심을 두고 있었던 분야가 바로 이 형식과 실질의 한 단면을 고찰하는 것이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
....
그는 생수병을 집어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생수병에 든 것은 생수가 아니었다.
그는 얼핏 조폭처럼 보였다.
그의 모습 어디에도 '신부'를 연상시키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뼜속까지 신부였다.
그는 매우 성스럽게 보였다.
그는 자신을 신부라고 소개하였다. 그러나
그의 직업이 '신부'라는 것을 후일 알게 되었다.
그녀가 말했다. "아이 추워..."
말없이 외투를 벗어 어깨에 걸쳐주었다.
그녀는 말없이 미소로 답해 주었다.
그는 아는 것이 참 많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온통 쓰레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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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 과음한 탓에 늦게 일어났다. 여섯시 반. 쩝...
새벽기도를 나가려다 오늘은 빼먹기로 했다.
어제 농담처럼 한 말이 사실이 되어버렸다.
모처럼 여유로운 아침이 되었다.
오늘 따라 그 분의 사랑이 더욱 포근하다.
행복한 하루다.
그러나 언제 마가렛이 이것을 깨트릴 지 모른다.
상관없다.
내일 다시 일어나면 되므로...
그렇게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면서 산티아고로 가도록 하자.
모든 것을 그 분에게 맡기고
주어진 것에 충실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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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4 ▶▶▶ 2011-10-28(금) (2)
[무식한 소신론자]
지도자로 절대 뽑아서는 안 될 사람은 '무식한 소신론자'이다 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기서 무식하다는 것은 많이 배우지 못했다거나 많이 알지 못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현명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무식한 소신론자를 지도자로 뽑지 말아야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현명하지 못하여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소신이라 하여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다보면 그 지도자를 따르는 모든 구성원들을 파멸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무식한 소신론자가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 그 나라를 파멸로 이끄는 것을 우리는 역사나 현실에서 심심찮게 봅니다. 지도자로서 무식한 소신론자의 길을 가지 않으려면 주위에 현명한 사람들을 많이 두고 그들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 것이며 자신만의 생각을 고집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현명함은 많이 배웠다고 하여, 많이 알고 있다고 하여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많이 배우지 못했어도, 많이 알지 못하여도 지혜롭고 현명한 분들을 많이 봅니다. 만일 많이 배웠다고 많이 알고 있다고 현명함이 절로 생긴다면 - 우리 카톨릭인의 입장에서는 많이 배우거나 알고 있다고 하여 신앙이 절로 깊어진다면 - 가방끈이 가장 긴 사람을 지도자로 세우면 간단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카톨릭 인으로써 바라볼 때에 교리공부를 많이 하였다고 신앙이 절로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신앙이나 믿음은 말씀이나 교리를 실천할 수 있을 때 참다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리는 우리가 올바른 믿음을 갖는데 도움을 주긴 하지만... 교리를 교리로만 알고 있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살펴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교리가 아니라 단순한 지식에 불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카톨릭과 개신교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차이점 중의 하나가 개신교에서는 회개만 하면 끝이지만, 카톨릭에서는 회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회개한 다음에 보속하며 덕을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또 한 편으로 공과 사를 구별해야 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참다운 지도자라면 사람을 쓸 때에 자신에게 잘해준다는 이유로, 자신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즉흥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등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물론 지도자도 사람이므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또 남들에게 못하는 고민을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영역에서 그쳐야 하는 것이지, 공적인 영역에까지 끌고 들어와서는 안될 것입니다. 공적인 영역에서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그 곳은 불공정한 사회가 되어 종내에는 썩어 문드러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여 대통령 임기말에 수많은 게이트가 터지는 것을 너무도 자주 보아왔습니다. "정치도 저러한데... 우리 카톨릭 사회에서 이 정도면 양호한 것이지..." 하며 자위하고 안주한다면 카톨릭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카톨릭은 어둠 속의 빛이 되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가꾸어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더불어 사는 세상' 이란 말을 참 좋아합니다. 여기서 '더불어 산다'는 자신하고 친한 몇몇하고만 더불어 산다는 뜻이 아닐 것입니다. 있는 자 1%프로만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사는, 사랑으로 더불어 사는 그러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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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 ▶▶▶ 2011-10-29(토)
오늘은 유난히 잠들기 힘든 밤입니다.
