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개지고, 깨진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해가 뜨나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에 늘 찬탄한다. 성주사지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동자. 으깨진 얼굴을 시멘트로 성형하여 세월을 견디는 모습이 대견하다.
돌부처의 얼굴을 부순 사람은 누구고, 시멘트일망정 치료하여 저 곳에 있도록 한 사람은 누굴까. 성주사지 돌부처를 볼 때마다 참 여러 마음이 든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으로 한 성형이 아니라, 화상 혹은 선천적 장애로 성형이 필요한 가슴 아픈 이웃들을 보는것 같아 안쓰럽다.
눈발 흩날리는 날 꽁꽁 얼어붙은 저 돌동자를 만나면 꽁꽁 얼어붙은 손을 부여잡고 품에 폭 안아 녹여줘야겠다.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바다는 그대로 푸르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 2012.11.25(일) 보령 성주사지에서...
깨진 돌거북이 철창 안에 갇혀 답답해하는게 나도 답답히다. 철창 안에 갇힌 유물들은 잘 안 찍지만 그래도 지나치기 서운해 멀리서 찍었다. 검은 것은 비석이요, 파인 것은 글자라는것 밖에는 아는것이 없는 고운 최치원이 찬한 성주사비.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바다는 그대로 푸르다. 성주사지에 가면 늘 브뤼겔의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이 떠오른다.
성주사지 돌부처에 대한 견해들
1. 저렇게 시멘트인지 찰흙인지 덕지덕지 땜빵해 놓은 동자의 얼굴과 누더기 같은 몸을 보니...와락, 꺄안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듭니다. 현대 문제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작품 같아요.
브뤼겔은 저도 좋아하는 화가인데요. 비극적 신화를 저렇게 재밌고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참 기발하죠. 부유하는 깃털도 그닥 영웅적으로 보이진 않죠? 죽음이 그러 하고...삶도 그러하고...^^
2. 저 부처님은 왜저리 울고 계시는 겁니까? 중생 구제하시기는 글르신 것 같습니다. 중생이 다가가서 손도 잡아 주고 죽도 끓여주고 눈물도 닦아 줘야 할 듯 싶습니다. 저도 위로 받고 싶은 늦가을의 중년인데 말입니다.
3. 돌부처 얼굴이 우리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성형수술에 보톡스로, 보기에 안스러울 정도로 부자연스럽게 '아름다운 모습'을 추구하는 인간들의 욕망... 그러나, 그 모습에 감동은 없는데, 돌부처 얼굴은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네요. 슬픕니다.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 브뤼겔
도대체 어디 숨었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한 소년이 사라진 자취가 가뭇없다. 이카로스를 식별할 수 있는 얼굴이라든가 하다못해 날개의 한쪽도 보이지 않는다. 숨은 그림을 찾듯 샅샅이 캔버스를 뒤진뒤에야 겨우 그 몸의 일부를 발견했다.
오른쪽 하단에 수면위로 삐죽 솟은 것이 발버둥치는 인간의 다리같다. 그런데 중앙에 우뚝 선 농부의 두드러진 전신상에 비해 손톱만큼 죄그맣게 그려진데다, 브뤼겔이 즐겨 구사한 교묘한 대각선의 구성으로 말미암아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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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다이달로스(Daidalos)의 충고를 무시하고 높이날다 태양에 감히 접근했던 이카로스는 자신의 과욕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했다. 한 인간의 예기치 못한 재난앞에서 세상은 정말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늘도 땅도 바다도 평화롭기 그지없다. 오든의 시처럼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바다는 그대로 푸르다. 농부,양치기,어부--- 전경에 등장하는 이 세인물 가운데 어느 한사람은 풍덩 물에 빠지는 소리를,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었으련만.....
이카로스처럼 제아무리 특별한 인물일지라도
개인의 운명에대해 철저하게 무관심한 세계..
그 끔찍한 리얼리티를, 도저한 허무를 이처럼 딴청피우듯 유유자적 표현한 화가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 최영미의 유럽일기 < 시대의 우울 > 중 ---
첫댓글 시멘트로 성형한 부처의 동상이 인상적입니다..
아프고 깨진 상처를 감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여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에서 무엇인가
올라오는듯 합니다..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바다는 그대로 푸르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요즘 같은 시국에 이런 말을 들으니
마음이 순간 환해지는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법우님... 무소식이 희소식 잘 지내고 계시리라 생각했지만 소식 궁금했더랬습니다. 무명, 번뇌 속에서 허우적대며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는데 오늘 기운을 좀 얻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강건하시고 모두들 만나뵐 날을 고대합니다. _()_
@너도바람 저렇게 여여하게 서있는 부처의 모습처럼
번뇌와 무명이라는 상처를 딛고
우리 모두 행복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뵙기를
바래요..^^
@신상용 모든 분들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시절과 몸과 마음을 기대하며 봄을 맞습니다. 여여하시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