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강은 9시 40분까지 통도사 입구에 모여 숲으로 이동, 나뭇가지 차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전정하며 가을 산을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주나무 숲이 울창한 곳에서 점심을 먹었고 산에서 다시 내려와 통도사 입구에서는 맨발 걷기를, 가을 경치 좋은 커피숍에서는 온밤 발표에 대해 의논했었다.
나무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의 나뭇잎들이 색색으로 물든 걸 볼 수 있었는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을 가지를 전정하는 일이었다. 전정한 가지를 이용해 발효액을 담는다고 했다. 생강나무, 감태나무, 싸리나무, 뽕나무, 노각나무, 고로쇠나무의 가지를 전정하였다. 청미래 넝쿨 뿌리도 좋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이후에 더해진다고 했다.
녹나무과 아이들은 향이 좋고 약으로 많이 쓴단다. 비목의 가지도 조금 넣고, 감태나무는 잎까지 쓰고 감태는 양이 많아도 좋다고 해 여유롭게 전정했다.
하늘 선생님 말씀에는 9강 때처럼 사람이 자연을 함부로 다루는 것이 아닌,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사람이 나뭇가지를 정리 해준다고 생각하고 전정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햇볕을 받지 못하고 그늘에 있는 아이를 자르거나 아랫부분부터 연식이 좀 있는 것, 또 도장지를 중심으로 가지를 치면 된다고 하셨는데 우리 삶에서 몇 안 되는 경험을 해 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나무를 돕는 건지 나무를 훼손하는 일인지 분간이 잘되지는 않는 초보 전정자였다.
찔레는 약성이 좋단다. 찔레 가시에 찔리면 대처도 그것에서 찾을 수 있단다. 그게 뿌리이고 염증이라든가 곪은 데 자기 치유 능력이 뛰어나 약으로 쓰인단다. 찔레도 한곳에 많으면 곤란할 수도 있다 해 우리는 그런 곳에 있는 찔레 뿌리를 캐 이용하기로 했다.
싸리나무는 겨울 눈이 엄마 등에 업힌 것처럼 보인다고 하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보니 또 그렇게 보인다. 싸리는 옛부터 집 짓기, 광주리, 빗자루 등 쓰임이 많았다고 하고, 광대싸리는 특히 어린 잎을 나물로 해 먹으면 그렇게 맛이 좋다고 하니 봄에 꼭 해 먹어 보면 좋겠다. 얼마나 맛있을지. 싸리나무는 콩과 식물로 주변에 흔하고 많아 신중히 자르지 않아도 잘 자란다고 해 싸리나무의 전정은 마음 편히 할 수 있었다.
숲을 거닐다 큰 뽕나무를 발견하고는 가지를 치기 시작했는데 뽕잎은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 선생님께 감태나무처럼(감태잎은 씀) 뽕잎도 쓸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여쭤보니 가지 발효액에 잎은 쓰지 않는다고 했다. 가지 발효액은 몇 개월 놔둬야 해 잎을 쓰면 잎이 떠서 곰팡이가 필 수 있단다.
조릿대는 조리를 만드는 대나무라서 붙여진 이름 조릿대. 조릿대 잎도 따서 사용한다고 해 조릿대도 여럿을 꺾어 넣었다.
우리는 숲을 거닐며 발견한 나무의 가지를 전정하고 바로 나뭇가지의 잎을 훑어 각자의 바구니에 잘 담아 이동했다. 가지는 상태가 좋은 것을 사용하고 전정한 가지를 씻어서 말리면 된단다.
사람주나무는 잎을 비비니 고무장갑 냄새가 났다. 층층나무는 잎이 산수유 산딸나무랑 닮았는데 어릴 때 잎을 덖어 차로 쓸 수 있단다. 서어나무는 그늘진 곳과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고 했다. 우리가 가지를 전정할 때 그냥 잡기만 해도 부러지는 것이 있었는데 이런 가지는 죽은 가지라 했다.
이외에도 숲에서 만난 아이들은 어릴 때 장아찌로 먹는다는 비비추, 청미래 넝쿨과 유사하게 보이는 밀나물, 노각나무, 팥배나무, 왜모시풀 들로 알쏭달쏭하게 다가왔다. 자연에서 자주 봐야 이 아이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생님께서 우리가 시골에 대한 추억을 가진 마지막 세대일 것 같다고 하셨다. 요즘 시골 인구도 줄면서 사람 손이 닿질 않는 산과 들이 많단다. 이곳을 찾을 때는 전지가위와 봉지만 있으면 자신 하나 먹을 수 있는 양의 먹거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선생님은 정말 자기 분야를 특별하게 즐기는 ‘꾼’ 같았다. 봄학기 때부터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감히 올 수 없었던 아름다운 장소를 갈 수 있었는데 혼자 다시 가라고 하면 가볼 수 없는 곳임은 분명하다.
나는 먹거리 자립이 밭에다 계절에 맞는 작물을 심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산야초 수업을 듣다 보면 인간의 인위 없이도 자연을 잘 이용하는 것 또한 자립 방법 중 한 가지 방법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봄에 까실쑥부쟁이가 절로 올라오는 장소를 알면 그곳을 찾으면 된다. 먹거리 자립이 자연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이날 체력과 지식이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매번 선생님께 언제 앉아 좀 쉴 수 있느냐, 밥은 언제 먹느냐며 힘들어했던 것 같다. 에너지를 보충하는 밥시간이 너무 행복했었다. 역시 자연은 아는 만큼 보이고 자연을 알면 먹거리로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우리가 숲에 갔을 때 자연 상태에서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끊어 쓸 수 있기를, 봄학기 때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내가 나선 산책길에서 만나는 것을 오늘 내 밥상에 올려 보는 것! 마음에 새겨본다.