사랑하는 그 분의 뜻을 살피고 그 분의 뜻을 따르는 것이 새삼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쩌면 믿음이 부족한 탓일 것이고, 어쩌면 기도가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됩니다.
며칠 전... 자기 기도빨이 세다며, 그리고 그것을 주위 사람들도 인정한다며 자랑아닌 자랑하는 교우를 보았습니다.
솔직히 샘이 났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나도 기도빨이 강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기도빨이 세다는 것이 저는 어떤 것인지 잘 모릅니다. 가끔 그 분이 제게 웃어주실 때이면 기도 뿐만 아니라 그 외에 여러가지로 제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이 너무도 자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가끔 기도하면서 - 냉담 중에도 - 이 기도는 들어주시겠구나 하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 느낌이 현실로 드러나는 것이 몇 년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지난 번 사회교리 시간에 강의 하시는 신부님께서 말씀하시길... 자신은 부모님께 공부하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어도 "하느님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은 수없이 듣고 자랐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마지막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참교육이 아니다 라고 하시면서 자녀들에게 가르칠 것은 오직 하나 '기도하는 법'만 제대로 알려주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제 눈을 환하게 밝혀 주셨습니다. 앞으로 내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 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그 강의는 아내 마가렛과 함께 듣게 되었는데... 우리 부부는 그 말씀 한마디에 아이들 교육하는 방향을 어떻게 정해야 할 지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기도하는 법만 제대로 가르쳐 주면 아무런 걱정할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사실 제 주변에는 기도빨이 세다고 느껴지는는 분들이 여럿 있습니다. 제 아내 마가렛, 제 여동생, 아이들 숙모 등등...
지금도 저는 냉담을 끝내게 된 결정적인 요인 중의 하나로... 제 주변의 분들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것을 첫 번째로 꼽습니다.... 제 주변의 여러분들이 기도해 주셔서 제가 사랑하는 하느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또 행복한 일입니다. 저를 위해 기도를 해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그 분들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잠 못드는 이 밤, 나를 위해 기도해 준 모든 고마운 분들 위하여 기도하고 싶습니다.
님이시여, 저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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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6 ▶▶▶ 2011-10-29(토) (2)
오늘 제대 앞에 놓을 화초 중의 하나가 잎이 너무 지저분하여 깨끗하게 딱으면 좋게다는 헌화회장의 말을 듣고 그 잎을 하나 하나 딱기 시작하였습니다. 잎마다 보기 싫게 얼룩져 있는 것들을 딱아내다 보니 느낀 것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워낙 더러워져 있어 물수건으로 눈에 보이는 것부터 닦아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부분을 닦아놓고 살펴보니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처음에는 워낙 더러워져 있어 조금만 딱아내도 그 부분은 다른 부분에 비하여 깨끗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한 번 다 닦아내고 보니... 처음에는 그리 더러운 것 같지 않아 지나친 것들이 딱아낸 부분에 비하여 더럽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에는 좀 더 세심하게 다시 닦아내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을 닦아낸 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여 아침 기도에 올 때마다 조금씩 남은 부분을 닦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멈추었습니다.
사실 가끔 집에서 청소를 할 때에도 비슷한 것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장 더러운 곳을 청소하고 나면 저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지나쳤던 부분들이 다시 거슬리고... 그래서 그 부분을 다시 청소하면 또 거슬리는 부분이 생기고... 그래서 매일매일 더러워 보이지 않아도 청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가끔 옛날에는 '죄'라고 생각하지 않던 것들이 '죄'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들이 생깁니다. 그러한 것을 고치려고 노력하여 고친 다음에 보면 이제 다른 죄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말씀을 곁에 두고 묵상하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조금씩 우리의 죄를 씻어내다 보면 언젠가는 반짝거리며 윤이 나기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우리의 모습도 예수님처럼 빛을 낼 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하느님의 말씀을 살피고 하느님의 뜻에 맞추어 나가려고 하다보면 그 언젠가는 산티아고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랑하는 그 분께 기도 올립니다.
