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인 장계향 할머니
-윤동재
조선 시대 석계 이시명의 부인으로
셋째 아들 이현일이 유일천거로 뒤늦게 벼슬살이하자
남편 이시명이 벼슬을 추증받아 정부인이 된 장계향 할머니를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에 가서
할머니의 넷째 아들 이숭일의 집에서 만나 뵈었더니
나한테 나지막이 하소연했지요
살아생전에 해 먹던 음식 조리법을
누구나 쉽게 알라고 한글로 남겨두었는데
그걸 보고 손수 음식을 해 먹으면 될 일인데
두들마을에 ‘음식 디미방’을 열어놓으니
모르는 사람들은 할머니가 조선 시대부터 지금까지 줄곧
음식점이나 하는 줄 잘못 알고 있다 했지요
경당 장흥효의 외딸로 정부인 장씨로 세상에 알려졌는데
대학 교수 한 분이 자신의 불천위 위패까지 샅샅이 뒤져
계향이란 이름을 밝혀내자
이름이 기생 이름 같다며 정부인의 이름일 수 없다 하고
아들 칠 형제를 모두 현자로 키웠더니 여중군자라고 하자
지나치게 떠받든다고 수군거린다 했지요
음식 디미방을 할머니가 직접 열어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계향이란 이름도 할머니가 직접 지은 것도 아니고
달나라에서 사는 계수나무 향기니 얼마나 멋지냐고
여중군자로 불러달라고 한 적도 없으니
전혀 개의치 마시라고 했더니
이러쿵저러쿵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편하지 않다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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