사랑의 주님, 이 가여운 영혼을 돌보소서.
..................................
[기도]
언제가 한 교우님이 "기도를 하다보면 그 기도에 온 몸과 마음이 젖어듬을 느낄 때가 있어요" 라고 하는 말씀을 들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러한 것이 어떠한 것인지 상상해도 도무지 가늠이 안되었고, 나도 그러한 것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최근에 그러한 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정말 기도를 하다보면 한 순간 그 분의 사랑이 제 가슴을 적셔옴을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 아니... 그 분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 가를 느끼는 그 순간... "걱정하지 마라... 나는 너를 사랑하느니라... 두려워하지 말고 나를 따르거라..."
특별한 지향을 두지 않아도 그저 기도하다 보면 한 순간 웃음 띠시며 나의 모든 것을 적시는 그 분의 사랑.... 그리고 평화.... 그저 "감사합니다." 라는 말 밖에는 .... 기도에도 맛이 있다면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랑의 주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첫댓글 가을 남자. 이냐시오형제님이라.. 상념에 젖어있는 형제님에게서 오늘은 '이슬'로 깊어져 있는 가을을 데려옵니다. 이따뵈요
이글의 시점 중의 하나가 우중충한 월요일이었지요... 묘하게도 이 글의 시점이 되는 월요일, 그 저녁에 저는 후곡 성당에서 있었던 사회교리 시간에 한 산도적 신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산도적 같은 화가친구를 만났고... 많이 삐져 있던 화가친구.... 그날 저녁 있었던 사회교리 시간에 세 산도적 분들이 외모로는 참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참 문산성당의 산도적 신부님이 덩치가 다소 크시더군요....
아마 더훌륭하고 더 비교가 될수없을 만큼 킹카를 애인으로 두고 있지 않으실까요?
젊고 개성있으며 한편으론 터프가이처럼
한편으론 섬세한 감성을 지니면서도 지적인 눈빛으로 사물과 사람을 꿰뚫어 보는
이 지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그런 남자 ....
이름이 뭐라더라.....
그 엄마이름이 마리아 였나...?
아버지 이름은 요셉이고....
.....
그렇지요... 예수님이라는 킹카! 형제 자매를 떠나서 신부님께서 식사동 성당 교우들의 연인이듯이 카톨릭인이라면 모두가 영원한 사랑의 연인으로 두고있는 예수님.... 마가렛과 내가 연인으로 경쟁하고 있는 예수님....
그래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군요^^
모처럼 가을 한 번 타보았고...그것도 아주 살짝... 잃어버렸던 감정이 살아나 그것이 새로웠고...또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였고.... 지난 몇 년동안 그런 감정 아주 잊고 살았었거든요.... 주님의 사랑으로 죽었던 감성이 살아닌 듯 합니다....그런데 그리 감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는데... 그저 가볍게 썼던 추억의 한 장면이었을 뿐이었는데... 아직 글재주가 모자란 모양입니다....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한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했습니다. 감정의 흐름이 섬세하게 잘 묘사가 되어 있군요! "추억은 추억일 뿐"......
님 말씀대로 추억은 추억일 뿐이죠.... 올해는 그 추억이 오랫 동안 메말랐던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어 내가 아직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군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신부라는 신분이 단순하게 직업으로 분류된다면 슬퍼집니다. 사실 이는 교육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입니다. 교육자가 단순히 지식의 전달자에 지나지 않는다면 지식을 파는 장사꾼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말씀 대로 자원봉사자, 하느님의 말씀을 저희에게 알려주고 그 말씀대로 살도록 이끄시는 분이 신부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들의 신부님을 따르고 존경하는 것이겠지요. 바쁜 생활 중에 너무도 건망증이 심한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주시며 삶의 방향, 즉 사랑하는 것을 알려주시는 사랑의 일을 하시는 분이시기에....
미사 때마다 신부님이 하시는 말씀이 가슴에서 피어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